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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권용 전문 기자
  • 입력 2020.04.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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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이후 친일 청산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근현대사 이야기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구한말 일제의 강압 속에서도 민족의 혼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렵사리 독립을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족 간 총을 겨누게 되었다. 국가 재건의 기둥이 될 많은 젊음이 무의미한 총탄 아래 넋을 달리 했으며 내 가족과 이웃들이 죽어갔다.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초토화 되었으며 우리 민족의 미래를 가늠키 어려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은 살아남았다. 아주 오래전 중국의 끊임없는 침략 전쟁 속에서도 버텨냈으며, 임진왜란을 비롯하여 민족의 뿌리까지 바꾸려던 일제의 침탈 속에서 꿋꿋하게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냈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하리라 예상한 국가가 있었을까? 전쟁의 참상 속에서 각국의 원조를 받아야 했던 우리의 가난한 나라는 어느새 문화, 경제, 군사 부분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IMF 위기마저 극복하고 이제는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나라들을 도와주고 있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최초로 다른 국가들을 원조하게 되는 세계 역사에서 유래 없는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식민지를 건설하고 다른 민족을 착취하던 시절, 우리 역시 일제의 침략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난을 당했다. 그들은 단순히 경제 침략이 아닌 우리의 이름을 바꾸고 민족의 영혼까지 짓밟으려 했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국내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민족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개개인의 투쟁을 넘어 몇몇의 명문 가문들은 가산을 통째로 정리해 해외로 이주하며 민족을 위한 싸움을 이어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민족과 후손들을 위해 싸운 민족 영웅들의 이야기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독립을 맞이하기 직전,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시기는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또한 많은 애국지사들이 독립을 한 낯 꿈으로 간주하고 일제의 편으로 돌아선 시기였다. 그들 대부분은 더 이상 투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고, 일제의 보호 속에서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려 했다. 우리 민족의 혈로를 찾겠다는 핑계 속에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이제는 사라진 민족의 이름 석 자를 부끄러움 속에 묻어두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의문점이 들었을 것이다. 일제의 패망 이후 그 많던 친일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일제의 억압 속에 같은 민족을 지키지는 못할망정 팔을 걷고 나서 한민족의 고혈을 쥐어짜던 자들이다. 총칼을 앞세워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였고 고문했다.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자들은 일본의 왕을 찬양하며 우리 젊은이들을 일장기 아래 전쟁터로 내몰았다. 나라를 되찾았으니 당연히 이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만 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만 갔다.

 그저 짧은 역사 지식으로 북한에 비해 남한에서 친일파에 대한 처벌이 미약했다고만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수업과 교과서로는 친일파 처단에 대한 깊은 역사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우리는 역사의 흐름 속 많은 역경들을 이겨냈고 앞으로 더 눈부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대략적으로 배울 따름이었다. 왜 학교와 언론들은 국민들에게 과거의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일까? 우리는 어째서 독립 이후 친일파들에 대한 진실들을 접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 이유를 이 책을 펼치며 마주할 수 있었다.

 독립 이후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라서게 된다. 북에서는 소련의 영향 아래 김일성이 공산주의 국가 건설에 앞장서게 되고, 남한에서는 이승만이 미군의 비호 아래 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립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원들은 철저히 배제된다. 미국의 입장에서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김구보다는 친미성향이 강했던 이승만이 자신들에게 유리했을 것이다. 심지어 김구 주석을 비롯한 임시정부 요원들은 정부의 요원이 아닌 개개인의 자격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승만에게 자신의 권력 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던 친일파들의 이승만의 그늘 아래 다시 요직을 점령했다.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특위는 이승만의 명령 아래 무너졌고,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반공이라는 핑계 아래 친일파 출신 경찰들의 손에 치욕을 경험해야 했다. 의열단의 수장 약산 김원봉 역시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고문을 당하고 북으로 올라가고 말았다. 당시 북한에서는 친일파 처단과 함께 사회주의 이념 아래 많은 지주들 역시 고통을 받았기에 많은 친일파와 기독교인들, 지주들이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독립을 맞이한 후 지주라면 결국 친일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의 친일파들이 남한에 머물게 되면서 새 국가를 건립하는데 있어 다시 친일파들이 득세하게 되니 독립을 맞이한 국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설자리는 이미 없었던 것이다.

 독립 이후 친일파 정리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무능했던 이승만 정부는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더없이 빨갱이 처단에 열을 올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무고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민중을 개돼지로만 생각했던 그들에게 빨갱이 프레임은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더없이 좋은 소재였던 것이다. 이승만에 이어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차지한 친일파 군인 박정희. 일왕에게 혈서를 쓰고 충성을 맹세했던 그 역시 반공, 빨갱이라는 취지 아래 이승만과 똑같이 독재 정치를 이어가게 된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 흘러간 과거로 보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잘 살아가면 될 것이지 지난 치부를 들어내서 좋을 게 무엇이 있냐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가 중요하고 지금 우리가 배불리 먹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아직 지난 역사의 흐름은 끊이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 독립 후 사회·경제적으로 요직을 차지했던 친일파들의 영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썩은 물로 고여 우리 사회 속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처 도려내지 못한 과거의 곪은 상처들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보이지 않게 가로막고 있으며, 언론과 함께 친일에 앞장섰던 정치 역시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암초로 자리 잡고 말았다.

 용서하되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번 실수는 용납할 수 있지만 두 번의 과오를 범할 수는 없다. 정의와 진실이 살아있지 못한 국가에 미래는 없다. 나는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우리 민족의 번영을 원하는 사람이다. 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 후손들을 위해 한 몸을 희생한 선조들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내가 이 땅에서 누렸던 평화와 번영 이상으로 우리 후손들이 더 좋은 나라에서 행복하고 강건한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김구 선생은 우리 민족이 자주 독립 국가 아래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셨다. 또한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으로 우리 민족 스스로의 행복과 함께 타인에게도 행복을 미칠 수 있기를 원하셨다. 현재 대한민국은 김구 선생께서 말씀하신대로 높은 문화의 힘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행복과 더불어 다른 국가에고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과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무대 속에서 주연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역사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며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지난 현대사의 과오를 바로 잡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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