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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릴리와 빨강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1.01.0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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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배려와 경고가 함께하는 곳

무덤가를 향해 달려가는 탁한 바람들

당신은 나와 함께 살고

걸음은 늘어질 때

 

채비를 마친 숨

하얀 정장

하얀 구두

팽팽한 무지개 끝을 잘라내면 태어나는

덥수룩한 갈기의 한 종류를 찾아

 

이상하게도 아침마다 우리는 장미꽃밭에 있고

색깔을 갖기 위해 버린 것들이 곳곳에 피어 있고

그건 진부한 궁리야,

계획적인 기후들

집요하게 살아남는 우울

 

그러게요

우리는 왜 닮아갈까요

하얗게 춤을 추는 무용수와

가장 지저분한 취미를 가진 대장장이와

하나 뿐인 하이힐,

그런 옷차림으로

 

당신은 유명해졌나요

경고는 여전히 장미보다 붉던가요

 

흔적을 좇는 것들의 뒤통수로 이루어진 세계

저녁이 되면 우리는 그곳에 당도해 있을 거야

쓰러지기 직전에 피어나는

하얀 숨, 어쩌면

도덕적인 이름을 갖기 위해

 

당신은 비명을 지를 거야

죽은 살빛의 탁도를 가진 안개로

내게 소중한 꽃 한 송이를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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