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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그럼에도 믿는다는 건

모은우 전문 기자
  • 입력 2021.01.3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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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

차의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있던 춘식은 조수석에 앉아있던 형우에게 그렇게 말했다.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집 밖을 나선 형우는 교회 청년회에 소속된 춘식의 차를 얻어 타고 교회로 향하는 중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셨는데요?”

형우가 춘식에게 묻자 춘식은 차를 잠시 멈추면서 조수석 쪽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사람 보여?”

춘식이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한 중년남성이 점퍼 차림으로 가로등 근처에 놓인 종이박스를 줍고 있었다.

. 아시는 분이세요?”

알긴 알지. 근데 웃긴 게 뭔 줄 알아? 저런 사람도 목사야.”

목사요?”

형우는 놀라 폐지를 줍고 있는 중년남성을 자세히 보았다.

옷차림이 목사님처럼은 안 보이는데요? 그리고 보통 목사님이면 지금쯤 새벽예배를 보고 있어야 할 시간이잖아요.”

새벽 예배에 참석할 교인조차 없는 개척교회거든. 전에 잠깐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데 상황이 꽤 힘든 가보더라고. 우리 교회는 엄청 크잖아. 그러니 근처에 있는 저런 개척교회가 살아남기는 힘들겠지.”

아무리 그래도 목사가 폐지를 줍는 건 좀........”

그러니까 갈 데까지 간 목사라는 거지. 나이도 많은데 새벽예배는 내팽겨치고 저렇게 폐지나 줍고 있으니. 누가 그런 교회를 다니고 싶겠어.”

춘식의 형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폐지를 줍고 있는 목사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때 폐지를 줍던 목사가 몸을 일으키곤 근처에 서 있는 춘식의 차를 바라보았다.

형우와 목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춘식은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니까 아까 하려던 말이 뭐였냐면 아무리 늙어도 폐지 줍는 노인네는 되지 말자는 거지. 살면서 그것만큼 서글픈 게 없잖아.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어도 돈이 없으면 무조건 불행해 지는 거야. 형이 하고 싶은 말 무슨 말인지 알지?”

하긴 그렇긴 하죠.”

형우 너도 집안이 좀 어렵다고 했지? 이번에 대학 등록금은 다 마련한 거야?”

어떻게 마련은 하긴 했어요.”

형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형우는 사람들이 말하는 한부모 가정이었으며 몸이 아프신 어머니가 벌이를 도맡아야 하셨기에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등록금도 힘들게 마련한 처지였다. 형우는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여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할 계획이었다.

형우는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어머니가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셨을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분명 친척 분들에게 손을 벌려서 빌려오신 돈일 터였다. 등록금은 마련되었지만 기타 잡비는 그가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해야 할 상황이기도 했다.

형우는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어 춘식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형, 학생부 친구들한테 들었는데 형 주식투자를 잘 하신다면서요?”

그냥 운이 좀 좋았어. 남들처럼 엄청 번 건 아닌데. 내가 투자한 건 한 두 배 정도 뛰었을 걸?”

두 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형우의 가슴은 흥분으로 살짝 떨렸다.

그거 투자한 거 회수하면 오래 걸리나요?”

아니. 나는 아는 친구가 펀드매니저라서 한 번 돈 넣으면 최소 일주일이나 이주일 안에 돈이 따박따박 나와. 왜 너도 투자하게? 학생이면 공부를 해야지. 벌써부터 돈 생각하며 못쓴다.”

어차피 대학교도 다 정해졌고 이제는 공부할 필요도 없어요. 사람들이 주식, 주식 노래를 부르니까 좀 관심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고.......”

얼마 있는데? 그럼 그냥 형이 대신 투자해줄까? 펀드매니저한테 맡긴 셈 치면 되잖아. 내가 너한테 수수료를 받을 일도 없고.”

정말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어요?”

그래. 내가 해줄 게.”

 

 

춘식과 형우가 교회에 도착했을 때 마침 예배실 문이 열리며 젊은 목사가 나오다가 두 사람과 마주쳤다. 형우가 다니는 교회에는 수석목사와 부목사, 이렇게 두 명의 목사가 예배를 담당하였는데 방금 문을 열고 나온 젊은 목사는 부목사 직책을 담당하고 있었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그래. 요즘에는 새벽기도회에 열심히 참석하는구나.”

수능도 예전에 끝났고 갈 학교도 결정했으니까요. 이제는 새벽공부를 할 필요가 없거든요.”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춘식이 부목사에게 살갑게 인사했지만 웬일이지 부목사는 춘식의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춘식씨.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 얼마든지 좋습니다.”

형우. 너는 먼저 들어가 있으렴.”

부목사의 권유에 형우는 먼저 예배실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부목사의 심각한 얼굴을 봤던 형우는 두 사람의 대화가 궁금해 예배실 문에 몸을 대고 그 너머로 들려오는 대화를 들었다.

하실 말씀이 뭡니까. 목사님.”

춘식씨. 요즘 청년부 뿐 만이 아니라 학생부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고 다닙니까?”

. 애들이 착하더라고요. 제가 나이가 많은데도 허물없이 잘 따라주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얼마나 만나셨죠?”

말씀하시는 의도를 잘 모르겠는데요. 그게 부목사님께 중요한 일입니까?”

두 사람의 대화의 분위기는 점점 냉랭해져 갔다.

대답하세요. 요즘에 아이들 개인적으로 얼마나 만나셨습니까.”

근래에 주말에 애들 불러서 좀 놀고, 큰 차 하나 렌트해서 애들이랑 같이 바닷가 놀러 다녀온 게 답니다. 개인적으로 애들이랑 놀고 친하게 지내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애들을 챙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부목사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는 듯 하다 겨우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춘식씨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다가 춘식씨가 애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듣자하니 요즘 애들을 주식이야기로 꼬드긴다는 데. 벌써부터 애들이 그런 것에 물들면 되겠습니까?”

말씀을 이상하게 하시네요. 애들을 꼬드긴 게 아니라 궁금해 하기에 그냥 이야기해준 것뿐입니다.”

부목사와 춘식은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지만 다른 교인이 교회의 안으로 들어왔기에 두 사람의 대화는 곧 끊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형우는 요즘 들리던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춘식이 본 교회의 청년부로 들어오기 전, 청년부와 학생부는 전적으로 부목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체제였다.

그렇지만 춘식이 들어온 이후, 춘식은 짧은 시간 내에 청년부와 학생부의 인원들을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였으며 그로 인해 부목사는 청년부와 학생부 인원들의 관심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춘식과 부목사간에 알력다툼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얼마 전부터 교회 안에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

 

 

얼마 뒤 형우가 주말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 교회에 방문했을 때 먼저 와있던 학생부 친구가 그에게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의 표정을 보았을 때 형우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형우야. 큰일났다. 너 춘식이 형 소식 들었어?”

?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아까 교회에 경찰이 다녀갔는데 춘식이 형이 사기꾼이었데.”

? 그게 무슨 소리야?”

형우는 마음속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우리한테 말했던 것들 다 거짓말이었고 청년부랑 다른 어른들한테 돈을 마구잡이로 빌리고 다녔나봐. 지금 떼먹고 다닌 돈만해도 수 천 만원이 넘는데.”

아니.......그 형이 그런 사람이었다고?”

형우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친구는 다급하게 형우에게 물었다.

맞다! 너 춘식이 형이 너한테 주식이야기 한 적 있어?”

친구의 물음에 형우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

나도 그 형이 주식 투자 대신해준다고 해서 돈 조금 준 적이 있어. 그렇게 큰돈은 아니었는데 너 혹시 그 형한테 큰 돈 맡긴 건 아니지?”

형우의 귀에는 친구의 목소리가 마치 머나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형우는 어머니께 받았던 등록금을 전부 춘식에게 넘겨주었던 것이다.

 

 

춘식이 사기꾼임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그가 경찰에게 넘겨 진 뒤, 형우는 춘식이 사기를 통해 자신에게서 뜯어간 돈을 돌려받을 수 없음을 실감하였다. 춘식은 빌린 돈들 대부분을 유흥에 탕진해 버렸으며 워낙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였기에 형우가 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위가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매우 뒤쪽으로 밀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형우나 그 친구들이 춘식에게 주식투자 명목으로 주었던 돈은 단 1원도 투자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때 예배에 참석했던 형우는 부목사에게 이끌려서 예배실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무대 위에 서게 된 것은 형우 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춘식과 친하게 지냈던 학생부의 아이들이 부목사의 손에 모조리 끌려 나와 교인들의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형우는 그 자신이 죄인이 된 것처럼 느꼈다.

앞에 나온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인들의 시선은 각양각색이었다.

아이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이.

또한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

그리고 아무런 관심도 없이 바라보는 이들까지.

그 모든 시선이 형우에게는 날카로운 칼처럼 느껴졌다. 교인들이 숨을 죽인채로 수군거리는 소리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마음을 아프게 찔러댔다. 그들의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형우는 고개를 돌려 마이크를 들고 있는 부목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였다.

자신은 승리자라는 환희가 가득한 그런 얼굴.

부목사는 마이크를 입에 대고 자신의 승리를 선포하였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여기 있는 가여운 어린 양들을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부목사는 손을 들어서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이번에 이 신성한 하나님의 성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뱀과 같은 악인이 여러분들 안에 숨어 들어서 그 독니를 들이밀고 순수한 어린 양들을 꾀어내었습니다.”

형우의 눈에 지금의 부목사는 목사가 아닌 한 명의 연극배우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간악한 뱀이 어떠한 방법으로 어린 양들을 유혹하고 악에 길로 빠져들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기꾼의 사악한 의도를 낱낱이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지혜를 하나님 아버님이 주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멘!

교인들의 사이에서 일제히 터져 나오는 한 마디.

부목사의 일장 연설은 점점 더 열기를 띄어갔다.

그러나! 저희 힘이 미약하여 이 가여운 어린 양들이 그러한 길에 빠져들게 된 것을 막지 못하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그 사기꾼에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들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이 아이들의 죄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그저 어리기에 그러한 꼬임에 넘어간 것뿐입니다. 한순간의 욕심 때문에 잠시 하나님의 길에서 멀어졌던 것뿐입니다. 자 모두 이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합시다. 이 아이들이 다시 하나님의 길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며 다 함께 기도를 드리도록 합니다.”

부목사의 말에 교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기도에 들어갔다.

이제 클라이막스에 들어가는 예배.

하나님 아버지!”

부목사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닿을 수 있도록 마치 락커처럼 고개를 뒤로 젖히며 외쳤다.

여기 있는 어린 양들을 버리지 마시옵고!......”

모두가 기도를 올리는 가운데 어느 순간 죄인이 된 아이들은 교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무대의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아니. 그들은 버려졌다.

교인들의 기도가 끝나자 끔찍한 예배의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형우는 돌처럼 얼굴이 굳어진 채 학생부의 친구들을 따라서 줄을 지어 연단을 걸어 내려왔다.

연단을 내려오면서 형우는 수치심에 주먹을 꽉 쥐었다.

그것은 하나의 쇼였다.

악한 뱀을 쓰러뜨리고 다시금 신성을 회복했음을 알리는 쇼.

지금까지 악마와 싸우고 있던 부목사의 권력이 다시금 회복되었음을 널리 천명하는 쇼.

그날 예배가 끝난 뒤, 연단으로 끌려 나와야 했던 8명의 학생부 인원들은 모두 교회를 그만두었다.

 

 

형우는 끝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께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등록금을 잘 입금했는지 물어보셨을 때 형우는 수치심에 잘 처리했다고 감정적으로 대답해버렸다.

입학 첫 날. 어머니는 형우를 대학교의 교문까지 데려다 주셨다. 형우는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음에도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면서 교문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에게는 그저 타인들의 공간이었다. 교문 안쪽으로 멀찍이 들어가 숨어있던 형우는 더 이상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겨우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봄의 꽃샘추위는 형우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목적 없이 서성이던 형우는 문득 교문의 한쪽에 테이블을 놓은 채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율무차를 나누어주는 부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추위에 떨던 형우는 그 부부에게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자 부부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우며 큰 보온통에서 율무차를 한 잔 따라 형우에게 건네주었다. 그 율무차를 받은 형우는 그 부부를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부부 중 남편 쪽은 일전에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던 바로 그 목사였던 것이다.

학생. 벌써 수업이 끝난 건가?”

목사는 미소를 지으며 형우에게 물었다.

아뇨.......”

형우는 목사 부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봉사 나오신 건가요?”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오늘 같은 날에는 학생들이 추워할 까봐. 이런 율무차라도 있으면 한결 따뜻해지니까.”

“......좋은 일 하시네요. 정말에요.”

형우는 그 목사의 사정이 얼마나 힘든 지를 춘식에게 들은 적이 있기에 차안에서 목사를 무시했던 그 자신이 창피해졌다. 형우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본 목사의 부인은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학생이 무슨 일이 있나보네.”

걱정하는 목소리에 형우는 참아왔던 감정이 울컥하면서 목구멍의 안쪽으로 밀려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냥.......제가 사기를 당해서 학교에 못 들어오게 되었는데 어머니께 차마 말씀을 못 드렸어요. 멍청해서 사기를 당해놓고도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속이고 있잖아요. 어머니께 죄송해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형우가 울먹거리자 목사는 손을 들어서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학생이 여기 오기 전에 자네 어머니께도 차 한 잔 드렸어. 어머니랑 자네가 건너편에서 들어오는 것을 봤거든.”

그러셨어요?”

. 어머니가 잠깐 자네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들을 사랑하고 계시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지. 그런 어머니가 자네가 실수했다고 해서 자네를 책망하실까? 하나님 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양들을 용서하시듯이 자네 어머니도 언제든지 자네의 편이 되어주실 거야.”

어느 순간 하늘에서 눈송이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목사의 말에 형우는 어머니가 나가셨을 대학교의 교문을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그 교문을 바라보고 있던 형우는 어느덧 마음을 굳혔는지 고개 숙여서 목사 부부에게 인사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 빨리 어머니께 가보게.”

목사 부부의 배웅을 받으면서 형우는 교문의 밖으로 뛰어나갔다.

형우는 교문에서 자신을 배웅해 주시던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형우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러움이 녹아내리는 눈물이었다. 사기꾼이 충분한 벌을 받은 것도, 형우가 잃어버린 돈이 다시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우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하나님 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양들을 용서하시듯이 자네 어머니도 언제든지 자네의 편이 되어주실 거야.’

목사님이 말씀해주신 그러한 믿음을 가슴에 안은 채 형우는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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