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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詩) 새들

서석훈
  • 입력 2014.03.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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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
윤 한 로


봄이 오고 날이 풀리니
왠 날이 빨리도 밝으니
곳곳에 새들 마구 울어라
개나리 덤불 골목 쓰레기
노친네 자개장롱 속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나뭇가지 물어 날라
집 짓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니고
큰 놈이 작은 놈
덮치는 것도 아니고
쪼으고 때리고 맞는 것도 아니고
암놈 위에 수놈이
세고 센 놈이 올라탔구나
대이구 좋댄다
입에 겨우 풀칠만 하는
작것들 아,
츄리닝 바람에 맹하게 듣고 있노라니
삼십년 전 대학교 때이구나
연못시장 ‘새집 여인숙’
마치 그 새들이 날아왔다고나 할까
시계 잡히고 가방 잡히고
밤마다 깽판 부리던 선배들
그 나쁜 형들까지도 같이 쫓아왔다고나 할까

오늘따라
학교 가기가 왜 또 이리 싫은지요


시작 메모
봄 되고 날이 풀리니 아침마다 온통 찌찌거리는 새 소리에 잠을 잘 수 없다. 그렇게 시끄러운 걸 보면 먹이를 찾는다기보다, 둥지를 짓는다기보다 아예 암수 얼르는 교미 소리일 게다. 반 주먹만한 조그만 것들이 대이구 내는 그 소리야말로 요즘 세상에서 실로 옳은 소리이어라. 작것들이 아조아조 좋아 죽는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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