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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90] 설 명절 연휴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2.13 11:38
  • 수정 2021.02.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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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은 코로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 제한령과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인해 직계 가족임에도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불행하고 불운한 명절이자 연휴이다. 예전의 북적거리던 명절의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 야기된 대격변으로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비대면 영상으로 세배를 드리고 카카오 페이로 세뱃돈을 받으며 먹을 사람 올 사람 없다 보니 명절 차례상이 간소화되어 여자들의 육체노동과 그 사이에 낀 남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에서도 자연스레 벗어난 뉴노멀 풍습이 되었다. 나흘간의 설 명절 연휴는 혼자서도 심심치 않은 볼거리, 놀거리 천지다. 이젠 욜로적의 삶이 익숙해져가는 마당에 텔레비전,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영상시청으로 눈만 혹사시키지 말고 음악도 좀 듣자. 이번 설 명절 기간동안 귀를 호강시켜줄 상황별 들으면 좋은 맞춤 클래식 명곡들을 소개한다.

민족 대명절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라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른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방역지침에 동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전남 강진군 병영면 전라병영성 동문 주변에 설치돼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라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른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방역지침에 동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린 전남 강진군 병영면 전라병영성 동문 주변, 사진제공: 강진군청

① 보고 싶고 그리운 가족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심정을 달래기 위한 노래: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2번>의 네 번째 곡: 솔베이지의 노래

간편화된 의식으로 몸과 마음은 편안해 졌지만 그래도 가까운 일가친척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가득하다. 노르웨이 태생의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에 붙인 그리그가 붙인 24곡 중 하나로 방랑의 길을 떠난 탕아 페르귄트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의 연인 솔베이지의 가련한 순애보다. 결국 늙고 지치고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반백이 되어 버린 솔베이지의 무릎에 지친 심신을 누이고 안식에 들어가는 페르귄트를 뒤따라가는 솔베이지가 부르는 노래...

② 도대체 우리가 뭔 죄여? 몇 달째 외출 휴가 제한으로 부대 밖에 나오지도 못하며 대한민국의 산아를 지키는 국군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

1869년 11월 수에즈운하 개통을 기념하여 이집트왕이 수도 카이로에 건립한 오페라극장 개막식을 위해 베르디에게 위촉한 4막 7장으로 이루어진 오페라 <아이다>의 2막 2장에 나오는, 이집트군이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전승을 축하하는 곡이다. 궁정 앞에 개선문이 세워지고 국왕을 비롯하여 백관들이 도열한 가운데 신과 조국을 찬양하는 대합창이 개선군을 맞으며 트럼펫의 승리의 개가에 맞춰 보무도 당당하게 입성하는 군대, 코로나19와의 전쟁의 최전선에서 온갖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백절불요의 자세로 싸우는 우리 용감하고 자랑스러운 군인 장병들에게 바친다.

③ 입춘도 지나고 미세먼지만 없다면 더할 나위 없는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에 집콕만 할 수 없다. 마스크를 쓰고 가볍게 주변 산책을 하거나 가족들과 나들이라도 다녀와야지 그것도 못하게 하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 나들이에 어울리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0대 중후반 이상이면 다 알지 않을까? 예전 수재들만 나와서 자신의 실력을 겨루었던 '장학퀴즈'라는 프로그램의 오프닝 시그널 음악으로 쓰여 미래 나라를 이끌 젊은 동량들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선의의 경쟁에 선망이 일고 괜히 배가 아프게 했던 밝고 경쾌했던 그 음악, 이 위대한 작품이 실은 고안된 후 30년 동안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않은 악기를 위해 쓰였다는 사실은 수재가 아닌 범인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된다. 운이 없어, 때를 못 만나, 타이밍이 어긋나서 그저 제대로 목소리도 한번 내보고 휩쓸려 떠내려가는 거 투성이인 마당에 이런 '작은 것들'을 위해 응원하고 언제 가는 빛을 볼 거라는 확신하게 오늘도 정진하게 만드는 희망의 찬가가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이다. 이 음악과 함께 발걸음도 가볍게 몇 발짝 걸으면 긍정의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온다. 지금의 코로나 재앙을 합심해서 이겨내면 나중엔 이때를 웃으면서 회상하는 날이 있으리! 파이팅!

④ 이도 저도 싫다. 명절 연휴 기간에 집돌이, 집순이로 오직 잠만 자면서 게으름을 만끽할 거야, 리스트의 3개의 연주회용 에튀드 중 <Un Sospiro> (탄식)

제목부터 탄식이다. 한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848년 발표한 <3개의 연주회용 에튀드>를 출판한 곡 중 세 번째 배치되어 있는데 제1곡은 <슬픔>, 2곡은 <경쾌>라고 명명돼 있다. 리스트의 곡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중에 하나인데 고향에 가지도 못하고 코로나로 괴로워하는 현 인류의 상황에 탄식과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실 제목은 리스트가 직접 붙인 게 아닌 출판업자 작명이라는 게 함정... 하지만 듣고 있으면 왼손의 아르페지오에 얹어 있는 장중하면서도 깊이 있는 Db의 선율이 절로 위로와 안식을 선사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면의 밤과 삶의 무게를 덜어주며 장우단탄하다. 듣다가 직접 치려고 피아노 앞에 앉으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왼손의 도약이 심한 아르페지오가 너무 어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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