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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먼 이야기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1.03.0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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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이들은 엉망인 하루를 보낼 거야

 

은밀하게 허리에 빨간 줄을 그은 이들

 

탐닉하는 얼룩이 번지고 또 번지게 될 거야

지겹다고 멈출 수는 없지 머물다가 돌아갈 거야

 

세상은 네모난 것이라고 중얼거릴 거야

평평한 도로밖에 발견하지 못하고

둥근 것은 동전 뿐이라고

세모난 얼굴을 향해

자꾸만 뿌려줄 거야

 

지진을 피하다가 무너지는 사람 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할 거야

 

그러다 지긋지긋한 대물림을

되갚아주지 못하게

빨간 선을 또 다시 그어줄 거야

 

또 다시 갈라진 틈에 발바닥을 끼우며

주운 동전들을 모아 세모난 집터를 찾겠지

나는 그 집에 살지 않을 거야

 

각진 성냥으로 엉망으로 불을 그릴 거야

흩어지는 둥근 것을 찾게 할 거야

 

멀었던 시야로 가까운 길을 마주하면

이들은 맨몸인 채로 가려운 등을 긁겠지

긁다가 동그란 피가 맺히면

남모르게 서로를 다시 핥아주다

 

혓바닥이 네 갈래로

갈라지고 말 거야

모든 틈새에 내가 누워 있을 거야

 

이들은 도로 위에 거짓말처럼 멈춰 서서

빨간 선을 발끝으로 밟게 될 거야

 

공중을 거니는 방법은 찾지 못할 거야

 

그러다 나를 발견할 거야

 

나를 바라보면 옛날 얘기를

느리게, 느리게 들려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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