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 로
이빨 빠진
무녀리 사기 그릇
머리 맡 향나무 밑에
묻어드린다, 다시 고이 엎어서
언제나 강낭콩 밥 서너 숟갈
가셔서도 훌훌 물 말아 드시겨
허구한 날
내 괙괙거렸소만
시작 메모
복 ‘복(福)’ 자 사기 사발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작고 못 생겼다.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랐다. 손과 발은 살성이 거칠어 쩍쩍 갈라졌다. 보면 허구한 날 작약 밭, 고추 밭을 매거나 미나리를 다듬거나 했다.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입심 하나는 좋으셨다. 화를 낼 때, 우리를 혼낼 때 입심은 더 좋으셨다. 지금도 무얼 끄적일 때는 그때 어머니가 쓰던 말부터 떠오른다. 다른 시, 소설 책 속 말들은 낯설다. 어머니가 쓰던 투박한 사투리가 나한테는 표준말이고 문법이다. 어머니 말들로 좋은 시를 쓰고 싶다. 늘상 재미없이 작약 밭을 매듯.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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