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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그래서 내 이름 끝에 느낌표를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09.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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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칼바람이 잘도 부네

책에선 이러다 두 뺨에 생채기가 나고

가끔씩 바람따라 날아가는 기억을 붙잡으려

손을 뻗고

그러고 보면 기억은 투명한가봐

주머니 속에 든 실삔으로 머리를 고정해

자꾸만 뿌듯한 사람인 척 숨을 크게 쉬네

들판에 선 것 마냥 바람이 부네

쏜살같은 칼바람이

부네

 

그렇게 널 피해 도망가면

두 귀에 생채기가 나고

바닥에 나뒹구는 머리카락이 너무 많아서

금방 나는 들통나버리네

이제야 알았었지

새하얗게 머리 미는 꿈

거울에서 내가 나를 비웃으며 서럽게 웃는 거

정수리에 파란 선 그어줬네

 

나는 온 몸으로 느낌표를 만드는 것

모두가 놀라고 어쩌면

칼바람 부는 것도 뚝 멈춰버리게 만드는 그거

내 버릇은 너에게 엄지를 보여주는 자랑

도망가도 너는 엄지만 볼 수 있게

멀어지는 나를 익숙하게 속이기 위해

 

다시 또 칼바람이 부네

사실 바람이 나를 숨겨주는 장치

내가 투명해지 못해서

자꾸만 발각되는

놓치면 너의 목이 퍼렇게 터져버릴 듯

 

!

 

폭죽이 나를 어찌 알지

귀청이 떨어져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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