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코로나 이겨내기] 마음의 끈

mediapiawrite
  • 입력 2020.11.30 13: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은 작가님의 작품, '마음의 끈' 입니다.

2020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 김정은 작가님의 작품 '마음의 끈' 입니다.

 

고스케 안에 있던 어떤 끈이 뚝 소리를 내며 끊겼다. 아마도 그건 아버지 어머니와 맞닿아 있기를 바라는 마지막 마음의 끈일 터였다. 그것이 뚝 끊겼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에 실패한 가족과 야반도주를 하고 있던 아들 고스케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끊어진 마음의 끈이다. 나도 그런 마음의 끈이 끊어졌었다. 말을 하는 건 화해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동생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 미안해하면 받아 줘야하기 때문에. 남 뒤통수를 치는 사람과 신의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 끊어진 마음의 끈은 다시 붙지 않는다. 용서를 한다고 신뢰가 다시 붙는 건 아니다. 사랑이 유리 같은 것처럼 신뢰도 유리 같은 거다.

 

나의 코로나 극복 방법은 독특하다. 집에 있으면서 번역에 눈 돌렸다. 시 하나하나를 번역하며, 기존 번역의 오역도 보이고 시적으로 어떻게 해야 더 좋게 와 닿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엔 한영 번역을 하고 사촌동생에게 감수를 맡겼다. 친구가 가족끼리 그런 일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아냐, 어릴 때부터 본 동생이고 착해서 우린 그럴 일 없어.” 했다. 영어 강사가 만 원에 해준다는 걸 동생에게 용돈 주는 셈치고 오만 원씩 주면서 시켰다.

 

문법에 대한 의견차이가 생기면서 동생은 못하겠다고 하고 마지막으로 맡긴 한영 번역에서 일부분을 영어 고어로 써 보냈다. 기막혔다. 친구에게 뒤통수 맞아 봤지만 친척에게 맞은 건 처음이다. 뒤통수치는 건 비열한 거다.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안에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충격이다. 그만두는 건 괜찮은데 아닌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대 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셰익스피어 대사를 인용한 부분이 있어서 그랬다는데 현대인이 고어를 어떻게 알아듣나? 의도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그 애를 봐야할지 모르겠다. 즐겁게 시작한 코로나 극복이 동생의 바닥을 보는 일일 줄 몰랐다. 자주 연락하지 않던 동생과 마음의 끈을 닿으려했는데 끊겨버렸다. 하지만 나의 코로나 극복기는 계속되었다. 이젠 어느 문예지의 한 코너를 맡아 한 달에 한 번 한 작가의 시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일을 한다. 

 

세계 대작가들의 시도 다 좋은 건 아니다. 수백 편 봐도 마음에 드는 건 몇 편 안 된다. 지나치게 종교적이거나 시어가 아름답지 않거나 사회의식 시도 많거나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도 많다. 사후 70년이 지나야하는 저작권도 살펴야 하고 긴 생애도 한영 번역해야한다. 하지만 재밌다. 수많은 숨겨진 시를 발견하는 기쁨도 크고 식상하지 않고 시적으로 번역하는 신선함도 있다. 내가 시인이기 때문에 그 시를 쓴 의도와 감성과 마음을 잘 알 수 있어 의미 전달도 더 잘할 수 있다. 

 

동생과의 끈은 끊겼지만 사회와의 소통은 번역으로 집에서도 잘 이어간다.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의미 없이 답답한 사람들도 하나씩 취미생활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이참에 독서도 많이 해서 인격도 쌓고 넘쳐나는 너튜브로 다양한 세상에 관심 가져 안목도 넓히고 외국어도 공부하면 유익하다. 위기가 위기로 끝날 것인지 선물이 될 것인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고스케처럼 뚝 끊겨버린 내 맘은 영시로 이어진다. 국내엔 처음 소개된 듯한 내가 번역한 롱펠로의 <나의 비밀>을 읽으며 코로나를 이겨내길 바란다.  

 

 

My Secret

 

My soul its secret hath, my life too hath its mystery,

A love eternal in a moment's space conceived;              

Hopeless the evil is, I have not told its history,

And she who was the cause nor knew it nor believed.

Alas! I shall have passed close by her unperceived,

For ever at her side and yet for ever lonely,

I shall unto the end have made life's journey, only

Daring to ask for nought, and having nought received.  

For her, though God hath made her gentle and endearing, 

She will go on her way distraught and without hearing

These murmurings of love that round her steps ascend,

Piously faithful still unto her austere duty,   

Will say, when she shall read these lines full of her beauty,

Who can this woman be? and will not comprehend. 

 

 

나의 비밀

 

내 마음에는 비밀이 있고, 내 삶에도 비밀을 있습니다.

한 순간 영원한 사랑을 품었지만

절망스럽게도, 말하지 않아서  

그녀는 알지도 생각지도 못합니다

아! 나는 들키지 않게 그녀를 지나칠 것입니다

영원히 그녀 곁에서, 영원히 외롭게 

끝까지 삶의 여정을 살겠습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 것도 받지 못한 채

하느님이 그녀를 상냥하고 사랑스럽게 해주셨지만

슬프게도 듣지 못한 채 그녀의 길을 갈 것입니다                    

그녀 발걸음 주위를 도는 사랑의 속삭임들이 따라갑니다

엄격한 의무인 경건하고 정숙한 침묵은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이 시를 읽더라도         

그녀는 누구인가요라며 모른 척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