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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51] 예술 입시 스릴러 '펜트하우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2.08 08:27
  • 수정 2020.12.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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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하반기 대한민국의 입시제도를 적나라하게 비판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예술 입시를 다룬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첫 회 시청률은 9.2%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2회 때는 10.1%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진입에 성공하였는데 스카이캐슬과 유사하게 욕망의 상징인 100층 자리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에는 ‘청아예고’라는 학교가 등장하고 한때 성악과에서 1등을 다투었던 학부모의 자녀들이 또다시 성악과 수석을 놓고 경쟁하는 내용을 다룬다. 드라마는 상당히 자극적이며 홍보 문구 또한 이목을 끈다.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부동산과 교육 전쟁’. 실제로도 ‘예술학교’의 입학이 이토록 살벌할까?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7년 기사를 참고하면 예중 입시는 ‘돈’과의 싸움이라고 언급된다. 경제력이 경쟁력이 되는 예중 입시의 경우 한 달에 레슨비만 보통 200만원 정도가 들며 여기에 연습실 비용은 별도이다. 개인 연습실의 경우 월 대여료는 8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인 사실을 감안하면 한 달에 300만원이며 악기를 관리하고 구매하는 비용은 또 별도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3년 전의 수치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현재 명성이 높은 선화예술학교와 예원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2020년 기준 두 학교의 경쟁률은 대략 2:1을 기록했으며 MBC 예능 프로그램 <공부가 뭐니?>의 이병훈 컨설턴트는 이는 낮은 수치가 아니며 위로 올라갈수록 상위권 학생만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두 학교의 재단은 각각 선화예술고등학교와 서울 예술고등학교를 운영하여 예중을 졸업한 대다수가 입시 전형을 거쳐 상급학교 진학을 하거나 유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 흔히 우리가 아는 성골 코스를 밟게 되는 것이다. 입시 과정 외의 연습 과정도 절대 간과할 수는 없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연습실 안에서 훈련하고 실전 경험과 스펙을 쌓기 위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콩쿠르에 참여한다. 학교 수업은 뒷전이며 관행처럼 실기에만 매진한다.

대한민국에서의 교육이야 더불어 잘살는 것은 배우는 것이 아닌 내 자식 잘되고 성공하라고 시키는 것이니 10억을 쓰든 100억을 쓰든 그건 본인의 자산 투자요 선택이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 대비 비효율적이고 손해 보는 영역이 또 있을까? 그럼 도대체 이렇게 막대한 지출과 오랜 시간 공부를 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끊임없는 학구열? 이는 콩쿠르 우승자만 보아도 대충 짐작 가능하다. 콩쿠르 우승자들은 대체로 예중, 예고 출신이 많으며 이후 콩쿠르 우승 경력은 유학 혹은 한국 종합예술학교(한예종)에 진학하여 학교를 마치는 클래식계 엘리트의 코스를 밟는데 한몫하기 때문이다. 예전이야 입시레슨이네, 뭐네 하면서 부와 명예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그런 호시절은 보고 자라고 그 밑에서 공부한 60~90년대 초반생들까지는 음악가로서의 성공은 교수가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그렇게 돈을 들이고 명문대에 진학해서 자신이 원하는 교수가 되고 아니면 다른 좋은 직장을 얻어 공부한 만큼의 돈을 회수하고 현재의 삶이 행복하고 만족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데에 문제가 있다. 그렇게 돈을 들이고 교육에 올인했는데 성인이 되고 박사까지 취득했음에도 그게 끝이 아닌 돈 쓸 일의 진정한 시작이요 첩첩산중이다.

사실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필자는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가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이번 학기 출강하는 외국어대학교 교양수업의 과제물로 필자가 작년에 JTBC드라마 <SKY캐슬>에 관한 칼럼 (고학력 인플레이션, SKY캐슬과 클래식음악 전공자들, http://www.mediap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359)에 관한 리포트를 작성하라는 과제에서 어떤 학생이 SKY캐슬과 지금 상영하는 펜트하우스를 비교하면서 소개해서 알게 되어 시청하게 되었다.

JTBC 금요트라마 SKY캐슬 포스터

드라마의 특성상 과장된 부분도 존재를 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가진 ‘흙수저’와 탄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금수저’ 성악 전공 학생 및 학부모 간의 팽팽한 대립이 드러난다. 단순 재능을 키워 주기 위한 학교가 아닌 학부모들의 과한 욕심의 결과가 되어가는 예술학교 입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주인공이 부르는 토마(Ambroise Thomas)의 오페라 미뇽(Mignon)의 아리아인 <Je suis Titania la blonde>(나는 금발의 티타니아)를 뉴욕에서 오페라 <심청>으로 열연한 소프라노 심규연의 노래로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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