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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돌려보내는 결혼정보회사가 있다? -클렌베리 강희정 대표에게 묻다①

김정현 전문기자
  • 입력 2020.11.19 18:59
  • 수정 2020.11.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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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결혼정보회사요? 고객에게 부담 없는 선택권을 주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죠."

 

사진=클렌베리 제공

결혼은 어렵다. 연애도 어렵지만 결혼은 더 어렵다. 사람은 저마다의 세계를 갖고 산다고 하는데 평생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세계를 통일시킨다는 건 엄청난 노력과 각오가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번의 연애와 이별을 반복하며 내 청춘의 나날들과 멀어졌고 이제 젊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요즘, 아직도 짝을 찾지 못해 이성을 소개 받아 나간 자리에서는 ‘성격만 맞으면 결혼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의 필자는 온데간데 없고 상대방의 호구 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자아 발견의 시간을 갖곤 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소리를 듣던 내가, 이제는 피가 말라버려 그런지 마음 또한 예전만큼 뜨겁지 못하다. 상대의 작은 점에 호감을 갖게 되고 시간과 감정을 들여 만나가며 점점 더 그 사람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 보다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세계를 품고있는 사람과 만나 원활하게 합쳐지는 것이 더 원만하게만 느껴진다. 애당초 소싯적의 연애는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했던 결과인 데 비해 현재의 연애는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그간의 길고 짧은 연애를 통해 알게 된 나 자신과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이상형에 더 가까운 이성을 만났으면 하는 게 오늘, 혼기가 차도 너무 찬 필자의 솔직한 바람이다.

그렇기에 결혼을 위한 만남은 어렵다.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조건은 늘어난 나의 나이만큼, 그리고 내가 열심히 살아온 만큼 이것저것 쌓여있는데 주변 인맥을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끌어 모아도 조건에 맞춰 만나기는 어렵고, 나와의 연결고리가 멀어질수록 그와 비례해 만남에 대한 기대는 뚝뚝 떨어진다. 내가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건만, 어느 정도는 맞춰진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런 사람을 만날 곳도 그럴 인맥도 이제는 없다. 이런 얘길 결혼한 친구A와 나눈 적이 있었는데, A가 말하길 "그걸 다 따지다 보면 결혼 못한다"며, "적당히 가장 중요하게 보는 몇 가지만 보고 나머지는 타협해서 만나고 결혼해야 한다. 나이가 몇인데"라는 조언인지 충고일지 모를 답을 받았다. 하지만 결혼은 힘드네 안 맞네 사람은 쉽게 안 바뀌네 하는 A의 조언은 정말 미안하게도 조금도 마음에 와 닿지 못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잘 나간다는 소개팅 앱을 찾고 결혼정보회사를 찾아보고, 유명하다는 곳을 '순례'하며 정보를 주워담기 시작한다. 오래 알고 지내온 동생 B가 그런 케이스였다. 그녀는 인생을 착실하게 살아온 커리어 우먼이다. 좋은 대학, 좋은 대기업 직장, 높은 연봉, 그러나 너무 열심히 커리어에 매진했던 그녀는 늘어난 연봉의 숫자만큼 나이 또한 늘어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주변에서 소개해준다는 것을 한사코 거절해왔던 그녀였는데, 이제 여유가 생겨 사람 좀 만나볼까 하니 더 이상 그녀를 찾는 권유가 오지 않아 결혼정보회사를 찾게 되었다는 그녀. 꼼꼼한 성격만큼이나 깐깐하게 업체를 하나 하나 비교해 나가는 모습을 본 걸 마지막으로 한동안 그녀와 연락이 뜸했는데, 얼마전 그녀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랬다. 결혼정보업체를 찾아보기로 하고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 전화 상담도 받고 방문 상담도 받기를 수 차례, 업체마다 가격도 다 다르고 하는 말도 다 다르지만 결론은 '우리 회사에 가입하는 게 가장 좋다'라는 것이었단다. 실제로 상담이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했던 업체의 후기도 찾아보고 정보도 찾아본 후 가입해 몇 번의 만남도 진행해봤다고 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현재는 중단한 상태라고. 그녀는 '가입만 하면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설명을 들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라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아쉬움을 표출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실망감과 상처를 안고 이제 그만둘 법 한데,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실망감을 토대로 재분석에 나섰다고. 혹시 자신의 '결혼 등급'이 낮아서 그렇거나 업체가 추천해주는 고가의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이번에는 '고급'을 내세우는 업체를 찾았다는 그녀는 상담사의 모든 멘트를 '영업'으로 치부하며 주의해서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가입은 한 거야?" 마치 내가 밟아야 할 지뢰를 미리 밟고 지나간 사람의 생생한 체험기를 듣는 것처럼, 그녀의 행보에 몰입한 필자는 빨리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러자 그녀는 골몰하는 표정을 짓더니 필자에게 "고민 중인 결혼정보회사가 있다"며 "보통은 상담이 끝나면 은근히 가입을 종용하는 묘한 기류가 흐르는데 그런 게 없어서 불편하지 않아 좋았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없고 상담 후에 ‘생각해보고 연락 달라’고 너무 그냥 보내주는게 이상했다. 보통은 좀 더 영업을 하지 않나, ‘내가 그냥 그랬나’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 자리에서 함께 검색해본 해당 업체는 어떤 후기 등의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비슷한 명칭을 가진 과일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이렇게 숨어있는 회사까지 발굴해낸 그녀의 집념이 놀라웠다.

나 또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상담을 받아봤던 사람으로서 한번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얼마나 많은 연락이 오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영업을 하지 않는 결혼정보회사라는 점에 의아해하면서도 어떤 업체일지 궁금했다. 홈페이지에 기재되어있는 기나긴 회사 소개를 읽으며 나도 이 세상에 분명 존재하긴 할 거라 믿는 나의 '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기대감과 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어른 아니랄까봐 '이렇게 운영하면 매출이 날 수 있나?'와 같은 남다른 오지랖까지 피어났다.

B와의 만남이 있은 후 나는 며칠 고민하다 회사 측에 메일을 한 통 보냈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일이었다. 고객이 아닌 기자로서 인터뷰를 해보면 고객일 때 보다는 더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고 다각도로 업체를 조명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며칠 지나지 않아 업체에서 긍정적인 회신이 왔고 가까운 날로 스케쥴을 잡았다.

 

너무 밝아 놀랐던 채광이 좋은 미팅 룸

일반적으로 결혼정보회사는 번쩍이는 샹들리에, 백열 전구, 구불거리는 장식과 무늬가 달린 소파가 놓인 중세 귀족 스타일로 꾸며놓아 부담스러운 곳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 없이 깔끔한 사무실에 조금 놀랐다. 강희정 클렌베리 대표(이하 강 대표)는 직접 인테리어와 배치, 가구와 조명까지 손수 골랐다며 클렌베리 사무실에 본인의 취향과 스타일이 세심하게 묻어있음을 밝혔다.

클렌베리, 광고 없이도 운영될 있는 비결은 고객만족이 만들어낸 꾸준한 입소문

듀*, 가* 등 기성 결혼정보회사가 꾸준히 많은 자본을 들여 소비자들에게 광고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클렌베리는 어떻게 길을 개척하고 있을까. 후발 주자인 만큼 남다른 성장 전략 또는 마케팅 전략에 대해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강 대표는 "아직까지 별 다른 홍보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회사가 운영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도한 바는 아니나 여러 모임에서 소개되고, 결혼을 잘 보내고 싶어하시는 어머님들께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알려지며 회사가 지속 성장세에 있다. 다소 더딜 수는 있지만 확실하고 단단하게 신뢰를 기반으로 다져지고 있는 셈"이라고 답하며 "이 일을 오래해왔고 또 앞으로도 평생, 더 잘 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이 아닌 신뢰할 수 있고 단단한 회사가 되는 것에 중심을 맞추고 있다"라고 차분히 웃으며 답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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