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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내기] 사부곡(思婦曲)

mediapiawrite
  • 입력 2020.08.28 16:56
  • 수정 2020.09.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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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이 보내는 편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가족을 위하는 아내의 마음에 감사하는 '사부곡(思婦曲)'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정승권'님의 작품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가족을 챙기느라 수고가 많은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서투른 편지 한통을 보내.

2020년 상반기는 정말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평온했던 일상이 완전히 흐트러져 버렸지. 그저 곧 지나갈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1주가 2주가 되더니 어느덧 반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어 우리 모두를 지치고 힘들게 해. 주말이면 온가족이 함께 동네 산책을 한 후 당신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갈비집에서 외식을 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유원지로 소풍을 가던 평화로운 일상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네.   

이번 코로나를 겪으며 내가 알던 그대로 당신은 참 나약하지 않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독한 전염병의 공포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당신은 침착한 자세로 아이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주었지. 든든한 아내이자, 흔들림 없는 엄마인 당신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큰 위로가 돼.  

일단 내 수입이 상당히 줄었음에도 불평 한 번 하지 않은 당신에게 고맙고 미안해. 코로나 때문에 사람 간 전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내 수입이 줄어들고 모아 놓은 돈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되니, 나는 내 앞에 닥친 현실이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어.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꼭 나만 힘든 것 같아서 더 고통스러웠거든. 긴 어둠의 터널을 어떻게 지나가야 하나 암담하기만 할 때, 당신은 초조해하는 나를 가만히 다독여주었지. 당신의 따뜻한 손길이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더 큰 힘이 돼주었어. 당신 덕분에 용기를 내어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었지. 정말 고마워.        

게다가 아이들과 집에 거의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데도 항상 밝게 생활해 준 당신이 정말 고마워. 삼시세끼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텐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놀이시간을 보내는 당신이 정말 대단하기만 해. 

특히 미숙아로 태어나 아직까지도 면역력이 약한 우리 유진이를 돌보느라 고생 많았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는 와중에도 대학병원에 데리고 다니느라 노심초사했을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평소에도 남들보다 더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 바이러스로부터 유진이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얼마나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애를 태웠을까. 행여나 면역력 약한 유진이가 코로나에 걸리진 않을까 마음고생은 또 얼마나 심했을까. 

귀찮을 법도 했을 텐데, 당신은 외부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아이들 식사는 물론이고 간식까지 모두 일일이 집에서 만들어 먹였었지. 당분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엔 들어가지 말라며 내 도시락까지 챙겨주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 하루 종일 아이들과 놀아주고 씨름하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내가 집에 돌아오면 매번 밝은 미소로 맞아줘서 정말 고마워.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나에게 마스크를 챙겨주며 “조심해! 당신은 우리집 기둥이니까!”라고 격려해 주었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뭉클했는지 몰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건지, 어떻게 당신처럼 현명한 사람과 결혼을 했을까. 

지난 반년은 결말을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평온한 일상을 바라는 마음이 공존했던 시간들이었어. 한치 앞도 알 수 없기에 더 불안하고 막막했던 날들이었지만, 당신의 희생과 수고 덕분에 지금껏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어. 또 지금도 현실이 무섭고 막막하지만, 당신이 곁에 있기에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나는 분명 당신과 연애를 하던 시절보다 결혼한 이후로 더 큰 행복을 느끼고 더 큰 사랑을 배우는 것 같아. 당신과 함께 걸어온 시간보다 당신과 함께 걸어갈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욱 기대돼! 지금껏 그래왔듯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자.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조금씩 잡혀가고 있으니 조금만 더 같이 고생하면서 이겨내자! 이번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나면 당신 좋아하는 꽃구경도 가고, 당신이 먹고 싶어 했던 파스타도 마음껏 먹으러 가자.  

부족한 남편을 사랑해줘서 너무 고마워. 여보! 사랑해^^

 

당신의 영원한 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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