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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67] 2020년 클래식 음악계 동향 ③ 코로나19 이후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대응과 미래를 위한 변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2.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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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TV조선의 <미스트롯>으로 촉진된 트로트 열풍이 올해도 임영웅, 김호중, 나태주 등의 새로운 남자 트로트 스타들을 탄생시키면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콕을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많아질수록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를 커져갔고 트로트라는 음악 장르도 '보는 트로트'로 진화되며 유튜브, 넷플랙스 등의 시각 미디어의 약진과 결을 같이 했다. 이제 더 이상 어떤 음악장르도 그 자체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미 화려한 볼거리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영상에 적응이 되고 눈높이가 높아져 버린 군중의 니즈와 취향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고 생존을 위해서 그런 조류에 따라갈 수 없게 되었다. 

대한독립만세! 2020년 코로나 재앙에 버틴 대한민국 만세!

이런 현상은 10월의 나훈아 콘서트로 방점을 찍었다. 추석 연휴 기간에 방영된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는 무려 시청률 29%(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해외 팝가수에 뒤지지 않는 화려한 스테이지와 70이 넘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파워풀한 퍼포먼스, 그리고 역시 '영화의 감동은 화면크기에 달렸다'라는 어느 텔레비전 광고 문구처럼 압도적인 물량공세로 이목을 확 당겼다. 1990년대 모던록 느낌의 레트로 흐름에 발맞춘 신곡 <테스형>은 러시아 민요 '백만송이 장미'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와 음악 진행이었지만 첫 소절부터 인생의 아이러니를 단숨에 훅 파고드는 문단법의 가사로 숱한 해석들을 끄집어냈다. 트로트에 관심이 쏠리면 쏠릴수록 클래식 음악인들의 좌절과 고뇌는 커졌고 그들도 트로트를 부르고 커버곡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인기에 편승해 한몫 얻으려는 시도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클래식 음악의 고유 특수성과 순수성만 훼손되고 정체성만 어긋나 버렸지 올해 또 하나의 문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부캐>로서의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화예술의 향기

'다음' 혹은 '둘째'를 의미하는 '부(副)'와 캐릭터를 합쳐친 副 character라는 뜻의 부캐는 원래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하던 캐릭터 대신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여 만든 것에서 유래한 단어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멀티 페르소나다. 부캐가 본캐를 상쇄할 수 없고 결국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는 좋은 작품을 제대로 최고의 연주로 들여주어 클래식 음악의 감동을 알게 해줘야 것과 결코 클래식 음악이 트로트나 다른 장르같이 폭발적인 유명세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하였다. (오죽했으면 4월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던 그 손열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보는 피아니스트라고, 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댓글이 태반일 정도였다.)

4월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보수적이며 수구적인 클래식 음악계의 특성상 그리고 실연을 음악의 존재로 여기는 인식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한국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2016년 이후에도 기술이 예술에 파고들기는 요원했다. 생활양식의 변화는 내부의 점진적인 시도와 지속된 노력으로 발생하는 게 아닌 외부의 피할 수 없는 노도에 생존을 위해 발생한다는 걸 증명하며 코로나19는 이 견고한 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려버렸다.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온라인 공연은 이제 완전히 하나의 공연 방식으로 자리 잡아 관례로 굳어질 테다. 다만 그러다 보니 음악 외적인 분야, 촬영, 조명, 편집, 영상에 대한 비중과 중요도가 기존과는 다르게 커질 것이다. 일례로 모 대학 입시를 온라인 녹화와 녹음으로 대체하였는데 그건 또 하나의 불평등과 공정성 시비를 야기했다. 선천적인 음악 재능 말고 부가적인 부모의 재정과 정보의 차이가 한 사람의 기량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작용될 위험성을 비쳤기 때문이다. 100만 원짜리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일급 기사가 마스터링과 후반작업을 한 음반이나 영상이 영세한 스튜디오 녹음과 편집본과는 질적으로 확실히 차이가 날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기술자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무지하고 그저 하나의 일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계속 가속화될 타 장르, 매체와의 융합과 연결 시 미디어 분야에서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체험과 존중, 학습이 밑받침되어 클래식 음악인 수준 정도로 올라와야지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포칼립스적인 상황을 적용한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페라 <리골레토> 포스터

비대면 문화는 가급적 적은 수의 관객을 비교적 적게 대면하는 문화로 이끌어갔다. 즉 진정으로 즐길 사람만 오는 거다. 어차피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이 수익성과는 무관하다. 유료 티켓으로 운영되지 않고 초대권의 남발로 머릿수를 채우는 허영와 허례요 그로 인한 성숙하지 못한 관람 에티켓에서 발생하는 불쾌함과 트러블의 연속이었다면 한정된 수만을 수용하는 기조는 관람 분위기를 내밀하게 바꾼다. 거대하기만 한 보여주기식의 기존의 공연장에서 벗어나 카페나 기업의 작은 문화 공간, 야외 전원주택에서의 하우스콘서트 등의 활성화로 이어질 테다. 음악가들은 관객들, 팬 발굴을 위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고 온오프라인상에서의 한정된 자원을 놔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겠지만 결국은 얼마나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좌우된다.

이 분은 누구일까? 여기는 어디일까? 왜 이 사진이 대망의 2020년 마지막 기사에 사용된걸까?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공간, 매체, 소통의 방식을 다변화하도록 강요받았다. 무엇보다 비대면 환경은 예술가와 관객 간 다른 소통 방식을 이끌어 내었다. 결국 새해 2021년은 강화된 온라인 환경과 비대면 문화 안에서의 적응과 접근이라는 2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그에 맞춘 대비책을 미리 갖추는 자만이 더욱 혹독해진 예술생태계 안에서 살아 남고 클래식 음악의 가시화를 이룰거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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