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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06] 글룩과 그리운 마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3.13 08:38
  • 수정 2021.03.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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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룩(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1787)은 아리아 중심의 이탈리아 오페라를 드라마적인 성격을 중시하는 오페라로 진보시킨 독일 작곡가이다. 후기 바로크 시대에 가장 인기 있고 지배적이었던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는 극적인 본질을 경시하고 음악의 외형적인 기교나 현란함을 위주로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타락하였다. 주로 3막으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가 교대하는 리토르넬로 형식으로 구성되어 레치타치보는 그저 대사와 내용의 전달이라는 목적 외에는 의미가 퇴색하였으며 이따금 나오는 2중창을 제외하고는 3중창 이상의 앙상블과 합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서곡이 끝나고 나면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가수들의 반주 기능만 하는 빈약한 역할을 담당할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들은 오페라가 종합예술로서의 균형감을 상실하도록 하였고 성악가들의 위주로만 진행되는 폐단은 노래 부르기 좋고 노래로 자신이 빛나고 과시되는 데에만 집중되고 노래를 위주로만 오페라가 제작되고 연출되고 대본까지 모두 종속되게 되었다. 이러한 세태에서 글룩은 기능을 상실한 음악과 극이 되어버린 오페라를 거부하고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을 지닌 오페라를 만들어 오페라 본연의 기능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이전까지는 볼거리에 불과했던 합창과 발레를 극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었으며 레치타티보는 쳄발로 반주가 아닌 오케스트라 반주로 음악적 표현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서곡과 오페라의 연관성 등 음악과 극의 결합을 추구하여 극적인 긴장감이 일관되게 오페라를 구성한 오페라 개혁가였다. 

글룩의 멜로디가 수록되어 있는 바이올린 여근하의 Song of Songs 음반 커버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론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가 있는데 오늘날에 잘 상연되지 않는다. 아내 에우리디체의 죽음에 슬퍼해 지옥에 내려가 아내를 데리고 오면서 스틱스 강 동굴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절대 뒤돌아보면 안된다는 내용의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를 내용으로 한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길게 상술한 글룩의 오페라 개혁으로 인해 ‘아치오네 테아트랄레(Acione teatrale; 극장행위극)’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될 정도로 당시에 파격의 아이콘이었다. 하데스에서 엘리시움으로 장면이 전화되면서 나오는 2막 2장의 발레음악 <정령들의 춤>(Dance of the Blessed Spirits)’은 현과 2대의 플루트를 위한 부분이 확장되고, 솔로 플루트가 연주되는 가운데 부분의 첨가로 원곡의 길이보다 대략 3배가량 늘어났는데 먼저 발레 영상과 함께 원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감상해보자.

20세기에 들어와 크라이슬러가 바이올린 소품으로 미뉴에트 부분을 과감히 삭제하고 애수 어린 플루트 선율 중심의 트리오만 <Melodie>라는 제목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품으로 발표하여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다음은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가 연주하는 크라이슬러 편곡판 글룩의 멜로디다.

그런데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연상되는 우리 가곡이 있다. 바로 이기철 작사/김동환 작곡의 <그리운 마음>이다.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과 중앙대학교 작곡과 교수를 역임한 충북 청주 출신의 작곡가 김동환(1937~2020)의 <그리운 마음>은 한 번만 들어도 금방 친숙해진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정서인 애처로움과 처량함이 기저에 흐른다. 나훈아의 <테스형>이 러시아 민요 <백만송이 장미>와 비슷한 보편성을 띠고 있는 것처럼 글룩 그리고 이탈리아 칸초네 민요 풍의 애수가 흐르면서 글룩의 <멜로디>와 김동환의 <그리운 마음>이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은 듯한 곡조로 흘러간다. 두 곡다 시쳇말로 애간장을 녹인다. 심지어 조성도 똑같다. 주로 테너들이 애창하던 이 노래를 바리톤 최현수가 부른 이후 바리톤으로도 급속도로 전해졌다. 테너가 애달프면서 호소력 짙다면 낮은 저음의 바리톤으로 부르는 <그리운 마음>은 담담하면서 체념의 기운이 서려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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