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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60] Critique: 바리톤 안대현의 '겨울나그네' 유튜브 녹화 공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2.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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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서초문화재단에서 주최한 2020 송년시리즈1 바리톤 안대현과 그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김은진이 반주하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전곡 연주회가 연일 무섭게 확산되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으로 반포심산아트홀이 휴관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듣지 못하고 딱 10일이 지난 19일 유튜브에 녹화영상이 공개되어 감상할 수 있었다.

바리톤 안대현과 피아니스트 김은진의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

이마에스트리의 단장인 양재모의 해설과 사회로 진행된 이번 음악회의 결론은 화면 안 보고 틀어만 놓으면 독일인이 부른지 알 정도라는거다. 그건 이미 이안 보스트리지에서 증명되었다. 영국 사람이 독일 정통 가곡의 계승자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는데 한국 사람 안대현도 막상막하다. 괜히 화면 보면 갑자기 우리와 너무나 닮은 익숙한 동양인 형상이 나와 놀랄 뿐이다. 독일 가곡의 명창 영국인이 있다면 우리도 독일가곡을 독일사람보다 더 멋스럽고 정확하게 부르는 한국인 가수 바리톤 안대현이 있다고 크게 외치고 싶다. 정확하고 안정적인 딕션과 흐름은 c-minor의 첫 곡부터 묵직하고 한없은 슬픔으로 밀려온다. 가볍지 않고 용해된 그 슬픔 말이다. 쭉 듣다가 7번 <냇물 위에서>는 페터 슈라이어인지 알았다. 소리의 폭과 공명이 깊고 그윽했으며 장중했다. 독일어에 최상적인 발성 선택이었다. 피아노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정격이어서 놀랐다. 아티큘레이션이 명료하고 악보에 충실한 두 사람의 깊은 연구와 학습이 뒷받침된 간만의 아카데미하면서도 클래식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열연이자 스토리텔링이었다.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던 무거웠던 겨울나그네의 발걸음이 15번에 <까마귀>를 보고 놀랐는지 가속도가 붙었다가 20번 <이정표>에서 방점을 찍었다.(다만 아쉬운 게 자막의 제목에서 첫 자가 소문자 w로 표기되어 있는 게 옥에 티)

완벽한 학습에서 우러난 암보, 암보가 뭐가 대단하냐고? 우리 한국창작가곡은 커녕 <선구자>도 악보 보고 부르는 성악가 흔하게 봤다. 그만큼 불안하고 완벽한 자기 노래가 아니라는 방증인데 바리톤 안대현은 오래간만에 한국에서 워프해서 독일 현지의 리더아벤트에 온 거 같은 기분을 맛보게 해주었다. 연가곡이란 특성상 내용과 장면에 맞는 목소리 톤 조절과 음색의 변화 그리고 시에 대한 농축, 스며듦까지 다만 1시간에 육박하는 곡을 현장에서 한치의 실수도 없이 지속한다는 건 인간이기에 불가능하다. 성악가한테 특히나 실시간 공연을 기록까지 남겨놓는 실황은 잔인하다. 인간이 내는 소리, 조금만이라도 틀어지면 안 되는 그 상황에 소통과 교류, 기를 전수받는 거 없이 드라이하게 (녹음도 아닌, 무관중실황녹화공연!!!)긴 여정의 발걸음을 남긴다는 건 너무나 외롭고 가혹하다.

시와 음악이 예술적 가치로서 높은 수준에 달하면 달할수록 국가적 한계성을 넘기힘든데 상술하다 싶이 슈베르트의 음악은 세계성과 영속성을 지녀 비(非) 독일인들에 의해 더욱 빛나고 계승되어진다. 겨울나그네와 같은 연극 분장을 한 해설과 가수들 뒤에선 화면으로 각각의 노래에 맞는 화면 그리고 자막까지 독일 가곡을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한 수고는 가상하다. 그렇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은 다른 기후에 모종할 수 없는 식물과도 같다 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한번 타보라! 장담컨대 다섯 정거장 안에 오만 종류의 트롯을 핸드폰 컬러링으로 들을 수 있다. 한국의 클래식의 문화산업적 진출에 있어서 그 상대국의 문화적 거부감은 넘기 매우 어려운 장벽이다. 이는 한국에서 외국인 트로트 가수가 유행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즉 슈베르트의 대중화는 요원화다는 뜻이며 그렇기 때문에 바리톤 안대현이나 이 정도의 예술적 가치는 수용 범위 내에서 간직하고 보존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수가 대중의 외면을 받아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미디어에 나오고 유튜브를 하면서 대중들의 니즈와 입맛을 따라간다? 문화적 손실이다. 안대현 & 김은진 두 사람의 슈만 연가곡집 음악회 때는 지금의 혹독한 세한(歲寒)을 지난 평안(平安)을 누리는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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