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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장관님, 소설을 모욕하지 마시랍니다.

천원석 칼럼니스트
  • 입력 2020.07.30 22:51
  • 수정 2020.07.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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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추미애 장관이 법사위에서 던진 소설을 쓰시네라는 말로 또다시 언론이 시끄럽다. 이날 한 야당 의원이 추장관의 아들 문제를 두고 법무부 차관을 세워 놓고 질문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들 듣고 있던 추장관이 던진 말이었다. 이 말은 곧이어 여야 국회의원들의 충돌로 이어져 결국 법사위는 또 한동안 파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야 늘 보아오던 국회의 모습이니 새로울 것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여기에 한국 소설가 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하며 가뜩이나 시끄러운 정치판에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장은 소설 쓰시네라는 추장관의 말은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로 인식하고 있기에 나온 모욕적인 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주었으니 이에 대한 추장관의 사괴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성명서는 나름 소설에 대한 개념 규정까지 설명하면서 사뭇 진지하게 상처입은 예술가의 사자후를 토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솔직히 소설을 즐겨읽는 나 같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성명서를 패러디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놀고 있네라는 말을 한 사람들은 놀이협회에 사과하라는 것을 비롯하여 발로 그렸냐는 화가협회에, ‘개나 소나~’는 애견협회와 낙농협회에, ‘눈 감고도 한다는 맹인협회에, ‘개떡 같네는 시루떡협회에, ‘초딩도 아니고는 어린이협회에, ‘식은 죽 먹기는 죽협회에, ‘말이냐 방구냐는 경마협회에, ‘가지가지하네는 전농연맹에, ‘미쳤냐는 음악협회에, ‘달밤에 체조하고 있네는 대한체조협회에, ‘지랄 옆차기하고 있네는 태권도 협회에, ‘돌대가리냐는 탈모협회에,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천문협회에, ’막장이다는 광산협회에, ’안봐도 비디오네는 VCR 제조업체에, 그리고 '그 나물에 그 밥'은 우리의 소중한 먹거리를 아주 값어치 없는 물건으로 폄하한 말이기에 전국의 농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말이니 농산물협회에다가 사과해야 한다는 패러디가 끝도 없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심지어 ’X까고 있네는 비뇨기과 협회에 사과하라는 말까지도 있었다.

 

김호운 (사)한국 소설가협회장이 ‘소설 쓰시네’라는 추장관의 말을 문제삼아 성명을 발표했다.(사진=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 이번 추장관의 언사에 성명서 초반부에 있는 문구 대로 정치 입장을 떠나상처를 입었다고 하니 그것은 개인의 심리적 영역이므로 그런가 보다하고 인정할 영역이다. 따라서 김호운 협회장이 문재인 탄핵을 위해 광장으로 나오라고 독려하는 SNS글을 쓰신 분이라는 것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름 김호운 협회장의 심정에 이해가 간다. 예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는 완전히 소설이라고 했을 때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공소장은 법률가가 쓴 법률 문서가 아닌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서 쓴 한 편의 소설같다라고 했을 때, 또 김성태 전 국회의원이 자신의 자녀 특혜 입사 문제가 불거지자 채용비리로 몰아가는 것은 소설이다라고 했을 때는 소설가의 순수한 자긍심에 얼마나 무지막지한 상처를 입으셨을터인가! 아마도 그때는 그 상처가 너무 커서 차마 입으로는 다 이야기할 수 없어 침묵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그나마 어느 정도 상처에서 회복되어 가던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또 들었으니 어찌 참으실 수 있으셨을 터인가?

  그러니 나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더불어 같이 분노한다. 소설 같은 순수한 예술이 정치 같은 비루한 행위에 의해 모욕당하는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보란 말인가? , 그러고 보니 본의 아니게 코미디인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고 말았네. 코미디언 여러분들,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리는 바입니다.

(본문의 일부 내용은 유투버 정치초단님의 멘트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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