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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내기] '우리 현장 사람들'

mediapiawrite
  • 입력 2020.09.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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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배려하는 작은 마음이 모여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삶의 현장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감동이 다시끔 힘을 내어 버티게 해줍니다.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명종숙님, '우리 현장 사람들'

 

 

어떤 사람들은 속된 말로 우리 현장 사람들을 ‘노가다 꾼‘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속에는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그들을 저 밑으로 내려놓으려는 하대의 누린내가 진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나는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건설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했다.  경리직원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던 그곳에 일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느끼지 못한 그 어떤 것들을 가슴 뭉클하게 느끼며 보냈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나도, 손에 굳은살이 연륜만큼 두꺼워진 노무자들도 생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코로나19’라는 생경한 바이러스 앞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설 현장이라는 특성상 그분들은 마스크를 쓰고 그 힘든 노동을 감당해 내질 못했다. 땡볕의 날씨에 옷이 흥건하게 젖는 그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에 앞서 일사병으로 먼저 쓰러질 듯했다.

 매스컴에서는 연신 감염자 수의 현황을 발표하고 서로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차가운 사회풍경이 낯설지 않은 현실이지만,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를 목표로 한 배에 오른 우리들은 그저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여직원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현장 사무실이라서, 나는 업무 이외에 직원들의 감염예방에도 관심을 두고 일을 진행해 나갔다.

 가장 먼저 개선한 일은 현장 사람들의 점심 식사였다. 여러 사람이 한 번에 같이 먹다 보니 배달 업체는 서너 명씩 먹을 분량을 하나의 반찬통에 담아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들의 젓가락이 한곳으로 오가고 만약 누군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여지가 무척 높았다.

 나는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 사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식사 용기를 개인별 도시락으로 바꿔줄 것을 부탁드렸다. 일회용 도시락 통을 사야 하는 추가비용이 발생했으나 사장님 부부는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우리 현장사람들은 각자의 도시락을 가지고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 가서 자유롭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작은 공사라서 식대비용이 넉넉하지 않았다. 경리로서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추가비용 없이 내 의견에 기꺼이 응해준 그 식당 사장님이 정말 감사했다. 이런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는 우리 모든 국민이 함께 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식상한 공적 외침이 막상 나에게 현실로 다가오니 마음에 울림이 일었다. 나도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한밭식당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그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컴퓨터로 거래 명세서를 작성해 오는 거였다. 본인들은 할 줄 모르기에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에게 매달 부탁해서 가져온다고 했다. 난 그달부터 즉시 그 일을 내가 대신했다. 서로가 조금씩 돕는 상황이 되다보니 바이러스로 인해 차가워진 분위기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인 생수도 바꿨다. 2리터 큰 병에서 5백 밀리 작은 병으로 바꿔서 각자 휴대하며 마실 수 있게 했더니 다들 너무나 좋아했다. 비용을 다른 곳에서 아끼고 이러한 개인위생에 관련된 것들은 철저하게 개선했다. 

 

 어느덧 일 년이라는 공사 기간이 마무리되어 나는 얼마 전 그분들보다 먼저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내 짐을 챙겨 나오던 날, 일하고 있던 현장 사람들 중에 회갑을 넘긴 어느 한 분이 급히 내게 오더니, 종이가방 하나를 건네줬다. 그 안에는 노랗고 빨간 장미 나무 두 그루가 화분에 얌전히 담겨 있었다. 아내가 작은 꽃집을 하기에 나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서 가져 욌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내가 고마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자신들에게 인사를 건넸던 일조차도 고마워했다. 그렇게 짧은 마지막 인사 한마디를 나눈 그분은 바삐 다시 일터로 향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생각해주며 한 가족처럼 지냈고, 그 덕분에 마스크도 허락되지 않은 열악한 건설 현장에서도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이 임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집 화단에 옮겨 심은 장미꽃들이 유난히도 잘 자란다. 아마도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흠뻑 담긴 상태로 내게로 온 까닭인 것 같다.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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