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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00] 콘서트 프리뷰: 코리안심포니 실내악 시리즈 ‘멘델스존 & 슈베르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3.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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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천재 소년의 역작 ‘실내악과 교향악의 교점’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
- 실내악의 정점, 슈베르트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 3월 5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최고의 현악음악 성찬

불과 2주 전의 차이콥스키 한 다발에 이은 또 하나의 큰 선물이다. 최고의 현악 명곡들을 들을 수 있는 현악 음악의 성찬이다. 당신은 멘델스존 하면 어떤 곡이 떠오르는가?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4번? 결혼행진곡? 아니다! 당신은 슈베르트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가곡의 왕? 마왕? 들장미? 송어? 아니다! 두 사람의 실내악 작품, 특히나 현악4중주와 그것의 확대형 8중주를 듣기 전까지 두 사람의 진면목에 대해 안다고 단정 내리지 마라! 음악적 재능을 한 몸에 받은 신이 선택한 행운아(멘델스존의 이름 Felix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불세출의 천재다. 그 두 사람의 대표적인 실내악 현악 작품을 한자리에서 듣게 되었다.  

3월 5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선사하는 최고의 현악 음악 성찬

멘델스존이 16살에 작곡한 <현악8중주>는 17살 때 쓴 <한여름 밤의 꿈>과 더불어 멘델스존의 10대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이미 고등학생의 나이에 자신의 음악적 성취를 이루었고 위대성을 획득하고 최고봉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작품만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멘델스존의 음악적 업적은 영원하고 다른 어떤 이도 멘델스존의 천재성에 따라오지 못할 거라 장담한다. 마치 한 작곡가의 원숙기 또는 말년의 작품같이 이미 여기에 멘델스존의 모든 게 응축되어 있으며 그다음부터 나오는 작품들은 잉태된 유전자에서 파생되고 갈라져 나온 가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천재성은 타고나는 것이요 사는 날이 길다고 삶이 충실한 게 아니라는 평범하지만 왠지 체념하게 만드는 그 허무한 절대적 진리를 우리는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를 통해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현악4중주를 그대로 두 배로 확장한 현악8중주(슈베르트도 편성은 다르지만 8중주가 있다), 19세기 낭만음악의 경이라고까지 칭송되는 이 곡을 듣고 나면 경탄과 환호가 마구마구 터져 나올 거 같아 글을 쓰는 지금도 희열에 싸여 심장이 터저버릴 거 같다. 특히나 괴테의 <파우스트> 1부의 '발푸르기스의 첫 밤'을 읽고 작곡한 유명한 3악장만으로도 브람스가 한 말을 조금 더 비틀어 다른 작품들은 던져버려도 좋을 정도다! 

그 빛나는 신동 멘델스존의 천재성도 꼬리를 내리는 선배가 있다. 자신의 생일선물로 전용 오케스트라를 받을 정도의 재력가의 금수저 엄친아 멘델스존도 눈을 깔게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흙수저 슈베르트다. 신의 거룩한 은총과 불꽃은 슈베르트에게 한 세대 먼저 내렸다. 슈베르트의 요절은 멘델스존과 또 다른 후배 독일 작곡가인 슈만에게 슈베르트의 위대성을 세상에 증명하고 입증시키라는 사명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알았다. 슈베르트의 발표된 몇 개의 가곡만 듣고도 슈베르트 같은 창조자에게 더 많은 불멸의 창조물들이 있을 거라는걸. 그걸 발굴하고 알리며 기꺼이 슈베르트의 정신을 계승하는 게 그들에게는 크나큰 기쁨이요 보람이자 음악적 발전이기도 했다.

슈베르트는 단악장짜리를 제외하고도 15곡의 현악4중주를 남겼는데 그중 <죽음과 소녀>가 14번이다. 천상의 영감을 받아 서른하나에 죽기 전 넘쳐흐르는 생산력으로 미친 듯이 가속을 붙여 마치 더 이상 삶에 시간이 허용되지 않음은 알고 있는 듯써댄 슈베르트가 스물일곱이 되어서야 첫 번째 4중주곡을 썼고 4년 후 죽었다. 그 사이에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가 있다. 27살에 쓴 말년의 작품이다. 1817년, 슈베르트가 20살 때 작곡한 가곡 <죽음과 소녀>의 선율을 2악장 변주곡의 주제로 사용하였기에 이와 같은 제목이 붙어진 슈베르트의 14번째 현악4중주는 하나 더 뒤에 있는 15번과 현악5중주라는 또 하나의 걸작과 더불어 규모의 방대함, 화성의 대담함과 악기 사용과 형식의 확장으로 인해 멘델스존과 슈만 더 나아가 브루크너와 말러에게까지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총 12명의 코리안심포니 단원들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와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슈베르트가 31살에 죽어서 그렇지 멘델스존 역시 고작 38년을 살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슈베르트보다는 7년이나 더 산 셈인데 인간의 수명이 성취와 비례할까? 만약 이 두 사람이 더 살았다고 한다면 더 많은 음악적 유산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떠났을까? 아님 정체와 퇴행으로 아름다운 보물을 남겨둔 젊은 시절의 빛나는 업적에 먹칠을 했을까? 분명한 건 현악기로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작품 2개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거다. 단언컨데 각각의 곡이 끝나고 나면 감동과 환희에 가득찬 기쁨과 희망의 아우라가 IBK홀을 가득 채울 것이다. 꼭 가서 꼭 들어야 하는 음악회다. 그리고 행운이다.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31년 아니 62년, 93년을 살다 간다 한들 이 곡을 직접 무대에서 몇 번이나 연주하고 실황으로 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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