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벽두 칼럼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관객 수 2위를 기록한 영화 <극한직업>은 귀에 거슬리는 과도한 욕설, 성희롱, 저질 유머 없이도 90년대 홍콩 주성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발한 전개와 인터넷 밈(Meme)과 패러디의 웃음코드 그리고 시의성으로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였는데 관람 후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 사는 것만큼 극한직업이 또 있겠는가하는 처량함이 일었다. 물론 모든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처지가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비관한다. 하지만 예술만큼 물적, 시간적 투자와 희생 대비, 정량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는 독과점적이고 비효율적인 분야도 없을 것이다. 옛날 어르신들 말씀 하나 틀리지 않다. “예술한다고 쌀이 나오냐 금이 나오냐 아님 돈이 나오냐!!!” 아주 간단히 비교해 연주와 창작을 위해 들이는 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도 안 된다. 거기에 공들이는 시간만큼 다른 생산적인 일에 종사했다면 상응하는 임금이라도 받았을 것이니 억울하지나 않을 것인데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모든 행위는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취미생활이요 자기만족에 불과한 아마추어다. 예술 활동은 직업이 아니다. 예술가란 칭호는 대부분 자칭이다.
언제나 그랬겠지만 요즘은 더욱 더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서 사는 게 힘들다. 작년의 발생하여 현재 진행형이요 언제 벗어날지도 모르는 코로나19 감염병은 그나마 꾸역꾸역 지탱해 왔던 예술생태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려 버렸다. 지금까지 예술의 최후의 보루로 지탱해온 대학은 이제 대학구조조정이네, 프라임사업이네 하는 천박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대학의 경영으로 폐과1순위가 되어버려 대학에서의 취직은 거의 불가능 상태가 되어 버렸고 대학교수라고 그래봤자 예술가라기 보단 이제 직장인이요 학생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학문의 상아탑이요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어야 할 예술대학 교수는 언제 학과가 없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해야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하고 예술가의 길을 걷겠다는 제자들에게 전공과 상관없는 취업을 읍소하며 이제 순수음악을 하겠다는 학문후속세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학교란 직장이라도 있는 교수들은 정기적인 봉급이라도 받지만 그러지 못한 수많은 음악인들은 십 수 년을 수억을 들여 외국까지 가서 공부하고 와봤자 거의 실업자 신세다. 생계가 막막하다. 갈고 닦은 기량과 배운 것은 한번 맘대로 발휘나 해보고 꿈이 좌절된다면 억울하지나 않겠지만 아예 기회자체가 박탈되어버린 것이다.
클래식은 순수음악이며 고상함과 고귀함이 묻어있는 고급예술이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을 잃고 우리가 시류에 어쩔 수 없이 영합하고 따라가 클래식의 정신을 잃어 가면 갈수록 당장 인기가 있고 눈앞의 이익을 취할 순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선 제 살 깎아먹기이다. 우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안 그래도 작고 없는 시장에서 우리끼리 과다경쟁하는 것이며 사회와의 괴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힘들고 어렵고 희망이 보이지 않고 암울하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여기며 사적인 이익과 개인안위에서 벗어나 대동단결하여 차후 50년은 끄떡없을 새로운 음악생태계를 조성해보자. 우리가 돈 벌려고, 교수하려고 음악 시작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음악 자체에 대해 순수한 경의와 사랑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 우리는 음악을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더 고급스럽게, 비굴함이 아닌 당당함으로, 처참함을 넘어 자존감으로 버티며 우리 순수음악인들의 기개와 자존심을 지키자. 가장 클래식다웠을 때 클래식은 빛을 발 할 것이고 거기에 답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야지 우리도 언젠가는 명품가방에 현금다발을 가득 맞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