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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83] 인공지능과 음악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10.21 08:12
  • 수정 2021.01.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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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렛츠런 파크 인근의 국립과천과학관을 다녀왔다. 과학관의 여러 체험관과 전시관을 둘러 보면서 올 초에 광주에서 광주과학기술원과 KB금융그룹, 아이들과 미래재단이 주최 & 주관한 KB청소년음악대학 ‘음악과 과학의 만남’ 토크콘서트에 <인공지능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치고 온 내용을 정리했다.

어느 10월의 멋진 날에 국립과천과학관의 로켓트가 석양을 등지고 있다.
어느 10월의 멋진 날에 국립과천과학관의 로켓트가 석양을 등지고 있다.

미디어와 음악의 만남은 예술적이면서 동시에 기술적이다. 예술은 개인적이며 창조적인 아름다움과 연결되며 기술은 계속적으로 새로운 미디어 장르를 탄생시킨다. 그러므로 미디어 음악은 현재 상태로만 정의 할 수 없으며 미래를 위한 열린 정의라 할 수 있다. 예전에 가라오케가 제일 처음에 나왔을 때 기존의 밴드들이 전부 없어지고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믿었으며 미디가 등장 했을 때도 지금과 똑같은 위기감을 엄습했고 사실 가라오케나 미디의 기술력은 이미 왠만한 인간들의 연주력을 상회하기도 한다. 그럼 나 같은 작곡가는 미디를 선호할까? 그러면서 사람들과 작업하면서 부딪히는 부대낌과 스트레스, 마찰 그런 것이 없이 훨씬 수월하게 작업하게 되고 작업의 완성도도 더 뛰어난 것도 판명났다. 하지만 가라오케와 미디가 있어도 인간이 필요하고 도리어 음악시장은 더욱 커졌다. 음악에서도 기계 혁명이 악기 제작과 악보인쇄를 바탕으로 발전하여 귀족들만 즐기던 클래식 음악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전파되어 낭만주의음악 물꼬가 트였고 전기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여 악기 개발과 녹음 기술은 음악 제작과 감상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후 컴퓨터, 인터넷,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은 음악 제작 분야도 영향을 받아 MP3, Youtube, 음원사이트 등으로 유통의 방식도 바뀌게 되었다.

자동화가 막대한 실업을 야기할 거라는 막연한 공포는 산업혁명이 태동한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기계 한 종에 사람의 일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새로운 일이 또 생겨났고 평균적인 생활수준은 올라갔다. 인간에겐 육체적인 것과 인지적인 두 가지 유형의 능력이 있다.것입니다. 과거 기계는 인간의 순수 육체적 능력을 대체하였고 인간에게만 있는 인지적 기술, 즉 학습과 분석, 의사소통, 무엇보다도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직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모든 형식의 예술 중에서도 특히 음악이 입력과 산출을 정확히 수학적으로 산술 할 수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에 가장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입력은 음파의 수학적 패턴이고 산출은 신경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패턴일 것일건데 알고리즘이 수백만 가지 음악을 섭렵하고 나면 작곡은 금방 하고 쉽고 편하게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련의 음악교육이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작곡가는 수년간 갖은 고행 끝에 선배들이 남긴 기법들, 즉 화성학, 대위법, 푸가, 관현악법 등을 익히고 습득한다. 결국 작곡이라는 것이 그런 기법들을 적절히 응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자신이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갖 데이터를 동원해서 최고의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 작곡이고 연주도 마찬가지다. 테크닉이 완벽하지 못한데 올바른 음악표현은 어불성설이니 피땀 흘려 연습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봄(광주과학기술원 안창욱 교수가 만든 작곡하고 연주하는 인공지능 AI)은 그럴 필요가 없다. 기술적인 면에서 우리 인간이 당해 낼 수 없다. 이봄은 끊임없이 최신 데이터를 업데이트 하고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업그레이드 될 것인데 인간은 반대다. 어느 누구나 노화는 피해 갈 수 없고 그러면서 모든 기능이 퇴보된다.

국립광주과학기술원 안창욱 박사가 만든 작곡하고 연주하는 인공지능 뮤지아[출처] 인공지능 vs 인간작곡가|작성자 Composer Sung국립광주과학기술원 안창욱 박사가 만든 작곡하고 연주하는 인공지능 뮤지아
국립광주과학기술원 안창욱 박사가 만든 작곡하고 연주하는 인공지능 뮤지아

인간을 위한 행진과 진보라는 점에서 기술의 발전은 무척 고무적이다. 인공지능의 개발과 존재이유는 어디 까지나 인간을 위한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인간 깊숙한 내면의 정서까지는 대신할 수 없는 AI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을 것이다.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긴 해도 우아하고 감미롭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인데 그 우아와 감미를 느끼고 분별하려면 인간이 스스로 진화하지 않고 깨어 있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저 익숙한 것에 길들여지고 변화에 대처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면 이제 더 이상 인간은 필요치 않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거다. 기계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좋아하고 뭘 먹고 싶어 하고 뭘 하면 즐거워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우아와 감미를 식별할 수 있고 그걸 듣고 느끼며 참여할 수 있는 사람확보가 관건이다.

결국 문화수준 문제다. 인간의 예술세계를 존중하고 인간이 만든 독창적이고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스며 있는 음악을 들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원하지 않는다. 일례로 공모전을 보면 작품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대중성과 얼마나 인간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거기에 사람이 몰리고 주머니를 여냐는 경제성과 포퓰리즘을 지향하고 있다. 그럼 인간은 결코 기계를 이길 수 없다. 기계는 정확하고 정밀하게 수백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수집된 막대한 생체측정 데이터와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생산해 낼 것이기 떄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창의적 자율성을 중시하고 추구할 것이고 그걸 다른 인간이 식별하고 알아주어야 할 때만이 진정한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게 된다. 인간이 만든 것과 기계가 만든 것의 차이를 식별하지 못하고 익숙하고 편한 음악, 좁은 호오의 세계에 갇혀 탐미와 감상의 수고를 기울이지 않는 세뇌에 익숙해지는 건, 인간성의 상실이자 기계에 의존하는 삶이 될 수 밖에 없다.

예술은 인간감정의 너머 진실, 즉 자아실현과 교류, 교감이니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예술은 인간감정의 너머 진실, 즉 자아실현과 교류, 교감이니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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