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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유래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1.01.01 00:10
  • 수정 2021.02.0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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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시인, 조지 윌리엄 러셀

조지 윌리엄 러셀
조지 윌리엄 러셀(사진=해외교육용 무료배포)

아일랜드 시인을 아는가? 조지 윌리엄 러셀(George William Russell)은 1867년 4월 10일에 아일랜드 루건에서 태어나 1935년 7월 17일에 사망한 시인이자 수필가, 비평가며, 저널리스트, 편집자이자 화가며 민족주의자이다. 그림에 묘사한 다양한 영적 존재를 볼 수 있는 은밀한 존재라 주장한 신비주의자이기도 하다.​

인간의 평생의 탐구를 상징하는 AE가 필명이며 Aeon(줄임말 eon)에서 파생해서 축약되었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했고, ‘생명, 생명력, 존재, 세대, 기간’이며, 『일리아드』, 『오디세이』 작가 호머(호메로스 영어 이름)는 ‘연령, 수명, 수명을’ 의미로 썼고, 현재는 ‘나이, 영원한, 영원히, 영원을, 영원을 위해’로 이온이라 읽는다. 이온은 지질학, 우주론 및 천문학에서 10억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긴 무기한 기간, 영겁, 억겁이다.

메트로폴리탄 예술 학교에서 교육받고, 거기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와 평생 우정을 쌓는다. 1894년 농업협동조합에서 일하고 1897년 예이츠의 제안으로 그곳 차관보를 지냈다. 1913년 더블린 공장폐쇄 때 『아일랜드 타임스』에 고용주들 태도를 비판하는 공개편지로 영국 위기를 종식시켰다. 1894년 첫 시집 『Homeward: Songs by the Way(귀향길 노래)』로 아일랜드 문예부흥을 이끌고, 『아일랜드 가정』, 『아일랜드 정치가』 잡지를 편집하고 희곡도 썼다. 영어에서 1월은 야누스의 달이라 러셀의 「야누스」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그의 시들이 거의 소개된 적 없는 듯하다.

Janus​

 

Image of beauty, when I gaze on thee,

Trembling I waken to a mystery,

How through one door we go to life or death

By spirit kindled or the sensual breath.​

 

Image of beauty, when my way I go;

No single joy or sorrow do I know:

Elate for freedom leaps the starry power,

The life which passes mourns its wasted hour.

And, ah, to think how thin the veil that lies

Between the pain of hell and paradise!

Where the cool grass my aching head embowers

God sings the lovely carol of the flowers.

 

야누스

 

미의 화신이여, 당신을 바라볼 때면,

신비에 전율합니다.

어떻게 한 문으로 생사를 지나는지

영혼이 깃들거나 육신의 숨결로.

미의 화신이여, 제 길에는,

기쁨과 슬픔이 따로 없다는 걸 압니다.

하늘의 권능을 뛰어넘는 자유를 뽐내며,

지나간 삶이 낭비한 시간을 한탄합니다.

 

아, 베일이 얼마나 얇은가

지옥과 천국의 고통 사이에!

나의 아픈 목숨을 묻은 차디찬 풀밭,

신은 꽃들의 찬가를 칭찬합니다.

 

여기서 Image는 화신으로 번역해야 한다. 영어는 The life which passes mourns처럼 사람이 아닌 걸 주어로 두는 화법이 많은데 굳이 인생은 으로 주어로 번역하기보다 문맥에 맞게 화자를 주어로 번역해도 된다. sing은 문어로 칭찬하다이다. 러셀은 야누스의 하늘의 문에 주제를 두고 생사에 대해 썼다. 지옥 같은 죽음과 신의 찬가는 멀리 있지 않다. 또한 하늘을 찌를 듯한 자유도 삶의 후회도 인생의 다 같은 두 모습이다.

​1월 January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Ianuarius, ‘야누스의’로 형용사)에서 유래한다. 달(month)을 뜻하는 라틴어 명사 mensis가 있었는데 생략된 형태며, 문(door)을 의미하는 라틴어 janua(ianua)가 어원이다.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로는 janitor가 있는데, 수위, 문지기란 뜻이다.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문의 신으로 한 면으로 보면 지난해를 보내고 다른 면으로 보면 새해를 맞는 1월에 어울리기 때문에 야누스의 달이 1월이 되었다. 마지막과 시작의 경계를 다 가진 달이다.

이 시를 이해하려면 신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 야누스는 로마 신화의 두 얼굴을 지닌 문의 수호신으로 성과 지상의 문, 하늘의 문, 도로와 문간을 지키며 시작을 의미하여 모든 것의 처음과 끝, 시작과 변화의 신이며, 새해의 신이다. 행불행을 좌우하고 전쟁과 평화의 상징이며 과거와 미래를 본다. 로마는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그리스 문화를 정복하진 못했다는 말이 있다. 문화로도 정복하고 싶은 마음에 그리스 신화를 질투해서 로마 신화로 만들었다. 최고의 신 제우스는 주피터로 그 아내 헤라는 주노로, 미의 여신이며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는 비너스로, 그 아들 에로스는 큐피드로 이름을 다 바꾸고 신화도 비슷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야누스만은 로마가 창조한 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대응하는 신이 없는 유일한 신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생각하여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겼으며, 미술 작품에서는 4개의 얼굴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였다. 로마를 세울 때부터 숭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모든 종교의식에서 여러 신들 가운데 가장 먼저 제물을 받았고 각 가정에선 아침에 가장 먼저 기도드렸다. 로마 중심부에 있던 신전의 문은 평화로울 때는 닫혀 있고 전쟁 중에는 왕이 열었다. 열었을 땐 신이여 나와서 도와주소서의 의미이고 평화로울 땐 저절로 닫혀 신의 휴식을 의미한다.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에게 여자들을 빼앗긴 사비니인이 로마를 공격했을 때 야누스가 뜨거운 샘물을 뿜어 이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다. 두 얼굴을 지닌 모습에 빗대어 이중적인 사람을 가리키며, 만화에서 악의 상징으로 나오고, 토성의 여섯 번째 위성 이름이다.

위기에 문을 열어두는 전통은 미국에까지 간듯하다. 9.11 테러 때 미국에 있었는데 거리 큰 건물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해서 누가 오냐고, 연예인이 오냐고 물은 적 있다. 옆 사람이 침울한 표정으로 누가 오는 게 아니라 기도하는 거라고 했다. 오랜 건물의 커다란 나무문이 천천히 열리며 사람들은 묵념하고 눈물을 흘렸고 한참 있다 천천히 닫혔다. 테러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한 추모였다. 그때는 왜 기도를 문을 열고 닫으면서 하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야누스 전통인 듯하다.

지난해를 보내기도 하고 새해를 맞기도 하는 달. 야누스를 통해 탄생과 죽음도 같다고 본 러셀. 새옹지마가 와 닿기도 한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는 이어져있다. 고통과 기쁨은 한 몸이다. 고통으로만 끝나지도 않을 것이며 기쁨으로만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지난 고통은 새로운 기쁨을 맞을 것이다.

​​

Winter

A diamond glow of winter o’er the world:

Amid the chilly halo nigh the west

Flickers a phantom violet bloom unfurled

Dim on the twilight’s breast.

 

Only phantasmal blooms but for an hour,

A transient beauty; then the white stars shine

Chilling the heart: I long for thee to flower,

O bud of light divine.

But never visible to sense or thought

The flower of Beauty blooms afar withdrawn;

If in our being then we know it not,

Or, knowing, it is gone.

겨울

 

온 세상 겨울 다이아몬드 빛

서쪽 쌀쌀한 후광 속,

황혼의 가슴에 아련히

피어난 잿빛보라 꽃에 아른거린다.

환상의 꽃들 그러나 단 한순간,

덧없는 아름다움, 심장은 식어

순백의 별들로 빛난다. 그대가 꽃피길,

오 신비한 빛봉오리

느끼거나 알 수 없습니다

미의 꽃은 멀리서 피기에,

우리가 알든지 모르든지

우리 안에서 사라집니다.

 

다이아몬드는 형용사로 쓰이고 glow는 빛이라는 명사다. 다이아몬드 같은 빛의 의미다. 현실의 꽃인 인간이 죽어 하늘의 별꽃이 되니, white는 그냥 하얀 색보단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느낌의 순백이 어울린다. 혼백이 연상되기도 하고. o’er는 over로 온통의 뜻이다. withdrawn과 gone은 소리 각운을 맞춘다. 팬텀 바이올렛은 제비꽃 종류가 아니라 회보라 색깔이다. 회보라는 시어에 어울리지 않아 잿빛보라로 했다. 또한 제비꽃은 아시아에서 4-5월 양지에 주로 피는 꽃이고 뒤에 bloom(꽃)이 나오니 여기서는 꽃 이름이 아니다. 팬텀은 짙고 차갑고 으스스하고 음산한 회색이다. 팬텀 화이트는 회백색, 팬텀 블랙이면 회색이 도는 검은색이다. 유령 자체가 짙고, 검은 느낌이라 그에 맞는 색상이다. 고어는 fantom이다.

​이 시는 러셀의 신비주의를 잘 표현한 시다. phantom 색도 영혼의 복선으로 의도적으로 썼고 phantasmal과 divine 단어나, 인간은 죽어 별이 되지만 우리는 알 수 없고 우리가 알던지 모르던지 사라진다는 표현은 불가지론, 신지학 등 자신의 성향을 담는다. 순백의 별, 빛봉오리, 미의 꽃은 다 영혼이다. 그의 시를 이해하려면 신비주의가 뭔지 알아야 한다. 신비주의는 일상적 감각 세계를 벗어나 내적인 직관에 따라 신이나 신비한 세계를 직접 체험하려고 하는 종교나 사상의 태도를 말한다. 신에 대한 영적 접근인 신지학에서 출발했고 강신술, 심령술도 포함하며 과학이 발달하기 전엔 신비주의자들이 많았다.

고대 피타고라스가 유명하다. 피타고라스는 아폴론의 대변자란 의미의 이름이고, 수학 공식도 발견하고 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에 들어오지 마라라는 문구를 자기 아카데미 문에 새기기도 한 철학자며 수학자다. 피타고라스는 윤회를 믿어 자신이 600년 환생했고 전생을 다 기억한다 주장하고, 콩과 돼지고기를 먹으면 전생의 기억을 잊는다고 자신이 세운 학파에서 금지했다.

​영적 존재를 볼 수 있다고 말했던 러셀은 피타고라스 학파일지도 모른다. 신화도 잘 알았고 고대 문학에도 정통했으니. 아일랜드인은 원래 까마귀를 조상으로 믿는 켈트 족 신화를 믿으며 신비주의 성향이 있고, 몸에 영혼이 깃들지 않고 영혼에 몸이 깃든다 말한다. 따라서 몸이 죽으면 영혼이 사라지거나 떠나는 게 아니라, 몸은 죽지만 영혼은 남아 환생한다. 피타고라스 학파 환생설과 일맥상통하며 더 동일한 건 동물로도 태어난다는 생각이다.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과 과학자 토마스 에디슨도 강신술을 믿었고 셜록 홈스의 작가 코난 도일은 적극적으로 강신술에 참여했다. 이러한 신비주의를 바탕으로 러셀은 「환상의 양초」 등 동양적인 신비주의 서정시를 많이 썼으나 모호하다는 평을 받았고 후반기에는 극복했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신비함이 있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고 있는지 모를 신비주의처럼 잡히지 않는 시상을 잠깐 소개해 본다.

“나는 신비스러운 상상이

사람들과 나무들과 물줄기 안에서

흐르며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하여 결국

생명의 물줄기가

나의 꿈들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Our Thrones Decay

I said my pleasure shall not move;

It is not fixed in things apart:

Seeking not love—but yet to love—

I put my trust in mine own heart.

I knew the fountain of the deep

Wells up with living joy, unfed:

Such joys the lonely heart may keep,

And love grow rich with love unwed.

Still flows the ancient fount sublime;—

But, ah, for my heart, shed tears, shed tears;

Not it, but love, has scorn of time,

It turns to dust beneath the years.

 

우리의 왕좌는 멸망합니다

나의 바람 변하지 않고,

생각도 그러합니다.

사랑하거나 하려고도 않는

나는 나를 믿습니다.​

 

깊은 샘을 알았습니다

받지 못해도 기쁘게 솟아오르는.

외로운 가슴에 지닌,

혼자만의 사랑이 넘치는 기쁨.

늙은 샘은 여전히 웅장하게 흐르나,

아, 내 마음은 울고 또 울고,

시간을 탓함이 아니라

사랑, 세월이 가면 먼지가 됩니다.

pleasure는 여기서는 기쁨이 아니라 희망, 바람이다. love grow rich에서 may가 생략되었다. and, or, but 으로 연결되는 문장에서 뒤에 오는 조동사는 생략하고 동사원형이 올 수 있다. living은 매우의 뜻도 있지만 시의 간결성을 위해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된다. 시에서 늙은 샘은 자기 자신이니 내 마음이 운다는 의미다. 사랑을 외면한 채 혼자 씩씩하게 자신을 사랑하며 살며 나이가 들었지만, 나이 든 것보다 사랑의 허무함을 탄식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던 혼자 살던 다 허무한 거다.

더블린에 있는 집은 당시 아일랜드의 경제적, 예술적 미래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였고 그의 관심사는 광범위했다. 정치와 경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글을 썼고, 시가 미국에 소개되어 한 때 실직 상태였던 그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시인도 유명해졌다. 젊은 작가들에게 남다르게 친절하고 너그러워서 프랭크 오코너는 그를 “아일랜드 작가들 3대의 아버지”라 칭했다. 3대를 내려가도록 기억될 사람이란 뜻이다. 패트릭 카바나는 “위대하고 성스러운 남자”라고 불렀고 월트 디즈니가 영화화한 『메리 포핀스』 저자 트래비스와 친구다. 1932년 아내가 죽은 후 영국으로 이주했고 1935년 본머스에서 사망했으며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제롬산 묘지에 묻혔다. 생가가 관광지로 잘 보존돼 있다.

참고로 우리도 수문신(가택신), 문간신, 문전신(제주도), 문장군, 문간대감, 처용 등 문신이 있어 잡귀, 부정, 액살을 막고 복을 들인다. 1월 1일이다. 작심삼일이 되면 안 될 달이다. 우리의 의지대로 인생은 흘러갈 거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소룡은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될 것이다 라고 했다. 그도 러셀을 알았을 듯하다. 러셀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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