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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 위에 봄이 피었다

조연주 여행작가
  • 입력 2021.03.1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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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향기 가득한 봄을 품은 제주

사진=조연주기자
사진=조연주기자

꽃피는 3월이 오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들떠지는 건 분명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봄이 가장 빨리 찾아온다는 제주에는 봄 햇살과 봄꽃이 벌써 마중 나와 있다.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지만 노란 유채꽃은 제주의 봄을 상징한다. 드넓은 부지가 조성되어 있는 큰 규모의 유채꽃 단지를 바라보면 마치 노란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을 떠나 청정지역 제주에서 누구보다 빨리 봄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 하이킹을 했다. 성산일출봉에서 제주공항까지 약 47km, 제주의 북동쪽. 내가 선택한 코스였다. 비틀거리며 조금씩 페달을 밟고 앞만 보고 달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사람들의 감탄사가 들렸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눈앞에는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넓게 유채꽃이 가득했다. 봄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제주에서, 봄을 알리는 활짝 핀 유채꽃은 그 무엇보다 화사하고 싱그러웠다. 유채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찍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천 원의 행복 입장료를 내고 유채꽃밭으로 들어갔다.

 

사진=조연주기자
사진=조연주기자

저 멀리 보이는 바다와 유채꽃의 끝이 겹쳐 바다 위에 유채꽃이 피었다. 노란색과 파란색 크레파스로 그린 듯 선명한 봄 바다와 유채꽃의 조화, 아무리 많이 찍어도 사진으로는 온전히 담을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불어도 유채꽃은 여전히 노란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노란 유채꽃의 화사함에 감탄 하다 고개를 돌리면 옥빛 청정바다가 봄 햇살에 반짝거려 눈이 부실정도다. 봄이 오는 소리와 봄의 향긋한 내음, 온 몸으로 느낀 그날의 봄은 내 생애 최고의 봄날이었다.

다니는 길목마다 노란 물결이 일렁이는 제주의 봄은 한파와 폭설로 꽁꽁 얼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다. 보기만 해도 풍족한 마음이 절로 생기는 유채꽃이 참 신비롭다.

유채(油菜)는 원산지가 서양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주에서 환금작물로 다량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라고 한다. 보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재배되기 때문에 비료의 원활한 공급으로 쌀보리 생산량이 늘고 나서부터 남은 밭에 유채를 심어 팔기도 하고, 기름을 짜서 먹기도 했다. 보기에만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마시는 차와 요리에도 사용가능한 식용 꽃이기도 하다.

 

사진=조연주기자
사진=조연주기자

노란 유채꽃들의 너울거리는 봄 향기로 가득한 제주를 마음껏 느끼며 한참을 달리다 배를 채우고 물통도 채워 또 다시 달렸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가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나 멈춰 섰다. 김녕 성세기 해변이었다. 하얀 모래사장과 바다가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비행시간도 잊은 채 무언가에 홀린 듯 바다 앞에 다가가 앉았다. 그 무엇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고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바다가 품은 봄을 파도를 타고 육지로 전해주는 듯했다. 봄 향기가 파도에 실려 오기 때문일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오묘한 지중해 빛의 제주 바다가 주는 느낌이 포근하다. 그 푸른 봄기운에 마음이 개운해진다. 다음 제주의 봄날에는 또 어떤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제주의 봄은 늘 이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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