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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8] Critique: 2019 정율성음악축제 Ensemble TIMF 초청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9.07 20:38
  • 수정 2019.09.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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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광주 유스퀘어 금호아트홀

 광주를 넘어 아시아를 잇고 통합하는 Inter-Asia로

 중국의 3대 혁명 음악가로 칭송받는 광주 출신 작곡가 정율성의 음악과 예술 혼을 널리 알리고 아시아를 아우르는 국제적인 문화콘텐츠 발굴을 위해 2005년부터 추진해 온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정율성음악축제가 벌써 햇수로 14년을 맞았다. 올해만 하더라도 광주성악콩쿠르에 정율성 노래를 지정곡으로 삽입하고 광주 근대음악 뿌리 찾기 음악회란 제목으로 현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음악적 장르와 양식에 구애받지 않는 시민 밀착형 음악회와 중국 저장가무극원 민족악단 초청 공연까지 광주를 넘어 다른 지역, 해외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9월 6일의 앙상블 TIMF의 광주 초청음악회는  정율성과 윤이상, 두 명의 영·호남 대표 음악가들의 작품을 통해 지역을 넘어 음악으로 가치관을 공유하고, 현시대 가장 활발하고 실험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아시아 창작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2019 정율성음악축제, Ensemble TIMF 초청음악회 공식 포스터
2019 정율성음악축제, Ensemble TIMF 초청음악회 공식 포스터

 이번 연주회를 위해 광주문화재단에서 위촉한 작곡가 박정양의 <신산가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정율성의 가곡 <신산가>를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다채로운 형태를 파생시켜 호소력이 짙고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축제와 위촉의 성격에 잘 부합된 작품이었다. 정율성이라는 원형에서 의도된 현대적인 감각과 파생상품, 2차 창작이라는 목적에 근접하여 무궁무진한 창의의 세계를 선보였다. 정율성이라는 무언가 있지만 투명한 정신이 막연하게나마 손에 잡힐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 듣기에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밖에 앙상블 TIMF가 선곡한 한국 작곡가의 작품 2곡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그건 정율성과 윤이상과 하등 상관없는 작품이었지만 정율성과 윤이상에 벗어난 전환의 의지이자 아시아로의 진출 표방으로 해석되었다. 지금까지 정율성이라는 광주 출신 작곡가에 집중해 있었다면 이번 음악회를 통해 정율성의 고향이자 뿌리인 광주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중국을 넘어 이제는 아시아를 잇고 하나로 규합하는 Inter-Asia라는 개념으로 뿌리를 확산시키려는 노선의 확장이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었다.

지휘자 백윤학과 앙상블 TIMF
지휘자 백윤학과 앙상블 TIMF

광주문화재단하면 저절로 정율성과 또 하나의 광주에서 태동한 음악 유산인 <님을 위한 행진곡>이 연상될 정도로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먹고 즐기는 장터판 축제가 아닌, 단시일에 실적이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기관장의 교체나 정치적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정율성을 이 땅에 이식시키려는 각고의 노력을 하였다. 허나 이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왜 꼭 정율성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내릴 때에야만이 앞으로 사업의 생명력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관 주도 하의 일련의 사업들로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긴 하였으나 위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행사를 집행하는 행정가, 광주지역의 음악가들, 시민의 삶과 접점을 이루는 정치인들 모두 자신의 위치와 입장에서 제각각의 답을 내놓을 터, 계층 간, 세대 간, 당사자들의 사정 간에 공통의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동일한 프레임을 제공할 시 우리가 그토록 목말라 있는 원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광주문화재단은 소신을 가지고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정율성이라는 씨앗을 뿌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제 처음으로 서서히 열매를 맺을 시기가 도래한 건데 씨를 뿌렸으니 그 결과물까지 재단(裁斷)하려 하지 말고 알아서 타깃 시장을 열어놓은면 어떨까? 속기록이나 유언장의 대체로 발명한 에디슨의 축음기가 음악산업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치고 음악시장에서 부를 창출한 것처럼, 미스트롯이라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송가인이라는 무명가수가 2019년 최고의 슈퍼스타로 우뚝 솟은 것처럼 '어떻게 쓸모가 있고 무슨 결과가 나올지' 어떤 누구도 예상하고 모르지만 정율성의 음악과 공적이 "공약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민들의 삶에 뿌리를 박고 자생하기를 바라서이다. 

음악회가 끝나고 금호아트홀 로비에서 광주문화재단 김윤기 대표(우측에서 3번째)이하 광주문화재단 임원들과 음악회에서 작품을 발표한 중앙의 작곡가 박정양, 최지연 그리고 성용원(좌측에서 4번째부터)
음악회가 끝나고 금호아트홀 로비에서 광주문화재단 김윤기 대표(우측에서 3번째)이하 광주문화재단 임원들과 음악회에서 작품을 발표한 중앙의 작곡가 박정양, 최지연 그리고 성용원(좌측에서 4번째부터)

 지금까지 정율성을 규정한 디아스포라(diaspora), 망명 음악인에서 초월하여 노마딕(nomadic), 즉 해양과 대륙으로 뻗어가고 진출하려는 유목민의 기운을 가진 작곡가, 항일음악가로서의 인식의 첨가로 정율성음악축제가 아시아를 잇고 포용과 포괄하는 Inter-Asia 음악축제로서의 제2의 정의를 내릴 때이다. 그것이 또한 음악을 통해 그가 생전에 그토록 갈망했던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중요한 초석이자 이상으로 음악 축제로 부활하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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