[성용원 음악통신 413] 리뷰: 광주문화재단 설립 10주년 기념 월요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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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13] 리뷰: 광주문화재단 설립 10주년 기념 월요콘서트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3.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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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월요일 오후 7시30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올해는 예향 광주의 문화행정을 책임지는 광주문화재단과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인 빛고을시민문화관이 설립과 개관한지 딱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작년 코로나19 여파에도 광주문화예술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광주문화재단이 2021년을 맞아 실시간 대면으로는 처음 개최한 월요콘서트는 재단 창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로 손색이 없었다.

이번 콘서트의 클라이막스! 스메타나의 몰다우에 맞춰 안무를 선보인 댄서 최장군과 내셔널필하모닉 단원들, 사진제공: 광주문화재단

MBC 김두식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에서 문화재단이 제시하는 청사진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즉 예향이자 민주성지라는 두 가지 정체성에 걸맞은 내실 있는 문화행정집행과 광주지역 문화예술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지역에 뿌리박은 강한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문화창작을 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음악이 주가 되지만 그 안에 문학, 미술, 무용 등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게 다루면서 다양화를 꾀한다. 무엇보다도 월요콘서트라는 콘셉트 자체가 빛고을시민문화관 안에 위치한 빛고을아트스페이스라는 소극장을 활용, 지역 아티스트 발굴과 지원에 심혈을 기울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황풍년 재단대표이사(가운데)가 시 낭송 후 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광주문화재단

황풍년 대표이사부터 이묘숙 사무처장, 송선아 연구원 등 재단 식구들이 클래식 기타리스트 김현규의 반주에 맞춰 시낭송자로 나섰으며 성악과 교수 출신의 바리톤 김홍석 문화공간본부장은 1986년 MBC 대학 가곡제 수상작인 이기경의 <거기>와 뮤지컬 넘버까지 열창하는 등 재단 식구들이 이번 음악회를 기념하기 위해 행정가요 기획자가 아닌 실제 무대에 서는 예술가로 나섰다. 일종의 역할 바꾸기로 행정가의 입장에서 예술가의 사정과 고충을 체험하는 그래서 더욱 예술가와 시민 위주의 정책과 서비스를 펴나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시낭송 시 뒤 배경음악은 말 글대로 BGM에 불과하였을 터. 적당한 노래 하나 골라 한두 번 맞춰보고 무대에 올라갔을 건데 고적하면서 기품 넘치는 클래식 기타의 기량으로는 그런 역할로만 국한하기엔 너무 협소했다. 시 낭송 스테이지를 줄여서라도, 첼로와의 2중주가 아니었더라도 멀리서 이 무대를 위해 내려온 기타리스트 김현규의 독무대, 연주 한 꼭지라도 있었어야 했다.

문화는 생물이요 시대와 양식에 따라 에티켓과 규정도 탄력 있게 변해야 하는 법! 그걸 선도하고 지원하는게 문화재단의 역할이자 목적,

① 뒷 자리 숙녀분들의 "멋지다"를 자아내게 했던 아크로바틱 댄서 최장군과 내셔널필하모닉 6중주 단원들의 스메타나 교향시 <몰다우>: 보통 아크로바틱이라고 하면 현란한 기계음에 라디오와 스피커로 증폭된 전자음악에 맞추는 반면 애수 있으며 장대한 체코 출신의 스메타나의 어쿠스틱 음악이 결합하니 언밸런스에서 오는 신선함이 파격적이며 새로웠다. 오늘 월요콘서트의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역시 시각은 청각을 압도한다.

② 곡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고음에 한번 후주 전에 한번, 총 2번의 박수가 객석에서 터져 나온 소프라노 남현주의 그리그 <페르귄트 조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 당황스러웠다. 고음을 내지른 후 꼭 환호와 갈채가 안 나와도 될 정도로 유명하고 익숙한 노래랄거라 여겼는데도 여전히 일반 관람객들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걸 절감했다. 선곡이 잘못되었다. 오늘의 무대는 다들 축하하고 기념하는 자리에 그리 슬프고 처절한 노래라니.... 그리고 이런 자리에 그렇게 긴 후주는 잘라버려도 무방하다. 펜트하우스에서 삽입되어 요즘 더욱 주가를 달리고 있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Una voce poco fa)나 <인형의 노래> 같은 걸 불렀어야했다.

재단 문화공간본부장인 바리톤 김홍석과 소프라노 남현주가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All I Ask of You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 광주문화재단

③ 피아노 두오 클라랑(피아니스트 최연주 & 조혜원)이 연주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연탄곡 와중에 하우스 어셔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연주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녹화한 관객: 저작권의 개념이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자화상

비디오아트로 해당되는 곡의 그림과 함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 피아노두오 클라랑 (최연주 & 조혜원), 사진 제공: 광주문화재단

④ 파가니니의 무반주 카프리치오를 편곡하면서 중간에 바흐의 인벤션 3번까지 삽입한 강윤숙 편곡의 리디안팩토리와 스피커로 어쿠스틱 사운드를 많이 날려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하면서 정확한 음정을 구가한 첼로와 드보르자크 5중주 도입부에서 아름다운 음색을 구가한 피아노

정통 클래식 음악회가 아니요 시민과의 접점을 통한 코로나 시대 위로와 힐링을 선사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수행하는 문화 재단이 마련한 콘서트니 지역 예술가들의 무대와 연주 기회 제공과 그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 시민들의 문화향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격이다. 이런 80년대 교회 문학의 밤같은 행사는 문화의 문턱을 낮추는 기능이 있지만 이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이제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일이 남았다. 어쩌면 그건 재단의 과제가 아니라 예술가들의 몫이다. 국가의 지원을 통해 자생해서 그 기회를 후대에 물려주면서 고용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고용을 자체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지역의 소수 예술가(Vocal Minority)와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지는 않지만 수준 높은 예술을 감상하고 싶어 하는 지역의 감상자들의 욕구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화재단이 예술가들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하는 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리디안팩토리의 재즈연주, 사진 제공: 광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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