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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37] 피아노 연탄곡의 세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1.15 21:02
  • 수정 2020.11.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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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의 피아노에 앉아 두 명이 같이 피아노를 쳐본 적이 있는가? 연탄(連彈), 즉 연이어, 연결되어 피아노를 친다는 의미로 <젓가락 행진곡> 같이 한 대의 피아노에 앉아 둘 이상의 연주자가 같이 연주하는 곡을 뜻한다. 연탄곡은 네 손을 위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즉 four hands for one piano이며 여기에 손들이 추가되어 six hands, eight hands 등의 편성이 커진 퍼포먼스도 많다. 피아노 1대로 같이 연주하는 게 기본이지만 2대의 피아노로 연주해도 연탄곡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럴 때는 피아노 2중주(2대의 피아노)라고 명시하는게 관례다.

피아니스트 이혜경과 문보미의 사제동행

같이 연주하고 즐긴다는 놀이라는 행위 개념에서 피아노 연탄곡은 작곡됐다. 상술한 <젓가락 행진곡> 같이 재미있는 발상과 악상을 통해 즐거운 피아노 교습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건 같이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 가까이 밀착해서 엉덩이를 붙이고 손이 살짝 닿을 듯 말 듯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짜릿한 감정에 눈빛으로 신호를 교환하고 몸으로 교감하는 파트너쉽은 상대방과의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면서 없는 사랑의 감정도 싹트게 만들 정도이다. 그래서 썸타기에 제격이며 사랑의 묘약이 따로 없다.

JTBC드라마 밀회 중, 사진 갈무리: 드라마 밀회

2014년 JTBC 드라마 <밀회>는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 보이는 예술재단의 40대 유부녀 기획실장과 가난한 퀵 배달원인 청년이 천재성이 발굴되어 음대에 갓 입학한 후 벌어지는 위험한 멜로 드라마다. 2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유부녀와 총각 학생)간에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하면서 남녀 간의 미묘한 기류가 뿜어나는 숨 막히는 장면이 연출된다. 슈베르트 역시 애제자인 캐롤라인 에스테르하치에게 헌정, 그녀와의 '밀회'를 꿈꾸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이 200년 후 한국의 드라마로 구현된 셈이다. 

약관의 브람스를 스타 작곡가로 만든 <헝가리 무곡>은 원래 피아노 독주용이었으나 19세기 중반 독일 중산층 가정에는 피아노 한대씩은 다 보유하고 있었고 가정오락과 유희로 연탄곡이 유행인 트렌드를 타고 가정용 연주곡 시장을 겨냥, 연탄곡으로 출판, 대히트를 쳤다. 4집 21곡 중 누구나 선율만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강렬한 리듬과 매혹적인 선율의 5번은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2017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배우 박정민과 한지민이 <헝가리 무곡 5번>을 연탄곡으로 연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브람스 <헝가리 무곡>에 자극받은 출판사 짐로크사는 드보르작에게 슬라브 민속 선율을 바탕으로 한 슬라브판 무곡집 작곡을 의뢰한다. 이에 드보르작은 2달 만에 8개의 춤곡을 역시 '연탄곡'으로 내놓았으며 브람스의 춤곡 못지않게 대성공을 거둬 드보르작을 일약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작곡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 만들었으니 연탄곡은 20세기 전까지 작곡가들에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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