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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63] 2020년 클래식 음악계 동향 ① 디지털 온라인과 무관중 라이브 & 녹화 공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2.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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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큰 시련을 겪었던 올 한 해, 예술의 전당을 위시로 한 국공립시립 공연장의 강제 휴관과 공연 취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합인원제한 등은 공연예술산업계에 큰 타격을 맞았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공연취소가 행위 주체자의 자발적인 자의였다면 초유의 강제적인 행정명령으로 인한 취소와 연기 등의 사태, 감염증 확산방지를 위한 조치 등은 예술가 개인뿐만 아니라 감상의 방법, 교육 등 여러 차원에서도 영향을 미치며 음악 생태계와 환경 전체를 변화시켰다. 당장 공연 무대를 잃은 연주자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예매와 환불은 관객들의 피로와 혼란만 가중했다. 공연예술전산망(KOPIS)이 보여주는 1,135억원 피해액이라는 수치는 공연 인프라와 예술인의 심리적·재정적 불안 등 음악 생태계의 무형적 피해를 증명한다. 연말을 맞아 올해가 가기 전에 2020년 한국 클래식 음악계 동향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코로나로 인한 디지털 온라인 공연의 확산과 무관중 비대면 공연의 일반화, 두 번째로 이 와중에도 다녔던 80여 회의 음악회 중 Best와 Worst 랭킹, 세 번째로 코로나19 이후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대응과 극복을 위한 시도와 미래를 위한 변화를 전망해 본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 온라인 방송의 확산

외부의 불가피한 광풍은 사람들의 사유 습성과 생활양식에 대격변(Cataclym)을 불러일으킨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사람 간의 대면 경제는 급속도로 위축되어 버렸고 유통 업체들은 매출이 줄어들어 울상이다. 2월 23일 일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 경보를 최고인 '심각'으로 올리면서 범정부적 국가재난사태로 규정하면서 총력으로 대응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 &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 패턴이 변하고 새로운 소비습관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공연, 여행, 레저, 식당, 교통운수, 교육 등의 서비스 사업은 직격탄을 맞아 고사 일보 직전인 반면 비접촉 환경에서의 제공되는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시도되었던 무관중 공연과 공연 중계가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늘어났다. 20세기 초반 축음기의 등장으로 음악 감상이 개인적인 공간에서 가능해진 것처럼 관객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편한 방식으로 문화 콘텐츠를 만나는 온라인 공연의 확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데 코로나 시국으로 그 변화 속도가 예기치 않게 확 앞당겨졌다.

온라인 공연의 결정적인 문제는 별도의 수익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공립 공연단체나 공공 지원사업 중심, 유급단원들이 존재하는 경우만 이 같은 시도가 이어진다는 한계도 있다. 민간 공연예술단체나 개인은 제작비 부담에 비해 당장 손에 들어오는 수익이 미미하다는 점 때문에 시도 자체가 쉽지 않다. 온라인 공연은 촬영부터 송출에 이르기까지 자본과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을 갖고 있는 국공립 기관에 대한 의존도만 커지며 음악연주가 아닌 그것들을 송출하고 편집하는데 필요한 기기 구입과 지출에 도리어 투자가 몰리면서 주객전도의 현상이 일어났고 정작 예술의 행위자인 예술가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미비하게 돌아갔다. 수익성 면에서도 세계 수준의 공짜 공연만 위로와 힐링이라는 명목하에 차고 넘치는 마당에 현재 대한민국 이 땅에서 생존하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실질적인 생계와 수익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럼 한번 유료로 전환해 보는 건 어떨까? 베를린 필이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공짜인데 한국 K-Classic을 돈 내고 보고 듣는다??? 현재 KBS, ARTE, CLASSICA 티비의 클래식 방송 시청률이 어떤지 추측해보라.

베를린 필하모닉의 무료 온라인 콘서트

공연 영상화가 가져온 공연 정체성과 미학에 관한 논쟁이 불거져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공연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까지 이어져 예술 활동의 지속과 영위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시도되었다. 관객도 없이 그 큰 무대에서 홀로 외롭게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보이지 않은 눈동자들의 주시 속에 아무 리액션과 호응 없이 혼자 연주를 해야 하는 압박감, 어디서 보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무대 위의 한 사람, 오직 자신에게로만 쏠리는 무형의 시선. 녹음이라면 만족할 때까지 수차례 연주하고 가장 좋은 걸 고르고 보정 작업까지 거치니 혼자여도 외롭지 않겠지만 무관중 라이브 공연에서는 틀리면 안 된다. 틀려도 같이 상황을 무마하며 넘어갈 줄 관객의 교감 없이 오직 냉엄한 평가만이 존재한다. 연주자에게는 엄청 큰 도전이다. 그냥 무관중 공연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라이브 송출되는 정식 리사이틀이다. 밀폐된 일정한 공간에서 한정된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게 아닌 확 트인 공개된 장소에서 타켓팅 된 보이지 않는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독주회다. 같이 호응해 주고 리액션의 호흡과 보이지 않은 관객의 몰입하는 氣가 없으니 더 긴장될 터. 이런 연주자, 행위자의 심리적인 상태와 연주의 현장성을 강조하며 실연이야말로 음악의 '실존'이자 연주행위를 통해 정당한 대가라는 음악의 기본 철학이 다시 공론화되었다.

상반기의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하반기에는 소규모 민간, 개인 공연도 유튜브를 동한 라이브 스트리밍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즉 집합인원제한 내의 관객만 소수로 초대하거나 유료로 수용하고 공연 자체는 유튜브나 다른 미디어를 통한 라이브 또는 녹화 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음악회에 올 사람만 오게 되어 감상 분위기가 몰라볼 정도로 개선된 효과도 나타났다. 클래식 음악회가 유료 관객을 통한 수익창출이라는 엔터테인먼트 논리와는 무관한 학술적인 차원에서 지인 행사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다 보니 정작 머릿수 채우려고 온 대다수의 관객들의 무례하고 무지한 감상 에티켓으로 실감상에 큰 방해와 불쾌함을 초래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코로나로 관객 제한 상의 라이브 온라인 공연은 소위 말하는 교회 집사님과 장로님들이 안 오시게 되었고 남편 찬스, 아빠 찬스가 없어져 올 사람만 오게 되어 감상분위기의 쇄신을 낳게 되었다. 

한차례 연기 뒤 8월 하순 영산아트홀에서 무관중으로 온라인 라이브 공연으로 개최된 피아니스트 김아름 독주회 

기술의 발달은 음악 감상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저장해서 영구적으로 소장할 수 있다. 더군다나 AI는 큐레이터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감상자의 취향과 기호를 집계해서 그때그때 맞춤형 DJ처럼 척척 음악을 들여 내놓고 이제 곡 제목을 알 필요도 없고 음악을 듣기 위한 수고와 공부는 아예 기울일 필요가 없어졌다. 편의는 그만큼 가치의 하락과 연결되어 음악은 이제 돈 주고 듣는 거라는 인식이 거의 사라져버려 일상생활의 소리로까지 전락하고 영상이 없는,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음악 시장은 이제 거의 소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객은 날씨, 기후, 사회적 요인 등에 의해 항시 리스크를 안고 있는 반면 온라인은 편리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역시 현장에서의 감성적인 느낌을 공유하며 실연의 감동을 따라가지 못한다. 

전 세계의 인류가 겪는 위기 속에서 클래식 음악과 음악인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해야되는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전전긍긍하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 음악으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해야한다. 위기를 맞아 한데 뭉치고 협력하는 특유의 기질을 발휘해 이 국란과 재앙을 이겨내야 한다. 다음회에서는 코로나 시대 여러 어려움과 난관에도 실황으로 개최된 음악회 중 필자가 방문한 약 80여개 중 선별하여 우리 클래식음악인들의 활약과 자세를 되짚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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