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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57 ] 라라 카페

김홍성
  • 입력 2020.08.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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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건물이 거기 생긴 지는 얼마 안 된 듯 했다. 콜라, 사이다, 맥주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 건물 전면이 볼썽 사나왔다. 들어가면 바가지를 쓴다는 의심도 들었다. 내 옆 자리의 사내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창문으로 기웃거리기만 했다.

ⓒ김홍성 

 

지프가 섰다. 콜라와 사이다 광고판이 큼직하게 자리 잡은 도로변 주차장이었다. 주차장 안쪽에 라라 카페라는 간판을 단 기다란 건물이 있었다. 주차장에는 이미 여러 대의 버스와 지프들이 주차해 있었다. 뚱뚱한 운전사와 바싹 마른 조수를 포함한 10 명의 승객들이 우리 지프에서 내렸다. 주차해 있는 세 대의 지프 중 에서 우리 지프가 유난히 고색창연했다.

 

바싹 마른 조수가 10분 동안 휴식이라면서 화장실은 카페 뒷마당에 있다고 알려 주고 운전사를 따라 카페로 들어갔다. 스님을 포함한 세 명의 여자들은 카페 뒷마당으로 갔다. 남자들 몇몇은 광고판 뒤로 가서 소변을 본 후에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건물이 거기 생긴 지는 얼마 안 된 듯 했다. 콜라, 사이다, 맥주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 건물 전면이 볼썽 사나왔다. 들어가면 바가지를 쓴다는 의심도 들었다. 내 옆 자리의 사내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창문으로 기웃거리기만 했다.

 

운전사와 조수는 안에서 차오민을 먹고 있었다. 자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차오민은 국수를 간장이나 토마토소스로 자작하게 볶은 국수다. 콜라나 사이다와 함께 만두를 먹는 사람들도 있고, 밀크 티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카운터 밑에는 생수 박스가 쌓여 있었다.

 

스님이 왔다. 화장실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만족할 만 하다고 대답했다. 갱톡에 갈 때까지 한 두 번은 더 이런 카페에서 쉴 거라는 얘기를 전했더니 '차 한 잔 해도 되겠네요' 했다. 우리는 안에 들어가 밀크 티를 한 잔 씩 마셨다.

 

차를 마시며 스님은 말했다. 차량 이동 중에 뭘 마시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특히 맥주나 커피나 차가 그렇다고. 그제야 나는 페마네 뚱바집의 비좁고 냄새가 심한 재래식 화장실이 스님에게는 불쾌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요. 소변이 안 마렵다가도 차를 타려고 하면 갑자기 마렵습니다. 다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변을 보지만 저는 일부러 소변을 안 봅니다. 왠지 아세요? 내리자마자 소변을 봐도 십분 간 휴식 끝나고 차에 탈 때 다시 마렵거든요."

 

스님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 때 마침 저 쪽 자리의 우리 지프 기사와 조수가 식탁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우리 기사와 조수가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화장실에 가야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차에서 뵙죠."

 

스님은 다시 한 번 소리 내어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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