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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의 이야기, '아빠는 처음이라'

권용
  • 입력 2020.12.22 14:37
  • 수정 2020.12.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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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작했던 세계여행, 과거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평생을 함께 나눌 값진 추억을 만들었다. ⓒ권용

 

아직도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아내는 23살, 나는 25살에 처음 만나 6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 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싶었다. 결혼 3년차에 모아둔 돈을 가지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아내의 오랜 바램이었다. 물론 누구보다 나 자신이 원하는 일이기도 했다. 물질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내겐 이루지 못할 꿈만 같은 현실이었다.

비록 정해진 일정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우리는 지금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시 돌아간다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무엇하나 결정된 미래의 여정이 없었기에 두려울 것도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그저 돈만 벌며 살아가는 무의미한 삶을 피하고 싶었다. 막막한 현실이 눈앞에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진로로 삼고 조금씩 주어진 시간에 충실했다.

여행을 마치고 약간의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무거운 현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아내는 심적으로 힘들어했다.

그런 와중에 나는 2019년 9월 대한민국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제대로 세계여행을 하지 못했지만 그 여정의 끝을 우리나라에서 마치고 싶었다. 앞에서 내색은 안했지만 아내가 많이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을 지지해주었다.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라면 거짓말이겠지만, 조금 화를 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대한민국을 걷고 있는 남편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2020년 7월, 우리는 다시 인생의 의미있는 순간을 위한 첫 발걸음을 시작했다.

기쁜 마음과 동시에 무거운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앞서 두 번의 실패가 있었기에 아내는 물론 나 역시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순간이었다. 여기저기 알리고 싶은 마음도 꾹 참아야 했다. 함께 잘 이겨냈지만 과거의 상처가 아직 마음속에 한 구석에 자리잡은 탓이었다.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어느덧 27주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이제 2021년 새해 3월이면 아내의 뱃속에서 열심히 발차기를 하던 심쿵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두 번의 좌절과 다시 새로운 생명의 잉태, 그리고 심쿵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까지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될 것인가?

뭐라고 정리할 수 없을만큼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아이의 이름, 모습, 성장과정, 양육, 교육, 그리고 나는 어떤 아빠가 될 것인가 등 하루의 일상을 생각과 생각의 전환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아내의 임신을 확인하고 27주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만들었던 추억(!?)들과 내 머릿속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 그 모든 것들을 조금씩 남겨보려고 한다. 언젠가 나 스스로가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길 기대하며, 그리고 우리 아이가 과거 아빠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했을지 궁금할 시기가 다가오면 지금의 기록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2021년 3월 21일(예정일)이 되면 나는 역시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이 공간에 남겨둘 것이다. 그리고 지난 나의 기록들을 아내와 함께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때 아내에게 말 할 것이다.

"고맙다고"

그리고 우리 심쿵이에게도.

"세상에 나와줘서,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아빠는 처음이라"

아빠가 되기 위한 서툰 30대의 기록, 시작합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의 기억.ⓒ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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