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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74] 비운의 천재음악가 유진박을 아시나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14 08:57
  • 수정 2021.01.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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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전성기는 마이클 잭슨 방한 콘서트와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이었다. 줄리아드음대를 졸업하고 그 당시는 획기적이었던 전자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에 올라와 신들릿듯한 연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전환을 가져온 연주자였다. 이면에는 시인, 화가, 소설가, 작곡가, 배우, 연주자 등 예술계 전반에 걸쳐 특히나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나타타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한국어도 익숙지 않은데다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마치 어린 아이같이 반말을 사용하거나 어리숙한 말투를 사용하여 어눌해 보여 발가벗겨먹기 딱 좋은 표적이었다. 이런 유진박의 상태를 이용하여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폭행·감금하고 착취를 일삼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 예술가 유진박의 진면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진정한 예술가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유진박의 현 매니저 김모씨를 사기와 업무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2019년 5월 23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는데 매니저 김씨가 유진박 명의로 약 1억800만원어치 사채를 몰래 빌려 쓰고, 출연료 5억600만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유진박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하던 MBC는 유진박의 상황을 알게 돼 고발을 도왔는데 고발장에는 김씨가 유진박의 부동산을 낮은 가격에 팔아치워 시세 대비 차액만큼 손해를 입힌 협의도 있다고 적시되어있다.

유진 박이 누구인가? 1975년 미국에서 태어나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8살에 입학하고 10살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을 정도로 수재들만 모인다는 줄리아드 내에서도 신동으로 꼽히고 줄리아드 스쿨 역사상 최초로 일렉트릭 바이올린으로 리사이틀을 개최한 자기만의 음악세계가 확고한 인물이었다. 학교를 졸업 후 미국 최대의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거부한 채 조국인 한국에 와서 열린음악회를 출연함으로서 국내 데뷔하였다. 너바나, 재니스 조플린, 윈튼 마샬리스, 지미 핸드릭스 등의 영향을 받은 유진박은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얼터너티브 록, 재즈, 팝, 펑크, 크로스오버 등을 접목하였으며 국내 최초로 전자 바이올린을 이용한 연주자이기도 하다. 연주 뿐만이 아니라 그의 데뷔음반의 모든 곡을 스스로 작사, 작곡, 편곡까지 하며 천재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유진박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음악들을 소개하였고 마치 일렉기타를 연상케하는 즉흥연주로 클래식과 대중음악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유진박은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는 곳이든 연주할 수 있다고 늘 이야기 한다. 16세 때부터 뉴욕의 거리에서 버스킹을 즐겨 해 왔고 장르에 대한 구분은 무의미하며 모든 음악은 결국 하나라는 진정 예술의 이상에 도달한 명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래서 유진박의 음악적 성향은 어느 하나에 국한하기 보다 초월적이다. 그가 발표한 1집 데뷔음반은 락 앨범이며 자신의 기분을 즉흥연주로 표현하는데 적합한 재즈를 즐겨 연주하기도 하지만 아래의 사라사테 <찌고이너바이젠> 한번 감상해 보라. 이정도 음악에 진정 몰입하면서 스페인의 민속집시음악을 사실감 있고 생동감 넘치게 거기에 한의 정서를 삽입하여 표현한 연주가 있는가!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이자 프론티어이고 파가니니, 하이페츠에 못지 않은 최고의 연주자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

한국사람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활동한게 죄다. 유진박의 음악성과 음악세계에 대한 존중을 커녕 그냥 돈 벌어 오는 기계로 철저히 이용만하고 농락하였다. 넘치는 끼와 재능, 오직 음악만 진정으로 사랑하고 음악으로 행복한 유진박을, 바이올린만 아는 조금은 늦은사람을 왜 다른데도 아닌 고국에서 이리 등을칠까. 유진박이 JYP소속이었다면 아티스트로서 긍지를 갖고 제대로 대접 받으면서 한국에서 기량과 천재성을 더욱 만개했을텐데......

예술가들은 체질적으로 이런 부분에 취약하고 기능을 연마하는데 중점을 둔 훈련만을 받아왔기 때문에 현실적 한계를 고려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다분히 미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잠재 역량을 펼칠 수 없는 구체적 현실에 부딪히며 수요자와의 교감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예술강사제도와 관련 법률>,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이어 <계약서 작성과 고려사항> 등등 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음악인들이라면 이제는 배워야 한다. 아님 주변에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해해주고 예술가가 지닌 원초적인 정신을 보존해주면서 체질적으로 결핍된 사회성과 균형감각을 유지시켜주며 음악에만 몰두하고 바른 인성을 소유할 수 있게 잡아주는 고문(advisor)과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진정 복잡다단한 이 사회에서 예술가로서 세상과 능숙하게 소통하고 현실에 뿌리내리고 성장해 열매를 맺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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