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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77] 넷플릭스 '더 크라운'과 바그너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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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더 크라운>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드라마다. 시즌 6까지 예정되어 있는 <더 크라운>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군주로서의 면모와 한 남편의 아내이자 어머니, 동생 마가렛과의 우의 등 인간적인 면모까지 다룬다. 동시에 20세기 중후반의 영국과 유럽의 역사, 로열패밀리에 대해서도 알아가니 흥미진진하면서도 유익하기 이를데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의 포스터

13살의 어린 엘리자베스가 한눈에 반한 그리스 왕족 출신의 키 크고 잘생긴 해군 생도 필리포스는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위해 그리스 왕위 계승권도 포기하고 영국인으로 귀화, 외가의 성인 독일 바텐베르크를 영어로 음차화한 마운트배튼으로 개명한다.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공주의 남편이요 해군 장교로서 따뜻한 몰타 섬에서 평범하면서 행복한 그리고 부유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부부가 왕의 서거로 인해 공주가 갑작스레 왕비가 되면서 남편의 성을 따라야 되는 관습과 그들이 거주하던 집을 떠나 버킹엄궁에서 살아야 하는 등 많은 걸 포기하고 희생한다. 여왕은 의회와의 마찰을 피하고 군주로서의 권위를 지키면서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을 달래고 화합시키기 위해 '윈저'라는 성을 지키는 와중에 또 하나의 가정사가 끼어든다. 그건 이혼녀와 사랑에 빠져 왕위를 버리고 미국으로 가버린 자신의 큰 아버지이자 선왕인 조지 6세의 형인 에드워드 8세의 출연이다. 왕의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 발을 디딘 에드워드 8세는 여전히 왕위 계승을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열성조였기에 부담이자 위협이다. 조지 6세의 부인이자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인 왕대비는 에드워드 8세의 나약함과 이기심으로 인해 왕이 될 운명이 아닌 그의 남편이 대신 왕좌에 올라 국가를 다스리면서 지나치게 노심초사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죽었다고 시숙을 저주하고 원망한다. 그건 엘리자베스 2세 마찬가지로 부랑아를 위해 용채(생활비)를 끊겠다고 하자 에드워드 8세는 어머니인 대왕대비에게 달려가 징징거리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도움을 구걸한다. 그러면서 총리인 처칠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내뱉은 변명이자 핑계가.... 바로 사랑이다.....

'더 크라운' S1E3에서 탱고를 추는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 사진 갈무리: 더 크라운 

젊은 시절 이혼녀 심슨 부인을 만나서 같이 탱고를 추는 장면이 오버랩 대면서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같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피날레 리베스토트(사랑의 죽음)이다. 3개의 다른 사랑이다. 상술한 큰 아버지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과의 행각, 동생인 마가렛의 유부남에 대한 연정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본인의 남편과의 관계. 흥미로운 게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인 조시 6세의 말더듬을 치료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킹스스피치>에서도 베토벤의 교향곡 7번과 피아노협주곡 5번,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등이 쓰이더니 여기서도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이다. 독일 음악 중에서도 영국의 숙적이요 파시즘의 대표자 히틀러가 경모해 마지않던 리하르트 바그너다. 하긴 엘리자베스 여왕, 윈저 왕가도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독일의 하노버에서 건너간 게르만족이니 그래서 영국민들의 저항과 왕실 무용론을 타파하기 위해 마운트배튼(비텐베르크)라는 성까지 포기하고 영국 고유의 윈저를 쓰고 있지만 헨델, 베토벤, 멘델스존 그리고 바그너까지 독일 음악이 바다 건너 영국에서 유난히 각광받고 인정받은걸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관능의 최고봉이요 에로스의 극치로 그전에도 그 후에도 나올 수 없는 사랑의 결정체다. 그런 음악이 쓰인 <더 크라운> 시즌 1의 세 번째 에피소드 <윈저>. 고풍스러운 장면과 사극이라는 특성상 그 편 말고도 클래식 음악은 여러 부분에서 삽입된다. 독자들의 반응이 있다면(!) <더 크라운>에서 주를 이루는 클래식 명곡들과 드라마와의 연관성을 자세히 분석, 설명해서 게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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