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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5] 세상만사 드라마에 담아 훨훨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9.03 09:17
  • 수정 2020.06.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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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종영하는 KBS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에게

 요절복통 희극과 눈물 쏙쏙 비극을 통칭하는 고대 그리스어인 드라마(drama)는 극(劇), 즉 '행동한다'로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배우가 모방한다에 어원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가장 큰 줄기를 이루는 건 서사구조(Narrative)다. '말하다'는 뜻의 라틴어 동사에서 유래한 내러티브는 실제 혹은 허구의 사건은 설명하거난 적는 거다. 이야기의 전개과정이자 스토리텔링이요 각본이라 할 수 있다. 배우는 대본에 따라 노래를 부르거나 대사를 말하거나 춤을 추거나 연기를 하면서 행위(Performance)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래서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팬터마임 등 종류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9월 22일 일요일 마지막 방송을 하는 KBS2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포스터
9월 22일 일요일 마지막 방송을 하는 KBS2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포스터

 고전으로 칭송받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온갖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질투와 열등감에 빠져 아내에게 배신 당했다고 믿고 죄 없는 아내를 살해한 오셀로, 천하태평에 과대망상증 환자 팔스타프, 광기의 미치광이 반항아 햄릿 왕자와 사랑밖에 모르는 중2병 걸린 소년소녀 로미오와 줄리엣, 믿고 유산을 물려주었지만 자신을 홀대하고 뒷방 노인네 취급해서 자식 잘못 키운 후회와 비탄으로 미쳐버린 리어왕 등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 대한민국에도 대부분 통할 내러티브가 담겨 있다. 이 원작이 보이토를 만나 오페라 대본으로 각색되어 베르디에 의해 오셀로가 <오델로>로,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이 <팔스타프>라는 이름의 오페라로 탄생되었다. 음악에서의 대표적인 드라마는 당연코 오페라, 뮤지컬, 오라토리오 등을 포괄한 무대극이다. 미국의 현대 오페라 작곡가이자 블랙 코미디의 대가 세이무어 바랍의 오페라 <버섯 피자>는 19세기 이태리를 배경으로 4명의 남녀가 얽혀서 벌이는 애정 행각을 재미있게 그린 코믹 오페라이다. 돈을 보고 중년의 백작과 결혼한 여자 주인공은 젊고 매력 있는 애인과 불륜에 빠진다. 법적으로 이혼이 금지돼 있어 남편이 좋아하는 버섯 피자에 독버섯을 넣어 죽일 계획을 짜는데 백작을 연모하던 하녀를 통해 이 계략을 알게 되지만 백작은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셰익스피어든 버섯 피자든 만남, 사랑, 배신, 증오, 죽음 등의 막장 요소는 두루두루 갖추었고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재탕 삼탕을 해도 이런 보편성은 사람들에게 두루 통한다. 그리고 드라마라는 허구의 세상이다 보니 현실의 직접적인 반영보다 수요층의 요구와 선호에 부합되는 경향으로 흐르면서 카타르시스의 분출이라는 목적에 근접한다.

 3월 23일 첫 방을 시작한 KBS 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극본 조정선)이 이번 달 22일을 기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한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래 계획했던 100부작에서 8회 연장되어 108부작으로 편성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나는 누구이고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에 대한 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이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이 여성, 특히 50대 이상의 주부들이라면 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고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역할을 주면서 그들의 지평 너머로 뻗어가야 한다. 그게 꼭 현실이고 진실일 필요는 없다. 그럼 사람들이 왜 드라마를 보고 보편적인 이야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열광하고 끝없이 탐미하겠는가? 신데렐라가 지겹다고? 백마 탄 왕자님 따위는 없다고? 그럼 해리 포터는? 그런 건 상상 속에나 있고 실현 불가능하니 구현할 필요도 없을 텐데 왜 그런 황당무계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통하겠는가? 그런 판타지 자체를 차단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이 반복된다면 드라마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주말 드라마의 그 흔하디흔한 플롯과 소재 때문에 막장이고 허무맹랑하지만 욕하면서 보는 그 근원적인 원초적인 이유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현실의 반영? 우리네 인생이야말로 한 치 앞도 모르고 어떻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은 제어 불가능이며 하나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거의 없다.

드라마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정서, 시름과 한을 잠시 내려놓고 해소하기 위한 마당과도 같다. 모든 일의 흐름은 그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고 전제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법이다. 정서적인 공감도 형성과 이해가 쉬울 때 그에 따라 감동도 커진다고 한다. 각박한 흐름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한과 괴로움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드라마의 역할은 다 한 것이다. 울리고, 웃기고, 놀라게 하던 바로 그 원형인 드라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영국의 영화감독이자 서스펜스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Sir Alfred Hitchcock, 1899-1890)의 문구 하나를 소개한다.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다. (Drama is life with the dull parts cut out.) 이제 종영까지 딱 3주 남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사를 드라마에 담아 훨훨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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