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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노트] 스토리와 주제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모은우 전문 기자
  • 입력 2020.09.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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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 쪽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집필되고 있습니다.

 

저번 글에서는 자신의 글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자신의 지인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필자가 공모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얼마 전이지만 가장 처음 도전했던 공모전은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에 있었던 장편소설 공모전이었다. 미리 언급해 두지만 이 최초의 공모전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로도 계속 등장할 예정이다.

 

그 이유는 그 작품은 아마추어 작가가, 특히 프로작가를 꿈꾸거나 공모전에 도전하는 작가가 해서는 안 되는 모든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작품에 담겨있는 수 없는 실수 중 아마추어 작가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 하나를 꼽아보자면 그 작품 안에는 그 소설을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철학을 독자에게 주입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주 가득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겠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글이 있다. 그 글을 쓰신 분이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맡으셨던 분인데 그분이 쓴 글 안에 필자가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이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문장을 다시 재구성 하자면 대충 아래와 같다.

 

요즘 도전자들은 제대로 된 스토리는 없으면서 자기 개똥철학을 강요하는 글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맨 처음에 공모전에 도전했던 소설이 딱 그런 식의 글이었다. 그 소설에는 명확한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저 상징적인(오로지 작가만이 그렇게 느끼는) 이미지와 대사들로 한 권이 가득 채워져 있는 그러한 볼품없는 소설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그 소설은 대중소설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필자는 그 작품을 쓸 때 창작자 인생에서 가장 자신감 넘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이유는 필자가 그 작품에 너무나도 명백하고 고귀한 주제를 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어느 정도나 자신감이 넘쳤던지 공모전에 냈을 때 공모전이 끝나기도 전에 심사위원들이 너무나 감동을 해서 필자에게 미리 합격통보를 줄 것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필자에게 돌아온 것은 그저 불합격 통보일 뿐이었다.

소설은 교과서가 아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을 필히 스토리에 녹여 내야 한다. 그렇지만 당시 필자는 스토리보다는 필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중요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스토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 권의 소설이 탄생하고 말았다.

 

사실 창작하는 사람들이 창작하고 싶은 동기는 굉장히 여러 가지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느끼는 것을 창작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고 싶다 라는 생각은 창작자로서 아주 고귀한 욕망이며 그러한 욕망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만약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본인이 그 메시지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찰해 봤는지, 그 생각이 어느 정도의 깊이로 숙성되었는지는 반드시 한 번 정도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품에 작가의 생각과 주제 들어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메시지를 깊게 고찰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작품의 스토리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없이 글을 썼던 것이 가장 문제였다.

 

그렇다면 메시지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했다면 충분한 것일까?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중소설 쪽을 지향하는 창작자라면 작가가 표현하려고 하는 주제보다는 스토리가 좀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본다. 스토리를 위해 주제를 희생해야 할 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때는 스토리의 손을 들어주는 게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필자는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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