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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82] Critique: 앙상블 이볼브의 온새미로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30 09:29
  • 수정 2021.01.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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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홀

클래식 음악 자체로는 시장성이 전무하고 대중성이 없다 보니 일회성으로 접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라도 음악을 이해와 소개를 시키기 위해 언어로 설명하는 무리수를 두다 보면 항상 췌언이 들어가고 음악 외적인 흥미 위주의 가십으로 어필하게 된다. 음악작품 자체에 탐닉하고 이해도가 깊으면 깊을수록 음악회장에서의 소개와 설명은 불필요하다. 어서 빨리 그 자체를 감상하여 음악과 연주에서 오는 감동과 무아에 빠져들 건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비평적, 감상적 태도는 점점 분리만 되어간다.

좌로부터 바이올린 고주철, 피아노 에드윈킴, 첼로 김도연 그리고 베이스의 고로헌으로 구성된 앙상블 이볼브

앙상블 이볼브의 리더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드윈 킴(바하랑)은 충분히 관객을 매혹, 경탄 시킬 뛰어난 연주력을 보유한 피아니스트다. 깔끔한 제스처와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매끄러움, 슈베르트 건반 음악 특유의 오른손에서의 옥구슬 굴러가는듯한 음표들을 미스터치 하나 없이 구사하는 운동력, 정확하고 안정적인 리듬감과 튼튼한 구성력에 다이내믹의 폭이 큰 타건까지 음악인으로서 기초와 기본이 튼튼해 보였다. 즉 연주만으로도 그가 보유한 예술성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런데 앙상블 리더라서 기획과 운영까지 해야 돼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마이크를 들었을 땐 음악 외적인 사항에 음악을 결부시키고 원형과는 상관없는 부수적이고 주관적인 해석과 설명이 들어갔다. 그러지 않더라도 피아노와 앙상블에만 집중하더라도 관객을 음악으로 충분히 설득시킬 월드 클래스 연주자임에도 말이다.

결과론적으로 케빈 풋츠와 슈베르트의 순서를 바꾼 건 잘한 일이다. 음악적 환희와 연주의 즐거움, 앙상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천상체 슈베르트 대신 2부에 현대음악을 배치한데 입장 전부터 살짝 의구심이 들었었다. 케빈 풋츠의 작품을 알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해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웠을 뿐 슈베르트와 같은 앙상블적인 호흡과 재미가 풍성한 작품이려니 했는데 역시나(?) 시사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이었다. <‘The Red Snapper(빨간 도미)>라는 제목의 5중주는 작곡 배경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도미의 일생에 삶을 투영하는 건 필자가 무지하고 공력이 딸려 도저히 못하겠더라. 도미든 송어든 음악적 내용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제목에 감상 포인트를 연결한다면 도리어 길을 잃고 헤맨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를 연상시키는 대위법적인 1악장의 도입부와 윤회되어 맞물리는 4악장에서 저음 악기들의 음정 사이로 첼로-비올라-바이올린의 순으로 제시되는 주제가 3악장의 콘트라베이스를 제외한 현의 화음선에 나오는 피아노의 선율과 변주되어 맞물리는 콘트라베이스의 워킹 베이스를 반주로 등장하는 비올라의 선율과 함께 인상적이었다. 2악장의 피치카토는 별 효과도 없으면서 어렵기만 해 연주자만 경직시킨다. 안 그래도 약음기까지 달아 물결치듯(여기서 도미가 물살을 가른다? 이런 표현이 주관적이란 거다) 무궁동으로 쉴 새 없이 흐르는데 까다로운 리듬까지 가미되었다면 그만큼의 타당성이라도 있어야 한다.

앙상블 이볼브의 케빈 풋츠와 슈베르트 5중주 연주회

슈베르트 5중주는 1악장 발전부 초입의 바이올린 선율에 이어 콘트라베이스의 육중한 저음이 대조를 이루면서 이동성이 고음 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할 수밖에 없는 첼로와 베이스 두 대의 빠른 유니슨 프레이지까지 효과적이었으며 2악장의 비올라로 제시되는 애수 넘치는 f#-minor의 2주제는 너무나 달콤 쌉싸름했다. 3악장은 그전까지의 우아와는 다르게 격렬해서 깜짝 놀랐다.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3악장 스케르초에서 중심을 잡고 박자감을 유지해준 공신은 콘트라베이스다. 피아노 에드윈킴과 베이스 고로헌이 공통점이 많다. 4악장의 5변주에 가서야 우리의 첼로가 과감하고 유려하게 맑은 강물에서 내가 주인공이야 하면서 뽐낸다.

말을 통해 음악작품을 순수하게 예술적으로 재생산하려는 초점 대신 토스카니니의 건조한 언급처럼 송어도 아니고 도미도 아니고 Piano Quintet요, 가곡 송어 주제에 의한 5개의 변주곡 Andantino(느리게)로 언급은 족하다. 2악장 중간 부분 B 단락의 G장3화음이 페르마타가 울리자 참지 못하고 악장 사이도 아닌 2악장 곡이 끝나지도 않은 부분에서 객석의 한 여자분이 자기도 모르게 왜 손뼉을 쳤겠는가. 그게 음악의 힘이요 오늘 앙상블 이볼브 연주회의 연주력 척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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