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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68]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탐방기: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1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1.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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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안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근대식 석조건물인 석조전 서관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관람은 일석이조다. 접근성은 최고다. 지하철 시청역 1번 출구에 내리면 바로 덕수궁 대한문을 만날 수 있고 12번에서도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덕수궁에 들어가서 조금만 걸으면 우리나라 왕궁이라면 으레 목조건물이라는 선입견을 대번에 깨는 육중하면서도 장엄한 석조건물이 확 눈에 들어온다. 걸으면서 덕수궁의 고즈넉한 정취까지 즐길 수 있으니 고궁 속 미술관으로 풍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른 분점인 과천관이나 서울관이 주로 해방 이후 작가들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또는 유명 현대미술가 위주라면 덕수궁관은 구한말에서 해방 이전 시기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면서 조선시대 궁궐이었던 덕수궁의 이미지와 역사성과 부합된다.

덕수궁 안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덕수궁 안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올 2월 9일까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 전시회로 덕수궁, 과천, 서울에서 함께 개최되고 있는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중 개화기부터 해방 전후까지 20세기 전반부에 해당하는 1부 전시회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전쟁부터 현재까지를 다룬 2부(1950-2019)는 과천에서, 동시대의 이슈를 다룬 3부는 서울에서 같은 기간 중 개최된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http://www.mmca.go.kr/main.do)

1부의 키워드는 20세기 초 격동의 시대 한가운데서 지켜왔던 정의다. 우리의 올곧은 유산인 정신문화의 계승이다. 그래서 '의로운 이들의 기록','예술과 계몽', '민중의 소리', '조선의 마음'이라는 4개의 섹션으로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문학, 연극, 영상 자료 등 다양한 매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포스터와 함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번쩍 정신이 들게 하는 그림이 걸려있다. 이응노의 <군상>이 압도한다. 작곡가 윤이상이 광주항쟁의 아픔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독일에서 <광주여, 영원하라!>라는 교성곡으로 승화시켰다면 화가 이응노는 프랑스에서 익명의 군중이 서로 어울리고 뒤엉켜 춤을 추는 듯한 풍경으로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비폭력, 한데 어우러짐을 한지에 묵화로 민중무한을 담아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중을 압도하는 이응노의 군상 그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중을 압도하는 이응노의 군상 그림

2층의 3전시실에서는 민중(民衆)의 힘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연대 속에서 성장한 민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분제의 폐지에 따른 민중, 즉 장삼이사 대중들의 힘과 연대가 연극과 영화 등과 맞물려 성장하게 되었다. 그전까지 몇몇의 특정인들에게만 소장하고 간직이 허용되었던 지식이 대중교육과 문화를 통해 전파되어 민중을 묶어 하나의 세력화를 꾀하고자 하는 무리들도 등장하였다.

황소같이 우직하고 투박하지만 땅에 뿌리박은 힘이 느껴졌다. 일제가 한반도를 토끼라 비하하고 폄하할 때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가 대륙을 바라보며 포효하면서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올 거 같은 결기가 느껴졌다. 어찌 보면 고루할 만큼 '목숨을 건 고집'이 우리 민족의 생명력이다. 그 고집의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갈리고 나뉠 수 있으나 '의'를 추구하고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의와 공정, 공평에 민감하고 그 3개의 미덕을 제일로 여기는게 우리 민족이다.

민중의 소리!
민중의 소리!

4전시실의 '조선의 마음'은 최재덕, 이중섭 등 한국 근대미술사를 빛낸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교과서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그림을 볼 수 있어 들어가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영광이다. 조선 고유의 미학을 어떻게 서양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면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던 선각자들, 분야만 다를 뿐 같은 고민을 했던 선조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각자의 방식으로 '조선의 마음'(Mind of Korea)를 찾으려는 흔적들이 치열했다. 끈덕진 작가혼이 여과없이 전해졌다.

우리 역사의 광장이 끈덕지고 치열한 작가혼으로 되살아난다. 

올해는 삼일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한 세기가 지난 이즘, 우리의 광장은 둘로 나뉘어 화합과 평화보단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고 서로가 서로를 원수 보듯이 갈라졌다. 분열과 갈등 대신 광장에 모여 하나가 되어 서로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게 반만년 한민족의 숨결이요 숙명이다. 대한문 밖에서는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설날 아침부터 덕수궁 돌담길을 타고 돌지만 이응노의 군상처럼, 우리가 그 하나의 점이 되어 군상이 되고 싶다. 연단에 오른 연사들에게 이 노래를 추천한다. 정치평론가 김홍국이 작사하고 부서훈이 부른 <삼일절 백년가, 기억속으로 1919>이다. 같이 부르고 광장으로 나아가자. 또 다른 새로운 백 년을 함께 나아가세!

김홍국 작사, 성용원 작곡: 삼일절 백년가, 기억속으로 1919
김홍국 작사, 성용원 작곡: 삼일절 백년가, 기억속으로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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