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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16] 트로트 광풍에 방점 찍은 나훈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0.04 12:59
  • 수정 2020.10.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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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는 무려 시청률 29%(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이번 추석은 나훈아를 주제로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다. 15년 만의 방송 출연에 비대면 공연인데다 영상도 한시 공개 후 내린다고 하면서 집중도와 희귀성을 증폭시켰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대중들을 위로하겠다는 취지와 추석이라는 시점이 겹쳐지면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두루 갖춘 기획으로 평가된다. 신곡으로 내놓은 '테스형'은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부른 노래로 숱한 해석들을 끄집어냈다. 숟가락 얹어 지명도나 높이려는 아전인수 격의 정치적 해석들도 나오기도 했다. 수없이 많은 트로트 경연 대회와 쇼가 난립하지만 해외 팝가수에 뒤지지 않는 화려한 스테이지와 나이를 무색하게하는 파워풀한 퍼포먼스, 그리고 역시 '영화의 감동은 화면크기에 달렸다'라는 어느 텔레비전 광고 문구처럼 압도적인 물량공세는 자본력이 작품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피아노 한 대 놔두고 나훈아가 아무리 노래를 불러봐라. 감동은 돈과 음악 외적인 제의적 요인에서 일어난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 갈무리: KBS방송 실황

고대 그리스 풍 무대를 배경으로 분홍 가발 연주자의 일렉기타 연주로 막을 연다. 수많은 댄서들과 레이저 영상 댄서들까지 군무를 추며 무대를 꽉 채운 신곡 '테스형'은 1990년대 모던록 느낌의 레트로 흐름에 발맞춘 곡으로 러시아 민요 '백만송이 장미'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와 음악 진행은 논외다. 음악의 표절 유무는 대중의 관심 밖이다. 익숙함은 도리어 대중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큰 무기가 된다. 독창성은 도리어 신곡 <테스형>의 가사에서 발휘된다. 첫 소절부터 인생의 아이러니를 단숨에 훅 파고드는 문단법의 가사는 웃는 가운데 대중을 들었다 놨다 조련한다.

나훈아는 가수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최고치로 지닌 희대의 엔터테이너다. 넘볼 수 없는 가창력과 음색, 히트곡이 120곡이 넘는 작사 작곡 능력, 풍성한 표정과 제스처, 쇼맨십과 카리스마, 그리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입담까지 지닌 초고수다. 활동 방식에서도 다른 스타들은 선뜻 시도 못 하는 방식을 계속 취하고 극도로 노출을 자제하고 콘서트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신비주의적 성향을 고수한다. 대중들이 자신을 갈구하고 공연을 기다리게 만든다. 저절로 찾아오게 만든다.

작년부터 트로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TV조선에서 마련한 특집 <2020 트롯어워즈>는 18.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미자가 대상을 차지했고 공로상에 남진, 심사위원 특별상에 장윤정 그리고 임영웅은 신인상과 인기상을 포함해 무려 6관왕에 올랐다. SBS의 <트롯신이 떴다>, 설운도를 원조 가수로 내세운 JTBC <히든싱어6>, 오는 23일 정규 편성에 앞서 <트로트의 민족 특별판>을 추석에 맞춰 방영한 MBC, 오는 11월에 <트롯전국체전>을 시작할 예정인 공영방송 KBS, 내년 1월 런칭 예정일 TV조선의 <미스트롯2>까지 정말 텔레비전만 틀면 트로트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간 소외되고 과도할 만큼 폄하된 장르로 주목받지 못했던 트로트가 이제 제대로 된 평가와 관심을 받게 된 건 다행이다. 중년층이 즐겨듣는 장르로 꼽히던 트로트가 이제는 전 세대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트로트를 둘러싼 경쟁이 과부하 되면서 '겹치기 논란'부터 급격하게 '소모되는 이미지' 등은 이제 겨우 각광을 받고 있는 트로트가 언제 또 그랬냐는 듯이 불꽃이 꺼질 수 있다.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가수들

트로트 전에는 아이돌이었다. 그때 추석은 아이돌들이 나와 경쟁하는 '아육대' 같은 프로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어떠한 장르나 경쟁력이 없으면 식상함을 느낀다. 어디서 뭐가 좀 유행이고 잘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달려들어 한바탕 요란법석을 떨고 결국은 전부다 공멸한다. 클래식 성악가들이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지키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선보이고 각 고유 장르의 특성을 골고루 전파할 노력을 해야지 트로트와 뮤지컬에 출연하고 그들의 인기에 편승해 나훈아의 '테스형'이나 '잡초'를 부른다면 그건 일시적인 반짝에 불과하다. 음악 장르를 통섭할 수 있는 변화와 깊이를 염두에 두고 서로 발전해가야한다. 그것이 정립되지 않으면 안 그래도 지나치게 짧은 유행의 주기에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플랫폼에서 우리는 광대 마냥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다 채우고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이렇게 쏠리다가는 그 소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니.....

54년 차 가수의 고백, 오직 연습만이 진리, 어느 분야에 있든 우리가 정말 위와 같은지 자문해보자! 불평불만만 일삼고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학위? 개나 줘 버려야 한다. 예인이 학위 따위는 무엇에 쓴다고??? 사진갈무리: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방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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