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401] 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시리즈 멘델스존 & 슈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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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01] 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시리즈 멘델스존 & 슈베르트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3.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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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쳄버홀

코리안심포니가 기획하는 실내악 시리즈는 오케스트라와의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평상시 멀리 떨어져서 하나의 집합으로 바라만 보았다면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내밀하게 실내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2월의 차이콥스키 <비창>부터 지난주 아창제에서 창작 관현악곡 다섯 곡 그리고 서양 낭만음악의 경이라고 할 수 있는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와 슈베르트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까지 코리안심포니의 일정은 숨 가쁘기만 하다.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를 연주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는 단순한 현악4중주의 합산이 아니다. 현악 앙상블로 인원을 늘린 합주가 아닌 8개의 파트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다. 8명이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반응하고 무엇보다 오장 육부를 동원한 앙상블 호흡이 중요하다. 퍼스트 바이올린은 1/8중의 하나가 아니고 솔리스트 겸 악장 겸 지휘자다. 강조컨데 지휘자 없이 맞추는 편성 중 가장 거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며 어느 다를 때보다 밀접, 밀집, 밀폐가 요구되는 때에 코로나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앉아서 듣기만 해도 답답한데 무대 위의 8명은 오죽할까. 자꾸만 올라가는 마스크가 시야를 가리고 눈을 찌르는 와중에 오직 아이콘택트로만 관계성을 유지해서 연주를 마친 8명의 면면은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하고 기억해야 한다.

1악장 1주제는 대양과 같이 파동이 크고 넓다. 마치 후대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주제를 예견하는 듯한 주제는 크게 날개를 펼치듯 보폭이 크고 너비가 넓다. 1인 3역을 담당해야 했던 퍼스트 바이올린이 4악장에서 긴 마라톤 솔로를 무사히 완주하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고 이후 전개된 푸가토는 하나로 통합되면서 실내악과 교향악의 교점에 도달한 멘델스존의 뿌듯한 성취에 절로 몰입되었다. 2악장의 중간 부분 단조의 선율이 나란한조인 Eb으로 제4바이올린과 장3도 밑의 3도음정으로 제1비올라가 만나 같이 하행하는 부분의 접점이 절묘했다. 제1첼로는 시종일관 안정적이며 부드러웠다. 앙코르는 안 그래도 마스크를 써서 잘 들리지 않은 상황에서 하필 첼로가 말하는 와중에 현을 그어대는 바람에 누가 특히 좋아해서 이 <대니 보이>를 선곡했다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오늘 음악회의 첫 번째 궁금증이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마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 좌로부터 바이올린 차민정, 김정, 비올라 김나영, 첼로 최혜인

2부의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에서 비올라 주자가 발밑에 뭔가를 놔두는데 전자악보 페달은 아닌 거 같고 그게 뭔지 궁금한 게 오늘 음악회의 두 번째 궁금증이다. 메트로놈인지 비올라의 템포가 굉장히 안정적이고 중심을 잡아주었다. 전체적으로 슈베르트는 빠르고 긴박했는데 개중에 비올라가 템포는 흔들림 없이 유지하며 강한 축으로 작용했다. 외성인 제1바이올린과 첼로가 하나의 접점을,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내성을 이루며 화음을 구성했다. 2악장의 제1변주에서 제1바이올린의 오블리가토와 왠지 기타의 현을 튕기는 듯한(아르페지오네로 연주하면 더 적합할만한) 피치카토가 사무치는 처량함을 더해주었는데 마지막 종지부분에서 살짝 어긋난 게 옥에 티였다. 그 흔들린 앙상블이 고스란히 제2변주까지 이어진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제2변주에서 앞의 피치카토와 같은 여린 음색으로 선율을 담당한 첼로는 4악장의 반음계로 이루어진 고집저음에 와서야 충분히 육중함을 과시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무엇보다 연주하는 사람도 고금의 명작을 무대에 올리며 희열과 보람 그리고 성취를 이루었을 것이며 듣는 사람도 실황으로 생생하게 클래식 현악 음악의 최고봉을 접한 묘합이었다. 아직도 알고는 있으나 믿을 수 없다. 멘델스존이 이런 곡을 16살에 썼다는 사실을.... 생일선물로 받은 악단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었을 터.. 타고난 재능에 부모의 재력, 아빠 찬스와 엄마의 양육이 접점을 이룬 묘합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으면서 <죽음과 소녀> 같은 작품을 남긴 슈베르트의 그림자는 더욱 크고 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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