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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문학 연재 시집 '씨'] 하노이 돌풍

김홍관 시인
  • 입력 2020.09.0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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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돌풍

 

여름이

익을 대로 익어 가나 보다.

어디 숨 쉴 작은 구멍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무르익은 여름이 오늘

심술을 부렸나 보다.

돌풍이 불고 가지가 꺾이고

뿌리 깊지 않은 나무는

쓰러져 담장을 부수고

 

사람도 분노가 쌓이면

겨울을 녹여 봄이 오듯이

가슴에 쌓인 분을 녹여야 한다.

숨구멍 하나쯤은

남겨 놓아야 한다.

내 안에 자라는 나무에

스스로 가시를 만들고

그 가시에 심장을 찔리고

 

허파에 상처내고

아파하고 후회하고

무르익은 여름에

세월의 약을 먹이면

가을을 잉태하듯

우리네 가슴에도

세월이란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김홍관 시인의 시 '하노이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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