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문학 김홍관 시인의 시집 '씨'의 '여행 중'입니다.
삶은 여행이다.
내 여행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깜깜한 곳에서 시작됐다.
분간조차 할 수 없는 곳
빛을 찾아
또 다른 여행을 했다.
뭔가 다른 곳을 향해
때론 함께 걷기도 했고
때론 외롭다는 생각 없이
홀로 가기도 했다.
나 아닌 나를 만났다.
그곳이 행복의 끝이었다.
거기가 내 여행의
마지막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나 아닌 나는
내가 아니었다.
그는 또 다른 그였다.
그도
내가 그 아닌 줄 알았다.
그는 그를 찾아 떠났다.
새로운 여행을 한다.
살아가는 인생의
모든 여행은
나를 찾아감의 시작이다.
내 발길 머무는
여행의 마지막 문을 닫을 땐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날 맞이해 줄
믿었던 신께서도 그곳엔 없었다.
단지 너덜너덜해진 신발과
찢어진 내 마음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