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용원 음악통신 200] 몸에 맞는 옷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3.03 08: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사'신분으로 자신의 부인과 함께 대구로 내려가 신종 코로나에 맞서 진료복이 땀에 흥건히 젖을 정도로 자원 진료 봉사를 하는 모습이 묵직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안 대표의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자원봉사를 함께 하며 유증상자로 병원을 찾은 시민들을 진료했다. 안철수는 정치인이기 전에 의사 면허를 정식으로 소지하고 있는 의사다. 서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3년간 단국대 의대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의예과 학과장을 맡기도 한 인물이다. 즉 그게 그의 본 모습이다. 안 대표의 대구 의료 자원봉사 소식에 누리꾼들은 '사진 보고 눈물이 난다', '본직 의사니까 이렇게 도움을 주고 보기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지지하고 있다.

대구에 내려가 의료봉사 중인 안철수,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구에 내려가 의료봉사 중인 안철수, 사진제공: 연합뉴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존경받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인생의 최종 목표지로 정계에 투신하는 걸 보며 정치, 권력의 끌어당기는 힘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한국기원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바둑 고수도, 10번이나 천하장사를 차지한 씨름계의 전설도,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역임하고 꼿꼿장수도, 유일한 한국 출신 유엔사무총장도 정치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구나 자신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적임자라고 호언장담 자임하며 또 매번 새로운 인물에 목말라있는 국민들은 환호하지만 그동안 힘들게 쌓은 명예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정도로 정치인으로서의 말로는 비참하고 초라하다. 기성 정치권의 단단한 벽과 기득권에 막히고 평생 자신의 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은지라 정치인으로서의 변모가 수월치 않고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이 되어 사소한 실수도 침소봉대되고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되며 정적들은 어떻게라도 깎아내리기에만 바쁘다. 자신의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성공한 분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정치, 문자 그대로 국민과 나라를 복되게 다스리는 일을 한다는 건 입신의 최고봉이요 최상의 영예일 것이다. 허나 그러면서 우리는 영웅들을 잃게 된다. 이번의 안철수도 존경받던 의사와 기업인에서 '새정치'라는 모호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정계에 입문한 후 간철수, 안초딩 등 인격모욕, 비난과 놀림을 당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세련되지 못한 언행으로 수난을 당했다.

안철수와 그의 부인 김미경 교수, 사진제공: 연합뉴스
안철수와 그의 부인 김미경 교수, 사진제공: 연합뉴스

사람에겐 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다. 그걸 그릇이라 한다. 자기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의도치 않은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룬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계속 존경받는 전문인으로서 인격을 수양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진료복을 입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몰두한 안철수의 모습은 진지하고 프로다웠으며 사명감이 느껴져 숭고했다. 정치인 안철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과 인상을 풍기며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땀에 젖은 의사 가운, 굳은 표정에서 보이는 결의, 날카로운 눈빛, 진정한 어벤저스 히어로와 같은 당당한 포스다. 식물국회라는 최악의 일 안 하고 광장에서만 목소리를 높였던 20대 국회가 저물어가고 4.15 총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사태로 어수선한 와중에 민생은 돌보지 않고 당리당락과 개인의 출세를 위해, 작은 위명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지 후보들이 과연 진정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며 헌신할까 두고볼 일이다. 작곡가는 작곡할 때 존재하고 연주자는 한순간의 연주를 위해 수십 시간을 들여 연습에 몰두하는 게 본분이다. 허상과 허깨비를 쫓지 말자. 이게 바로 하나로, 전체로, 재앙인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국민을 하나도 만드는 힘이자 미래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