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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김홍관 시인
  • 입력 2020.11.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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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문학 연재 시집, 김홍관 시인의 시집 '씨'의 '고구마' 입니다.

고구마를 샀다.

이역 땅

홀로 사는 몸이라

500원에 네 개

 

뒀다 먹으려는 심사로

다라에 담아 둔 지 이십여 일

먹으려고 살피니

넷 중에 두 녀석이 썩어 간다.
 

아버지 생전에

감자 썩은 건 먹어도

고구마 썩는 건 못 먹는다는

 

썩은 것 중 하나에

연자주 예쁜 싹이 돋는다.

아! 썩어야 싹이 나는구나.

 

기다림도 그리움도

미움도 외로움도

속에서 푹 썩어 가야

연초록 싹이 나는구나.

 

도대체

내 안에 있는 상처도

얼마나 더 썩어야

연초록 싹이 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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