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인해 생겨난
나를 따라 움직이는 너는
분명 내가 백이라면
너는 나의 혼일 게다.
볕을 등지고
휴대폰 셔터를 누르다가
나는 나의 혼을 보았다.
녀석은 검은 옷을 입었고
나에게 들킬까 봐
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돌려 해를 바라보니
녀석은 내 뒤로 숨더군.
바닥에 비친 녀석의 모습은
내 생김과 흡사했는데
키가 제멋대로 자라더군.
나 살아 있는 동안 늘 함께하다
눈감고 잘 때면
자유여행을 한다지?
나 죽어 없어지더라도
녀석은 남는다 하니
이제 내가 나를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