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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23 ] 아일랜드 게스트 하우스

김홍성
  • 입력 2020.07.15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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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콧방울에 금싸라기 장신구를 단 몽골계 여주인이 방문의 자물쇠에 열쇠를 꽂아 놓고 문 옆으로 비켜섰다. 직접 열고 들어가 보라는 뜻이었다. .

 

다르질링은 여행자들로 들끓고 있었다. 예상한 그대로 알리멘트에는 빈 방이 없었다. 유스호스텔에는 있겠지 싶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티브이타워 인근에서 숙소를 찾으러 다녔다. 아일랜드 게스트 하우스에 방이 하나 비어 있었다. 방 다섯 개가 잇달아 있는 아래층 맨 끝 방이었다.

 

한쪽 콧방울에 금싸라기 장신구를 붙인 몽골계 여주인이 방문의 자물쇠에 열쇠를 꽂아 놓고 문 옆으로 비켜섰다. 직접 열고 들어가 보라는 뜻이었다.

 

시멘트 바닥에 놓인 나무 침대 위에는 솜이불과 베개가 놓여 있고 침대 밑에는 값싼 카펫을 깔아 놓았다. 통로 쪽으로 낸 창의 창살이 거슬렸지만 그 밑에 놓인 단순한 형태의 나무 책상과 의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화장실 문은 알루미늄 새시였다. 자연광을 조명으로 이용하기 위해 반투명 유리로 창을 해 달았다. 안에 환풍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수세식인데, 그냥 쭈그리고 앉은 채 오른손 앞의 수도꼭지를 틀어서 손잡이가 달린 큼직한 컵에 물을 받아 변기에 붓는 인디안 스타일이었다.

 

서양식보다는 그게 더 좋았으므로 우선 하루치 방값을 치렀다. 여주인은 씽긋 웃으며 저녁은 어떻게 하겠냐고 묻더니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2층으로 올라와 메뉴를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이층은 주인 일가족이 쓰는데, 투숙객들이 식사할 수 있는 방과 특별히 마음에 드는 손님에게만 주는 특실이 따로 있다는 얘기는 진작 들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구경삼아 잠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미 어둑해 질 무렵이었다.

 

현관에 들어서니 호텔 로비처럼 꾸민 널찍한 거실이 나타났다. 거실 왼쪽 창가에 식탁 두 개가 있었다. 그 중 한 식탁에는 수저가 놓여 있고 촛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계산대 밑의 2인용 안락의자에 잠시 앉아 있을 때 젊은 서양 남녀가 현관 오른쪽 계단에서 내려와 촛불이 켜진 식탁에 가서 앉았다.

 

특실은 옥상에 마련된 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주인이 사누(작다는 뜻) 라고 부르는 처녀가 계산대에서 찾아준 메뉴판은 A4 용지 크기의 마분지에 비닐 코팅을 한 것이었다.

 

툭바/모모/차오민이 메뉴 맨 아래에 있었다. 툭바와 모모를 주문하고 소파에 그냥 앉아 있었다. 촛불까지 켠 식탁에 앉은 서양 남녀 뒤쪽에 바로 가서 앉기가 거북해서 사누나 여주인이 안내해 주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사누가 그들의 식탁에 수프를 내갈 때 주방에서는 양념한 육류를 굽는 서양 요리 냄새가 났다. 그들이 주문한 음식은 메뉴판의 어떤 것이냐고 사누에게 물었다. 사누가 손가락으로 짚어 준 것은 맨 위의 스페셜 메뉴인 스테이크였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툭바의 여섯 배였던 것 같다.

 

특실 숙박비도 물론 만만치 않았다. 아래층 방의 다섯 배 쯤 되었다. 그 정도 내는 손님이라서 저렇게 극진히 모시는가 싶어서 언짢았다. 슬그머니 소파에서 일어나 그들 뒤쪽 식탁에 가서 앉았다. 서양 여자가 하이하며 미소 지었다. 꽤 미인이었다.

 

성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툭바였다. 물론 림빅의 셀파 호텔보다 몇 배나 비쌌다. 거스름돈을 내주고 나서 여주인이 말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시즌에는 물이 귀하므로 빨래는 사누에게 맡겨 달라고. 비용은 벽에 붙인 가격표에 주르륵 나와 있었다. 양말, 팬티는 물론 손수건까지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림빅의 셀파 호텔에서 며칠 더 머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펨 도마에게 거짓말 한 것을 거듭 후회했다. 거짓말이 창피해서 도망치듯 버스에 올랐지만, 거짓말을 남긴 현장에서 멀리 떠나고 싶었지만, 내 거짓말은 언제나 따라다녔다. 잊었다 싶었을 때 다시 들리는 이명처럼 따라와 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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