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용원 음악통신 385] 열린음악회에서의 드보르작 Song to the Moon 논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2.03 10:29
  • 수정 2021.02.19 09: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악을 음악 외적인 용도로 이용해 개인 출세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이나 음악을 음악 외적인 요소로 색안경을 끼고 논란을 만드는 사람이나 경멸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이던 지난 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울려 퍼진 노래 ‘Song to the moon’의 파장이 '문비어천가'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영문 성(姓) 표기는 ‘Moon’이며 지지자 사이에선 문 대통령을 ‘달님’이라고 애칭되니 마당에 열린음악회 마지막 곡으로 선택된 ‘Song to the moon’이 문 대통령의 69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노래가 아니냐는 얘기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었고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최근 5년간 KBS 라디오와 TV에서 ‘Song to the moon’ 음원을 사용한 적이 있는지 내역을 제출하라고 KBS에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KBS에서 돌아온 답변은 5년간 단 두 번이었으며 그것도 두 번 모두 열린음악회였다고 한다.

지난 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방송된 ‘Song to the moon’ 사진 갈무리: 열린음악회 

KBS가 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달 24일 '열린음악회'에서 방송된 모든 곡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연자를 존중해 제작진과의 협의를 통해 선정됐다"며 "그 과정에서 주제를 벗어나는 어떤 의도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당시 방송은 영화음악을 주제로 해 출연자가 전달한 세 곡 중 편성 길이를 고려해 영화 '오페라의 유령' 삽입곡과 함께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삽입곡인 '송 투 더 문'을 최종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KBS는 송 투 더 문이 열린음악회 509회(2003년 8월 24일)와 673회(2007년 1월 14일), 786회(2009년 4월 12일), 803회(2009년 8월 9일), 1천228회(2019년 1월 27일)에 방송됐다고 밝혔다.(이걸 조사하기 위해 애쓴 직원분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게 인력낭비라는 거다!)

소프라노 강혜정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그래서 방송에 나와 떠드는 패널들이 '출연자'라고 호칭하더라) 그리고 드보르작 더 나아가 음악 자체에 대해 무지하고 예의도 없는 사람들이,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와 거기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Song to the moon'의 내용과 선율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제목에 달, moon이 나온다고 억측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생일쯤에 맞춰 '출연자'가 이 노래를 선곡한 의도를 분석하고 왜곡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며 KBS가 이런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작년 애국가의 북한 노래 유사 삽입까지 음악 외적인 정치 수단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모든 행위는 피아 구분 없이 혐오한다.

오페라 '루살카'는 인어공주와 매우 흡사한 체코 동화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로, 해당 곡은 호수에 살고 있는 인어 루살카가 왕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달에게 부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곡에는 "하늘의 달님이여, 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 온 세상을 거닐며, 인간들의 집안도 내려 보십니다" "오 달님, 부디 떠나가지 말아요" 등의 가사를 포함하고 있다.(항상 가사로 시비를 건다. 문맥과 내용의 연관성은 중요치 않다. 음악을 음악으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며 앞으로도 작곡의 의도와 배경과는 무관한 노래의 가사와 사회현상의 결부로 야기될 논쟁들은 계속돼서 발생할 것이다고 장담하고 정작 음악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소프라노 강혜정에게 한번이라도 사실 확인(그녀의 정치적 성향,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 주 레퍼토리, 가수로서의 캐리어) 등을 조사했다고 하면 드보르작의 노래와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엮는 기발한 착상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거다. 강혜정은 아마 지금까지 무대에서 이 노래를 수천번을 더 넘게 불렀을테고 필자 역시 강혜정의 노래로 이 노래를 라이브에 음원, 방송 등으로 들은 것만 해도 수회가 넘으며 더 나아가 이 노래는 클래식 음악 사이에서는 흔하디흔한 대중 아리아에 불과해 중학생들의 과제곡에도 속할 지경인데 이미 백골이 되어 유럽의 중앙 보헤미안에 잠든 드보르작이 자신의 아리아가 이역만리 알지도 못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논쟁거리로 언급된다는 사실에 벌떡 무덤에서 일어날 지경이다. 강혜정도 실수 했다. 왜 하필 자신이 가장 잘 부르는 아리아를 선곡해서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려고 했는가, 'Fly me to the moon'을 불렀다면 이런 자다가 봉창 뚜드리는 소리들은 듣지 않았을까?

부디 자중하자.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봉합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지지세력과 표를 의식하고 어떻게라도 상대방을 공격하고 분열시키기 위해 네거티브를 남발하는데 그러지 말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KBS의 역대 연봉을 비판하던 중 "대통령 생일날 'song to the moon'을 방송하는 방송국 치고는 지나치게 높은 고액 연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얼마 전에 불거진 KBS 직원의 고액 연봉 이슈 그리고 수신료와 연계시키고 있다. 음악은 빌미에 불과한 셈이다. 여당 의원들 중에서도 베토벤의 피아노 14번 '월광'(moonlight)을 연주하며 대통령 생일을 축하한다는 축전을 보내고 칭송하는 오글거리는 행위를 하니 이런 오해를 받는 거다. 부디 음악은 음악일 뿐, 오해하지 말고 오독하지 말고 오용하지 말라!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