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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60) - 돈을 어디에 쓸까

서석훈
  • 입력 2013.06.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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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돈을 어디에 쓸까


복권에 당첨된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는 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게 실제로 쓰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 없이 그저 눈에 띄는 대로 돈을 펑펑 써댄다면 감성이라곤 없는 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자는 파트너와 잠자리에 들 때도 다정하거나 세심한 전희 없이 무작정 돌직구를 날리는 형으로 성급하게 본론만 치르고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후희는 없냐고? 전희가 없는데 후희는 무슨 말라비틀어질 후희이겠나.
해서 우리의 동영상 제작자는 그러한 모든 과정을 상상하는 걸로 하루의 몇 분, 한 달로 치면 상당시간을 할애하였는데 그 중 인상적인 것 몇 개를 고르면 아래와 같다. 5만원 권으로 60장 즉 3백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1만원 군 100장을 따로 주머니에 넣고 거리로 나선다. 우선 눈에 띄는 구둣방으로 들어가 구두를 닦는다.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날린다. 요즘 거리에서 구두를 닦는 남자가 있느냐고? 남자 동네에는 있다. 그것도 서너 군데 있다. 동네가 동네인지라 룸펜이 꽤나 있고 그들은 대개 오전 11시 넘어 출타하는데 구두부터 닦으며 하루의 일과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구두닦이는 대개 빌딩을 상대로 영업해왔는데 예전에는 사무실을 돌며 구두를 수거해갔다. 구두 임자가 전용 슬리퍼로 발을 편하게 하는 동안 구두를 닦아서 갖다 드리곤 하였으나 어느 날 어떤 빌딩인지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높으신 분의 시야에 띄는 바람에 근물 전체에 잡상인 금지조치가 내려졌고 그 조치는 들판의 불길처럼 서울과 수도권의 전 빌딩으로 확산되어 갔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구두를 다 닦은 남자는 일어서서 구겨진 데가 없나 옷매무새를 한 번 보고 급할 것 없는 걸음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세상의 모든 바쁜 일은 급하게 건널목을 건너거나 예비군훈련장에 제 시간에 도착하거나 결혼식장에 늦지 않거나 등등을 빼곤 모두 돈 벌려고 바쁜 것이다. 돈 벌어보려고 촌각을 다투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돈이 주머니에 가득하고 계좌에도 가득하고 아무 짓도 안하고 누워만 이어도 이자가 척척 불어나는 이러한 구조에서 즉 자본가의 입장에서 남자가 뭐 때문에 걸음을 발리 하겠는가. 설령 갈 데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남자의 다음 행선지는 식당이다. 뭐 대단한 식당은 아니고 전문음식점이라고나 할까, 왜
한 가지를 특별히 잘 하는데 있잖은가, 그런 곳은 시키는 즉시 음식이 나올 뿐더러 그 맛
은 전국 평균 음식 맛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결코 음식 값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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