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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내기]사람들의 모서리

mediapiawrite
  • 입력 2020.10.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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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이지민님의 작품 '사람들의 모서리'입니다.
각진 모서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날카롭고 예민한 모서리일지라도 이 위기를 원만하게 이겨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어려운 심정과 현실, 그리고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음을 잘 표현해준 작품입니다.

  각진 것들은 모서리를 가진다. 둥그런 것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날카로운 모서리. 각진 책상, 각진 가방, 각진 문, 각진 창틀. 이것들은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긁히면 상처가 생기거나 멍이 든다. 심하면 찢어지기도 한다. 모서리가 있는 것들은 날카롭고 예민하다. 대신 각이 딱 잡혀 있기 때문에 균형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사람 또한 그렇다. 겉모습만 보고선 알 수 없는 은근한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 건드리면 안 되는 콤플렉스일 수도 있고 자존심일 수도 인정 욕구일 수도 있다. 모서리에 대한 해석은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5월 공적 마스크 대란이 한창일 때였다. 새벽 6시 반, 마트 간판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들은 앞다투어 줄을 섰다. 조금이라도 자리를 벗어나 앞쪽을 슬쩍 재어 보는데도 신경이 곤두서 큰 소리가 오고 갔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슬리퍼를 꿰어 신고 온 사람도, 뒤늦게 택시를 잡아타고 온 사람도 있었다. 다들 모서리가 바짝 선 채로 줄 서서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이 슬그머니 지나가는 듯했으나 새벽의 찬 공기는 그대로였다. 꼬리가 무척 긴 겨울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발끝·손끝이 아리듯이 시려 동동거렸다. 서로 조금만 닿기라도 하면 눈을 흘겼다. 손끝과 발끝,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시간을 움켜잡았다. 기다린 지 3시간 만에 막 출근한 마트 직원이 번호표를 나누어주었다. 번호표를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 사이에 천국과 지옥이 갈렸다. 거리는 두는 데도 이골이 났고 마트 직원에게 따지고 드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우리는 막 다림질한 나일론 바지처럼 예리하게 줄이 선 모서리를 숨기지 못했다. 그 모서리는 절박한 생존 본능의 외침이었다.

  코로나 19라는 사상 초유의 전염병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바다 건너 우리나라까지 전파되었다.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을 통해 전염되는 코로나 19는 비말 차단 마스크를 쓰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병이다. 그럼에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코로나 19 감염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했고 마스크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약국과 하나로 마트, 공영홈쇼핑에 일임하였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손에 쥐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온라인·오프라인을 뒤지고 다녔다. ‘마스크’란 단어만 들어도 신경질이 날 정도로 마치 온 나라가 마스크 노이로제에 걸린 것처럼 예민했다.

  그런 가운데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되었다. 정확한 배송이 생명인 택배는 ‘집 앞에 두고 가주세요’가 보편화 되었고 사람을 만날 때도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두고 대화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마스크는 사먹는 생수만큼이나 중요한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고 가장 반가운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벌써 5개월째로 접어드는 코로나 시국은 사람들을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코로나 블루로 진화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 이용이 제한되고, 가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과 버스 기사의 실랑이가 벌어져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사람들 속에 내제된 모서리가 고슴도치 가시처럼 잔뜩 치솟아 올라 다른 사람을 인정사정없이 찔러대었고 서로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사람들의 모서리는 코로나 19를 만나 동동 떠다니는 빙하 조각으로 변했다. 무의식  중에서 드러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서로 맞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서로 그렇게 할퀴기만 할 줄 알았고 불안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새로운 매너의 기준이 만들어졌다. 서로를 자극하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을 할 때는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하기, 외출 후 비누로 손 30초 씻기. 감염을 차단하고 가족, 친구, 지인 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중요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 만나기가 꺼려지고 집에 머무르면서 유튜브 방송, 홈쇼핑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홈트레이닝인데 집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게 유튜브 운동 채널을 구독하며 그 동작들을 따라 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덕분이 운동 채널 유튜버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었다.

  사람이 가진 모서리는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다. 인류가 가진 일종의 본능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공격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면 숨은 본능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 내면의 모서리는 원만하게 잘 관리되어야 한다. 함께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코로나의 어려움에 맞서면서 느낀 에피소드도 공유하고 오프라인이 아니라면 온라인 오픈 채팅방에서라도 교류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이지민님의 작품 '사람들의 모서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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