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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폭력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8.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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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억지로 뜯어내는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귀를 할퀴고 지나갔다. 워낙 시끄러운 도심지 한복판에 살고 있어 웬만한 소음은 이제 참을 수 있다고 여겼는데 벽지를 긁는 거 같은 신경질적인 단말마에 짜증이 확 밀려와 창문 밖을 내다보니 서울교대 통행로에 깔린 우레탄 바닥을 포클레인이 한창 뜯어내고 있었다. 바로 집 앞에 교대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쪽문이 있고 그 옆에 서울교대의 모든 쓰레기들을 모아 처리하는 오물장이 있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압식 기계가 쓰레기를 퍼 나르고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고 부수면서 공사판을 방불케 하더니 웬일? 오물장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Muss es sein?(꼭 이래야한 하는가?) 이런 걸 보고 나만 마음 아파한다면 내가 비정상인건가????

도대체 쓰레기장을 뜯어내고 그 부지에 다른 무엇을 하려는지 주변 정리도 한창이다. 그런데 포클레인이 교대 담에 심어져 있는 길이가 5미터 이상이요 얼추 십수년을 되어 보이는 나무에 무자비하게 갈퀴를 내려 꽂으며 억지로 찢어 버린다. 마지막 저항을 하는 듯 나무도 몸부림을 친다. 순순히 찢겨 나가지 않으려고 저항을 하면 할 수록 기계의 굉음은 점점 커지고 힘이 더 들어가면서 마침내 잘려 나간다. 육중한 금속의 나무를 때리자 나도 모르게 '악' 하는 비명을 질렀고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나무를 제거하고 부지를 확보해야 하려나 본대 그렇다고 나무를 결 따라 베는 것도 아니요 포클레인으로 찍어서 갈기갈기 찢어 내팽개치고 그렇게 산산이 조각난 파편이 대지에 떨어지면 안전모를 쓴 인부들의 몫이다. 전기톱으로 수거하기 편하게 몇 갈래 또 마구 찢는다. 아~~내 몸이 찢겨 나가는 거 같은 고통이다. 생선 찢듯이 떨어져 나간다..... 보고만 있어도 그 아픔이 내게 그대로 전해져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눈을 돌린다.

육중한 포클레인에 강타당한 오랜 세월 교대와 함께 한 나무...그런거 필요없다. 인부들은 받은 만큼 일하고 가면 그만이요, 학교도 철거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이게 효율성이자 경제성이다. 

오랜 세월 자리를 함께 한 나무들은 언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냐는 듯이 베어져 나갔다. 너무 잔인한다. 이건 서울교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시키니까 돈 주니 무덤덤하게 맡은 바 일을 처리한 인부들, 포클레인 기사들의 잘못이 아니다. 효율성과 경제성, 자본력과 운영, 수치와 지표만 추구하는 잔인한 세태의 총체적 결합이다. 적은 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빨리 일 처리를 해야지 언제 나무 따위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이게 우리 사회다. 단기적이 효율과 경제성에만 매몰되어 우리는 그렇게 살고 또 그걸 강조하며 끊임없이 성장과 발전에만 매도되어 왔다. 그 결과는? 지구온난화에 이상 기온으로 인한 물난리, 홍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전염병의 창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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