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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화살촉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11.2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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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관통 당하길 원하는 심장이 놓여 있다 당분간 하늘은 파랗게 물들지 않을 것이다

 

보조개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때마다 열리지 않은 사과나무들이 흔들렸다 기생충처럼 누군가의 뿌리가 어금니에 씹혔다

 

베어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면 아비는 화살촉을 닦았다 지워지지 않는 핏빛 대신 깨끗한 물결무늬 자국, 아비는 화살촉을 닮았다

 

아무도 활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사냥을 위해 몸을 움츠리듯이 빈 장독대에 숨어 한 계절이 지날 때까지, 내 몸에선 눅눅한 효모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허리 굽히는 밭에서

여러 번 쓰러진 과녁처럼 간신히 아비가 선다

 

사과가 자라지 않은 것이 바람의 저주가 아니란 걸 알아챘을 땐 아무도 붉은 열매를 기억하지 못했다

 

당분간 하늘은 파랗게 물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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