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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어떤 자서(自序)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3.02 20:44
  • 수정 2021.03.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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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서(自序)

이젠
다 글렀지만, 텄지만
그래도 끙끙
굵고 뜨겁게
쓰고 싶다
누고 싶다
내 친구 문달이처럼
기술 하나 부리잖고
퉤퉤,
때 빼고
광 내잖고

 

시작 메모
두 번째 시집 퉤퉤를 준비하면서 그 시작을 이렇게 하기로 했다. 제목과 자서로 쓸 게 이것저것 참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 버리고 말았다. 기술 하나 부리잖고 쓴다는 게, 자칫 껍적거리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애려운가. 지성의 중산층화, 감성의 중산층화, 감정의 중산층화, 영혼의 중산층화, 윤리의 중산층화, 신앙 하다못해 가난의 중산층화까지, 싫고 구역질 난다. 모르면 몰라도 내가 쓸고 가는 바운더리 곳곳에도 엄청 많이 묻어 있을 게다. 아무튼 누겠다는 데야 무슨 기술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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