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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78] 무단도용과 복붙으로 야기된 손창현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점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20 09:24
  • 수정 2021.06.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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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뿌리'로 2018년 백마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민정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도용됐으며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하였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라고 SNS에 글을 썼다. 이 게시물은 올라오자마자 2만 리트윗을 받으며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는데 현재 김민정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무단도용한 사람을 고소 준비 중에 있으며 다수의 언론사의 인터뷰에도 응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소설 '뿌리'를 도용한 남성은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사진 갈무리: 손창현 페이스북

19일 오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 '손창현'이라는 이름이 상위 20위권에 올라오면서 각종 문학 공모전에서 도용한 작품으로 수상했다는 의혹을 받는 남성이 공모전에 출전하며 쓴 이름으로 밝혀졌다. 도용 의혹에 휩싸인 손창현 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 작가도 소설가도 아닌데..."라고 글을 올리며 '포천38문학상' 상패와 수상작품집, 관련 기사 등 인증 사진을 올렸다. 영남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공모전 출품을 위해 준비했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구글링 중에 한편의 글을 발견하게 되고, 그 글로 여러 곳의 문학상에 공모를 했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으며 S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문학상에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수상금이 필요해서 출품했다고'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았다. 

손창현의 도용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었다. 지난해 7월에는 가수 유영석의 노래 ‘W.H.I.T.E.’ 가사로 응모해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제6회 디카시공모전’에 대상을 수상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 등으로 찍은 사진과 함께 5행 내의 짧은 시를 의미한다. 이후 유영석의 노래 ‘W.H.I.T.E’를 베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주최 측이 논의를 벌인 결과 표절로 최종 결론이 나 손창현의 대상 선정은 취소됐다. 시 외에도 손창현이 제출한 사진 또한 도용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손창현이 베껴서 대상을 받아낸 '하동 날다'

2010년의 제3회 창작관현악축제는 주최 측에게는 악몽으로 남았을테다. 당선된 작품의 연주가 끝나고 로비에서 몇몇의 감상자들이 미국 작곡가 Corigliano의 교향곡 No.1과 너무 유사하다고 수군거렸다. 심지어 개중엔 그 사람에게 수학한 제자들도 있었고 그 곡으로 논문을 작성한 사람들도 있어 의혹이 가중되어 결국 조사 결과 베낀 게 드러났다. 또 성가곡 공모전에도 생존하는 작가의 작품을 표절해 제출, 온라인에서 독자들이 발견해 재보해 알려져 난리가 있다. 2건 모두 이미 출판한 악보들을 전량 회수하고 다시 찍었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표절한 작곡가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공모전 헌터와 유사한 단어로 콩쿠르 사냥꾼이라고 있다. 이건 악기나 노래 부분에 해당되는데 심사곡이 자유곡이라는 점을 악용, 그냥 제일 잘 하는 한 개의 노래와 곡만 주구장창 연마해 유랑하면서 콩쿠르에 출전, 수상과 상금을 수확하며 스펙을 쌓는 자들을 일컫는다. 엄연히 자신의 실력으로 출전, 수상과 포상을 받는 거라 규정상 하자는 없지만 여러 곡을 익히고 자기 계발을 하면서 음악 연주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본질을 왜곡되고 그저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거다.

한국 클래식 음악사에 수치로 남을 2010년 제3회 창작관현악축제의 도용 작가를 뺴고 다시 찍은 포스터와 프로그램, 위 작곡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걸리지 않았을 뿐 표절과 모방의 경계에 선 곡들이 얼마나 많은지.....

도용을 하건 표절을 하건 심사과정에서 잡아내면 그만인데 그걸 걸러내지 못하고 한 번도 아니고 여러 군데 공모전에 당선되고 상을 받게 만든 심사위원들 자체가 문제다. 몇 명의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심사하면서 개성도 없고 정체성도 없고 주제도 없는 그저 자기들이 배우고 아는 범위 내의 기준을 들이대면서 그 밥에 그 나물이어서 개성도 없고 이 사람이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저기서 대학입시부터 콩쿠르, 공모전 등 모든 걸 심사하고 평가한다. 자기들 작품(음악이든, 소설이든, 미술이든)도 외면받는 마당에 누가 누구를 심사하는지 소가 웃을 지경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나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걸 보면 심사위원부터 자신의 분야에서 폭넓은 인정과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고 그러다 보니 과정과 결과를 인정하고 승복하는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문화계는 비공감성의 특수성 때문에 확산이 안되고 그저 돈 놓고 돈 먹기, 끼리끼리, 소모성, 일회성이 전부이다.

어떻게 모든 작품을 알고 필터링을 할 수 있냐는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그저 한두 작품과 한두 개의 경력으로 평생 우려먹고 깜깜이 밀실에서 몇몇끼리 분탕질 치던 호시절이 지나고 이제는 도둑질을 하려고 해도 온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집단지성, 정보화시대다. 심사위원이라는 작자들이 못 막은 걸 일반인들이 듣고 보고 알아차려 제보하고 신고하지 않은가! 한두 번, 한두 명은 속일 수 있고 모를 수 있다 치더라도 다섯 번은 무엇이고 버젓이 공개된 장소에서 연주까지 되면서도 모를 수 있는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제2의 손창현이 또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죄를 짓고도 대낮에 활보하는 건 죄지은 사람보다 죄를 짓고도 일벌백계하지 않고 손창현이 나오게 방조한 검증 시스템의 문제이자 취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사상누각 전문가들의 작태와 민낯이다. 바른 것이 올바르게 서고 사실에 입각한다면 사기꾼이 사기를 치고 싶어도 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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