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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 푸른 소용돌이

모은우 전문 기자
  • 입력 2021.01.3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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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우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의 눈앞에는 푸른색을 띄고 있는 타원형의 소용돌이가 거울처럼 서서 맹렬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평소에 게임과 영화를 좋아했던 형우는 그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은 굉장히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형우가 자신의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그의 방 한 가운데에 나타난 차원의 문은 지금 그의 시선을 온전히 빼앗고 있었다.

형우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의 무릎에 앉아있던 애완고양이가 바닥으로 사뿐히 뛰어내렸다. 고양이가 바닥에 내려서면서 목에 걸린 방울이 딸랑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형우는 조심스럽게 차원의 문으로 다가갔다. 차원의 문은 마치 잘 닦인 창문처럼 매끈했으며 종이보다도 얇아서 옆쪽으로 돌아가면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뒤쪽에서 보아도 마찬가지로 형우가 차원의 문 뒤쪽으로 돌아가자 소용돌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형우가 다시 반 바퀴 빙 돌아 나오면 차원의 문은 멀쩡히 모습을 드러냈다.

상식을 벗어나버린 이상한 현상에 압도된 형우는 우선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눈앞에 있는 것이 정말 차원의 문인지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형우는 자신이 아까까지만 해도 노트필기에 사용하고 있던 지우개를 집어 들었다.

형우는 차원의 문으로 지우개를 집어던졌다. 놀랍게도 지우개는 차원의 문을 통과해 그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이것으로 차원의 문으로 들어간 것은 어디론가 사라버린다는 것이 분명해 졌다.

대체 저 지우개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형우가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순간 방안을 거닐 던 고양이가 폴짝 뛰어오르더니 그 차원의 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 안 돼!”

형우가 말릴 틈도 없었다. 형우는 고양이가 사라져 버린 차원의 문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차원의 문이 어디로 연결되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차마 차원의 문을 넘을 수 없었다. 그때 형우는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계실 어머니가 떠올랐기에 서둘러서 방을 빠져나와 부엌으로 뛰어갔다.

엄마! 고양이가!”

부엌으로 나간 형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 벌써 숙제 끝났어?”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던 형우의 어머니는 형우가 나오자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은 형우가 알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모습은 그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던 동물인간에 가까웠다. 전체적인 모습은 인간이지만 얼굴과 팔등 옷의 바깥으로 빠져나와있는 부분들은 전부 고양이를 연상하게 하는 털북숭이의 모습이었다.

지금 밥 먹을 거야?”

형우의 어머니는 고양이의 손으로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어 식탁에 올렸다. 얼이 빠진 채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형우는 식탁을 차리고 있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차원은 문은 여전히 그의 방 안에서 바람개비처럼 회전을 하고 있었으며 그 차원의 문으로 나갔던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형우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형우는 손을 들어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따끔.

볼을 꼬집은 형우는 볼에서 날카로운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본 형우는 그야말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의 팔 역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털북숭이 고양이의 팔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볼을 아프게 했던 건 날카롭게 돋아난 손톱이었다. 형우는 황급히 자신의 책상으로 가 책상 위의 탁상거울을 집어 들어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명백하게 고양이로 보이는 얼굴이 거울 안쪽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형우는 망연자실해져 거울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때 형우는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교과서가 바뀌어 있는 것을 눈치 채었다.

형우는 펼쳐져 있는 교과서를 읽어 내려갔다.

[고대의 생물종과 현대의 생물종은 어째서 형태상에서 이토록 큰 차이를 지니게 되었을까? 고대의 생물종이 서서히 진화를 거듭하여 지금의 생물종을 이루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특히 단순한 형태의 생물종에서 어느 순간 급격하게 단계를 뛰어넘은 진화를 이루었다는 것이 화석을 통해서.......]

형우는 교과서에 첨부된 사진을 확인했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는 고양이 화석이었다. 그 고양이 화석 안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목에는 마치 방울로 보이는 물체가 달려 있었다.

형우는 고개를 돌려서 차원의 문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럼 저 차원의 문을 통과하면 아주 먼 고대의 시간대로 가버리는 거야? 그리고 넘어간 그것들이 지금의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거고?’

부스럭.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리에 형우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방의 한쪽 구석이었다. 그곳에는 형우가 키우는 고양이가 사용하던 캣타워가 놓여 있었다. 캣타워는 원목으로 되어있었고 3층 높이였는데 캣타워의 가장 아래쪽에 박스 형태의 고양이 집이 마련되어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바로 그 고양이의 집 안에서 나고 있었다. 형우는 그 안에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양이 집의 안쪽은 그늘이 져 있었기에 선 채로는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가 없었으며 원래 그 집을 사용하고 있던 그의 애완고양이는 차원의 문을 통과해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형우는 마른 침을 삼켰다.

우리 집 고양이가 차원의 문을 넘어가서 현대는 고양이가 인간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되었어.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대체 무엇을 애완동물로 키우면서 살고 있는 거지?’

부스럭.

다시금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 형우는 고양이 집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었다. 몸을 낮춘 형우는 고양이 집 안에 있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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